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트라우마 - 소득 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심리적 영향력과 그 이유
리처드 윌킨슨.케이트 피킷 지음, 이은경 옮김, 이강국 감수 / 생각이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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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윌킨슨, 케이트 피킷은 불평등이 한 사람에게 그리고 하나의 사회에 나아가서 인류와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여 <불평등 트라우마>를 집필했습니다. 사실 저는 과연 불평등하지 않은 세상이 있었을까?’ 이런 의문부터 갖고 있었는데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도리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갔던 시절 즉 신석기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시간이 길어서,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평등을 이상향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넓게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불평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트라우마라는 정신건강질환까지 갖게 되는 될 수밖에 없는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재미있는 심리실험을 했던 기억이 나요.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통계를 조사해본 결과 이코노미석의 탑승객이 일등석과 비즈니서석을 통과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비행기가 아닌 비행기에 비해 발생률이 두 배가 더 높았다는 것이죠. 그만큼 자신의 지위 수준이 어떠한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점점 더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다양한 이론과 통계를 통하여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만성적인 불평등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들이 방어기제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것이죠. 긍정적인 자존감 향상이 아닌, 자기 암시암시와 같은 방어적 자존감을 높이게 되는데요. 그럴수록 자존감을 높을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박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문제는 성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어린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예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친구의 집과 자신의 집을 비교하면서 고민하는걸 보면서, 조숙한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죠.

 생각해보면 우리는 불평등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수많은 갈등과 불안 그리고 파편화된 사회 구성원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법을 구상해야 합니다.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거시요. 우리나라 역시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요. 마법처럼 모든 불평등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소득격차를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까지 낮출 것을 제안하는데요. 과연 가능할지 저부터 의심스러운 것은 왜일까요? 일단 저부터가 너무나 미국식 모델에 익숙해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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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빠진 화가들 - 그리스 로마
토마스 불핀치 지음, 고산 옮김, 이만열 추천 / 북스타(Bookstar)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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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를 사랑한 예술인들의 장이 펼쳐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화가들> 임마누엘 페스트라쉬 추천사와 함께 시작되는데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인문학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아무래도 그 다채로움 때문이 아닐까 해요. 뭔가 엄격하고, 도덕적인 윤리의식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어쩌면 그래서 더욱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겠죠.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허물어진 신앙의 젖을 먹으며 자라는 이교도가 되고 싶다고 노래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래서 바로 이어지는 독실한 크리스챤이었던 브라우닝의 시를 보면 그 강직함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도 들었어요. 이렇게 미술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문학작품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제목에 이렇게 빛나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쉬워요.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며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딸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벌을 받게 된 카시오페아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야기를 보면서 재미있어 한 적이 있는데요. 페르세우스의 모험의 한 장이기에 카시오페아 역시 등장하죠. 밀턴은 별로 변한 에디오파아의 왕비라며 우울이라는 감정에 실어 보내기도 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카시오페아가 북극 가까이 자리잡게 된 이유입니다. 바다 요정의 마음이 아직 풀리지 않아서일까요? 매일 밤의 반은 머리를 숙이며 겸손을 배우라는 이유로 북극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네요. 별자리에 유독 취약하지만 이건 안 까먹을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신과 인간이 가깝던 시절이라 그럴까요? 카시오페아처럼 교만한 인간을 벌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가장 행복한 어머니가 자신이라며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를 무시했던 니오베에게 쏟아진 비극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 이야기는 바이런에게 영감을 주어 아이도 없이 왕관도 없이, 무언의 비애에 젖은 채라며 그녀의 삶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책이 좋은 점은 신화 속 계보가 있다는 것인데요. 복잡한 관계를 한 번에 정리해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자주 넘겨봤던 장이고요. 또한 인덱스 역시 신화 속 인물과 예술가와 작품을 따로 구분해놓아 찾아보기 정말 좋게 구성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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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 고요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깨우는 음식 이야기
정보화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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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누구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그 시간을 정말 밀도있게 느끼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드는 정보화의 <계절의 맛>입니다.

그저 시간에 떠밀리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하루에 시장을 간다고 해요. 제철에 나온 과일과 채소를 보며 계절을 느끼고, 그렇게 장을 봐서 자신만을 위해 음식을 차리고, 음식에 집중하며 식사를 하면서 자신을 살피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니 책 제목 그대로 계절의 맛으로 가득찬 일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책장도 그 계절의 빛으로 물들어 있는데요. 봄 하면 떠오르는 벚꽃청을 만드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저도 벚꽃차나 에이드 같은 것을 마신 적은 있지만, 벚꽃 자에는 그렇게 향이나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죠. 그래서 그 청을 담그는 과정도 흥미로웠는데요. 결국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봄의 느낌, 봄의 따스한 숨결을 그려내게 되죠. 어쩌면 제가 맛봤던 것들도 그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닌가 해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봄에 대한 다양한 느낌들을 맛본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지만, 그나마 잘하는 것이 짜장라면이라 친구와 함께 짜장라면 두봉지와 영화 한편을 본 이야기를 보며 역시 겨울다워라고 생각했답니다. ‘마이 딜리셔스 짜장라면이라는 새로운 레시피도 알게 되고요.

