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거칠부 지음 / 더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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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39살의 나이에 산으로 떠난 거칠부, 그리고 운명처럼 만난 히말라야에서의 194일을 담아낸 <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처음에는 어떤 각성의 계기가 있었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원래 산을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연소득의 상당부분을 저축하고 산을 자주 찾고, 등산학교를 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했더군요. 일단 그 부분에서부터 감탄했던 거 같아요. 해온 분이더군요. 자신의 삶을 계획한 것처럼, 히밀라야 오지 트래킹 역시 그러했는데요. 가이드와의 작은 마찰 끝에 그녀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누군가의 인증보다 스스로의 인정과 만족이 더 중요하다

  1783킬로미터에 달하는 트래킹의 기록을 함께하며, 저 역시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또 안타까워하기도 했네요. 지구온난화로 늘어가는 빙하호수, 그리고 쓰레기더미도 그렇고요. 점점 변해가는 히말라야의 모습도요. 하지만 그녀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며 남긴 글이 기억에 남아요.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 하지만 나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죠. 어쩌면 히말라야가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마음, 여행자도 아닌 그 여행자의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의 마음은 그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참 무리한 요구일 것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작가의 시선도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야단떨지 않고 덤덤한 글이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네요.

 저는 걷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점점 변하고 있기는 해요. 정말 단순하다면 단순한 행위잖아요. “걷는다그래서인지 보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 들죠. 물론 히말라야 오지 트래킹 까지는 힘들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이렇게 담백하게 기록된 글을 보니 더욱 좋았어요. 중간에 제목 중에 하나였는데, “위험하지만 환상적인그런 곳을 잠시나마 함께 걷는 듯 했으니까요. 정말 딱 그 표현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게요. 글로 읽으면서 아 이렇게 힘든 곳을, 몇천킬로미터의 고개를 하루에 두 개씩 넘어야 하는 그런 걸 읽다보면 절로 그러지만요. 사진을 보면 또 와, 나도 가보고 싶다 그러거든요. 여행을 다니며 느낀 것은, 인간이 만든 문화재는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이 큰 차이가 없을 때도 많아요. 때로는 사진이 낫다 싶을 때도 있고요. 그런데 자연은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실망감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죠. 그래서 사진을 보며 계속 머릿속으로나마 그려보기 위해 애썼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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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내 인생의 셀프 심리학
캐럴 피어슨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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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작은 전자제품을 구매해도 거기에 따라오는 매뉴얼을 꼼꼼히 읽곤 해요. 그래서일까? 왜 나에게 대한 매뉴얼은 없을까? 인생에 대한 매뉴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하죠. 제가 고등학교때까지의 삶을 참 평온하다고 기억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주어진 스케쥴대로, 주어진 목표대로 말 그대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단히 명쾌한 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왜 이렇게 복잡하기만 하고, 어제까지 열심히 걸어가던 길이 순식간에 흩어져버리는 막막함에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심리학, 혹은 자기계발서를 챙겨 읽는 시기가 있죠. 요즘이 저에게는 그렇고요.

 이번에 읽은 책은 심층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캐럴 피어슨의 <나는 나>입니다. 그녀는 칼 유의 심리학 연구에 평생을 헌신했는데요. 거기에서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여섯가지의 원형을 끌어냅니다. 물론 어느 시기에 등장했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라지기도 하고, 혼재하기도 한다는데요. 저는 읽으면서 후자의 의견에 조금 더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고아 원형같은 것은 요즘 다시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고아 원형은 실망한 이상주의자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제가 딱 그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신이 느끼는 그 이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느끼게 해서, 건강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죠. 문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이 상황을 이기고 나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지만 말고 말이죠.

