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 내 인생의 셀프 심리학
캐럴 피어슨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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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작은 전자제품을 구매해도 거기에 따라오는 매뉴얼을 꼼꼼히 읽곤 해요. 그래서일까? 왜 나에게 대한 매뉴얼은 없을까? 인생에 대한 매뉴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하죠. 제가 고등학교때까지의 삶을 참 평온하다고 기억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주어진 스케쥴대로, 주어진 목표대로 말 그대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단히 명쾌한 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왜 이렇게 복잡하기만 하고, 어제까지 열심히 걸어가던 길이 순식간에 흩어져버리는 막막함에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심리학, 혹은 자기계발서를 챙겨 읽는 시기가 있죠. 요즘이 저에게는 그렇고요.

 이번에 읽은 책은 심층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캐럴 피어슨의 <나는 나>입니다. 그녀는 칼 유의 심리학 연구에 평생을 헌신했는데요. 거기에서 우리 삶에서 드러나는 여섯가지의 원형을 끌어냅니다. 물론 어느 시기에 등장했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사라지기도 하고, 혼재하기도 한다는데요. 저는 읽으면서 후자의 의견에 조금 더 기울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고아 원형같은 것은 요즘 다시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고아 원형은 실망한 이상주의자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제가 딱 그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신이 느끼는 그 이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느끼게 해서, 건강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죠. 문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이 상황을 이기고 나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지만 말고 말이죠.

 아무래도 자신을 다그치는 원형은 전사 원형인 거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전사원형에 대해서 보면서, 나에게 이런 면이 있나? 의심하기도 했는데요. 이 전에 만나본 고아, 방랑자 원형을 다시 떠올려보면 존재감이 약하긴 하지만 분명 제 안에도 전사 원형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읽다 보니, 이타주의자와 순수주의자 그리고 마법사 원형까지 다 제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지배적인 원형이 있고, 제가 일깨워야 할 원형들도 챙겨보게 되더군요.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제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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