단 맛이 가득한 여름과일을 저장하는 방법은 단순한 편이라고 해요. 과일이 좋으니 실패할 확률도 낮고요. 제가 복숭아를 정말 좋아해서, 복숭아를 저장하는 방법을 유심히 보기도 했어요. 레시피도 상세하게 알려주지만, ‘여름이 전하는 말이런 코너를 통해서 제철음식의 정보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상에 모든 것을 다 말려버릴 듯한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찾아오죠. 가을에 등장한 음식은 쌍화탕인데요. 찻집에서 계란노른자가 올라간 쌍화탕으로 가을을 만끽하죠. 둘이 화목하다라는 뜻을 가진 쌍화의 이야기를 들으며, 몸과 마음이 화복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저도 쌍화탕을 마실 때면 그런 생각을 해야겠어요. 제 몸과 마음이 어우러져 복 되는 시간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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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쉽다, 차이니지
샤오란 지음, 노마 바 그림, 라이언 옮김 / 넥서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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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자로 워낙 고생을 하고 있어서인지, ‘한자는 쉽다라는 말에 절로 맘이 동하는 기분이었죠. 한자가 과연 쉬워질지 너무나 궁금해하면서 읽은 <한자는 쉽다, 차이니지>입니다. 물론 고집쟁이인 저는 지금도 한자가 쉽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확실히 접근법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기도 하네요.

 아이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것을 너무나 어려워해서,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 만들어낸 중국어 학습법이 바로 차이니지인데요. ‘Chineasy’‘Chinese’‘easy’를 합성하여 만들어낸 합성어입니다. 테드 강의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강의도 찾아 들었고, 어플도 받아서 볼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되는 중국어 학습법입니다. 일단은 부수 위주로 무조건 외우던 암기법에서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는게 좋았어요. 상형문자인 한자를 마치 인포그라픽스처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단어카드처럼 만들어서 한자를 공부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한자를 분해하여 기본형 한자를 뽑아낸 이후에 어떻게 결합되어서 다른 뜻이 되는지 살펴보는 것은 한자를 가지고 레고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아이들을 위해서 고안한 방법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한자를 볼 수 있게 구성을 잘 해놓았어요. 번체자와 간체자를 잘 정리했고, 중국어 발음과 성조도 표시해놓았죠. 이렇게 한자를 익히고 나면, 마지막에 피터와 늑대 이야기를 중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되더군요.

 출판사의 홈페이지(www.nexusbook.com)에 들어가면, 한자와 단어의 발음을 녹음해놓은 mp3차이니지 쓰기 노트’, 그리고 하루 15분 학습플랜이 추가로 제공됩니다. 그리고 정오표가 있는데, 처음에 책을 보면서 성조 표기가 좀 이상한 것이 몇 개 보였는데, 정오표에 그 부분이 잘 정리가 되어 있더군요. 혹여 중국어까지 함께 하시는 분들은 꼭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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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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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연의 <파우스터> 제목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라는 작품이 떠오르는데요.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 자신의 욕망과 쾌락을 채울 수 있는 젊음을 구하게 되는데요. 자본주의의 파우스트의 욕망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메피스토 컴퍼니가 등장합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겟아웃이 떠오르는 듯 했어요. 이들은 권력과 부를 한 손에 움켜쥔 노인들에게 새로운 게임을 제시하는데요. 노인들은 파우스터라는 신이 되어 재능있는 젊은이들을 파우스트로 만듭니다. 파우스터는 돈으로 주변 환경까지 세팅해서 자신이 선택한 파우스트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 역시 거대한 인생게임처럼 설계되어서, 파우스터들끼리 승부를 겨루기도 하죠. 노인들이 자신이 조정할 젊은이들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 역시 독특했는데요.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이라는 시의 회환마저 돈으로 지울 수 있을 것처럼, 자신이 미처 가보지 못했던 길을 걸어보는 것이죠.

 소수의 권력가들이 은밀히 즐기던 이 게임이 드러나게 된 것은 교통사고 때문이죠. 야구에서는 그런 말이 있죠.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왼손 파이어볼러인 최준석은 곧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의식을 차리니 최경이라는 여자가 그의 머릿속에 거머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파우스트와 파우스터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였는데요. 최경은 메피스토와 준석을 조정하는 파우스트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얽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최준석에게 접근한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파우스트 차운민과 그녀를 조정하는 파우스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저는 준석을 조정하던 태근의 말 때문에 이 시스템의 결함에 주목하게 되고, 그 반전까지 생각이 뻗어나가게 되었는데요. 어쩌면 그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설정 자체는 어디서 본 듯 한 느낌이 들지만, 우리나라의 상황과 잘 녹여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정말 흥미로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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