 아무래도 자신을 다그치는 원형은 전사 원형인 거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전사원형에 대해서 보면서, 나에게 이런 면이 있나? 의심하기도 했는데요. 이 전에 만나본 고아, 방랑자 원형을 다시 떠올려보면 존재감이 약하긴 하지만 분명 제 안에도 전사 원형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읽다 보니, 이타주의자와 순수주의자 그리고 마법사 원형까지 다 제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지배적인 원형이 있고, 제가 일깨워야 할 원형들도 챙겨보게 되더군요.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제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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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SERT DAYS 디저트 데이즈 - 블렌디가 소개하는 파리의 베이킹
홍은경(BlenD) 지음 / 책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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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베이킹은 약간 산수와 같다는 생각을 해서, 그나마 잘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물론 어떤 감각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계량을 잘 하면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되니까요. 그래서 더욱 두려움 없이 선택한 책이 바로 <디저트 데이즈>입니다. 프랑스 디저트와 사랑에 빠져 베이킹을 공부하고 지금은 블랜디스튜디오에서 베이킹클래스를 하고 있는 홍은경의 책인데요. 아름다운 프랑스의 풍경과 디저트 사진과 함께 레시피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파리의 정취가 가득한 느낌이더군요. 요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을 가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더욱 좋았고, 제가 좋아하는 가게가 나오면 추억이 떠올라 설레더군요. 그리고 저 역시 라뒤레보다 맛있다고 느꼈던 카레트의 마카롱, 차마니아인 저에게는 천국같았던 포숑까지 수많은 샵투어에 행복했습니다. 빵순이들과 함께 파리를 거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정말 다양한 레시피를 만날 수 있어요. 기본적인 쿠키부터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마들렌, 타르트, 에클레어를 비롯하여 키슈와 같은 식사빵에 대한 레시피도 있고요. 또한 잼이나 젤리 그리고 초코우유 레시피까지 나옵니다. 저는 피낭시에를 좋아하는데, 이게 금괴모양을 닮아 이름도 금융가, 자산가에서 나왔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모양을 잡기 위해 끄넬이라는 몰드를 사용하여 만든 피낭시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그리고 딸기 루바브잼과 리얼 초코우유와 베리 화이트초코 우유는 바로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기도 하고요. 제가 푸딩을 즐겨먹는데요. 거기에 보면 바닐라빈이 들어가잖아요. 바닐라빈이 우유의 풍미를 높여준다고 해요. 물론 루바브 역시 베리류의 식감과 맛의 밸런스를 높여준다고 합니다. 이런 디저트들은 눈으로도 그 맛을 보게 마련이라 그런지, 데코법도 잘 알려주고요. 이런 다양한 팁들과 함께, 자신이 클라스를 진행하며 받았던 질문들을 잘 녹여서 나온 레시피라 따라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헤이즐넛 캐러멜 타르트를 구워먹고 싶은데, 잘 해낼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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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인사이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지음, 이영래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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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고니아, 사실 저에게는 낯선 브랜드이긴 합니다. 제가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파타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등산장비를 만드는 곳이라고 해요. 전설적인 등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이본 쉬나드가 만든 회사인데요. 창립 이야기도 흥미롭더군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암벽을 훼손시키는 장비를 보고, 피해를 끼치지 않을 장비를 만들면서 시작된 회사이고, 지금은 의류까지 만들어내며 아웃도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 여기 있네요.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철학을 너무나 잘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는 것이죠.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고자 하는 그 의도 말입니다. 심지어 의류를 판매하는 회사가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캠페인을 한다니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그들은 옷을 최대한 수선해서 입을 수 있게 직접 매장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심지어 옷을 만들 때 필요한 유기농 목화를 구하기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온 방식 그대로 목화를 키우는 곳을 찾아내기도 했지요. 그 뿐 아니라, 옷을 관리하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공해에도 신경을 씁니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제품의 질에 자신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인지 저 역시 매장을 방문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그가 승승장구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위기를 맞이했을 때 만난 컨설턴트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는데요. 물론 외부적인 원인도 있었지만, 자신이 왜 사업을 하고 있는지 명확한 철학이 없다 보니 자초한 경향도 있었지요. 그는 등산을 하며 자문을 했고, 그때 세운 경영철학으로 인해 2008 금융위기라는 큰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절제와 품질 그리고 단순함으로 승부하는 파타고니아의 이야기, 책 제목 그대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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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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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저에게는 그저 대구전의 재료로만 보이는 대구가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특히나 대구 어업으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분쟁과 전쟁 때문에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 확립되는 기반이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이번에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역시 너무나 기대되었어요. 이전에 세계사를 바꾼시리즈를 읽어봤기 때문에 37가지의 물고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청어와 대구를 중심으로 37가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었네요.

 중세유럽사회를 지배한 가톨릭, 그때는 단식일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해요. 심지어 한 해의 절반정도가 단식일이었다니, 생선을 먹는 걸 허용해주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살기 정말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생선이 중요한 먹거리가 되었고, 특히나 청어와 대구가 주요한 어업자원이었죠.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청어의 회유어 습성 때문에, 청어가 자신들의 경로를 바꿀 때 마다 유럽의 세력 판도는 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요. 특히나 네덜란드는 어업에 있어 자신들이 누리는 지위를 지키기 위해 조금의 타협도 없이 지나치게 많은 전쟁을 벌이면서 쇠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전에 셰익스피어의 소설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네덜란드의 상업의 전성기에 시작과 끝은 모두 청어와 함께 했더군요. 아 셰익스피어하니, 그의 소설 템페스트에서는 바로 말린대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그는 수많은 생선중에서도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말린대구에 비유하고 나아가서 부정한 생선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는데요. 말리 대구를 먹으며 중노동에 시달린 흑인노예와 그런 노예무역의 대가로 지불되었던 것이 또 말린 대구였던 것을 보면 그의 비유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맺음말까지 청어와 대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저 역시 훈제청어인 키퍼와 대구를 이용한 음식의 대명사같기도 한 피시 앤 칩스가 왜 등장하지 않는지 궁금했는데, 그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다음에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세계사를 들여다볼 수 있을지 정말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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