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 힘겨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심리 테라피
김병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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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의 <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요즘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책을 읽어보곤 하는데요. 이 책은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에 주목하지만, 제목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에 대한 진단도 잊지 않는데요. 사실 어디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겠죠. 요즘 화제가 되는 가짜뉴스에 대한 시선이 기억에 남더군요. 저는 아직도 인지편향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고 싶어하는 욕망을 인지부조화에서만 찾을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대중들의 분노 역시 살펴봐야 한다는 그의 의견이 자꾸 기억에 떠오르네요.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득증가가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더 이상 행복도가 오르지 않는다며, 돈이 행복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말할 때 활용되는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도 가계 총소득이 1 800만원을 넘으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그 수치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도리어 주목하는 것 같더군요. 생각해보면 그렇죠. 뉴스를 찾아보니 국내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3475만원이고, 상위 10퍼센트정도가 1억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해요. 물론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다각도로 되어 있는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에는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어야 비로서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가 절대적이지 않음을 몸소 깨달을 수 있다니, 쉽지 않겠네요. 그래서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감정은 안녕하신가요’, 저도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요. 그는 도리어 감정보다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하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부정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것, 그리고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더 유용하게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순간에 무엇을 하는지, 그게 그 사람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죠. 미사여구 혹은 과장된 감정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울 수도 있으니 말이죠. 일기를 쓸 때, 감정보다는 무엇을 했는지 더 기록하고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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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호기.박태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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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광복 이후부터의 현대 역사에서 펼쳐진 다양한 논쟁을 다루고 있는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는데요. 역사학과 사회학의 협업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시각으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40개의 논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문 연재를 기본으로 해서인지 분량이 작은 편이라, 읽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덜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자료를 검색하면서 봐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더군요. 아무래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들이 꽤 많았거든요.

창착과비평 대 문학과지성 논쟁처럼 경쟁과 연대를 통해, 사람들에게 토론의 장을 열어주고, 담론을 만들어가던 논쟁은 앞으로도 장려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겠지요. 그 글은 리영희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는데,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저 역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논쟁은 많지 않았어요. ‘한일 국교정상화 청구권 자금 논쟁이 딱 그런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죠. 일본에서는 독립축하금으로 한국에서는 청구권 자금으로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마무리했으니, 그 문제가 지금까지도 계속 발목을 잡게 됩니다. 거기다 왜 일본이 그때 한국에서 도리어 배상을 받기를 원한 것은 미군정이 일본인 사적재산을 불법으로 압류했기 때문이었는데요. 물론 그 재산을 한국 정부에 이관했다고 하나, 압류를 한 것이 미군정임에 불구하고, 한일이 알아서 잘 풀라고 발을 뺐다고 해요. 그렇게 미봉책으로 만들어버리니, 계속 문제가 꼬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 논쟁이 분단원인논쟁이었고, 기억에 남는 논쟁은 한일 국교정상화 청구권 자금 논쟁광주항쟁논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촛불시민혁명과 한국 민주주의입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현대사는 정말 격동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와중에 펼쳐졌던 수많은 논쟁들이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고,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질 수 밖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고요. 빚을 제대로 청산하지 않아서 고생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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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 한명회부터 이완용까지 그들이 허락된 이유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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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한 신하를 일컫는 간신’,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송사에 나오는 나라 망하는 데에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와 궤를 같이 하였는데요. 하지만 <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를 읽고 나니, 고려사에 나온 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간신의 등장은 결코 막을 수 없으니 군주라면 간신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신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의 목표 혹은 욕망만을 좇다 보면 어느새 그 결과가 간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특히나 김질의 이야기에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세종이 사가독서를 허가해줄 정도였고, 대리청정하던 문종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죠. 하지만 그는 단종복위 거사에 합류했다 실패한 것에 두려움을 느껴 세조에게 이를 밀고를 하면서 역사에 남을 간신이 되고 말았는데요. 사실 그게 저였어도 비슷한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이미 세상은 세조의 품 안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니 말이죠. 그래서 김질은 평범했고, 사육신은 비범했다. 그뿐이었다라는 마무리가 기억에 오래 남네요. 도리어 충신으로 기록된 사람들이 남다른 존재이고, 특별한 존재인 것이죠. 현대의 우리가 영웅이나 슈퍼히어로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처럼 말이죠.

 김질 뿐 아니라 홍국영, 김자점, 윤원형, 한명회, 이완용, 임사홍, 원균, 유자광을 통해 간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요. 이완용은 간신보다는 매국노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매국노라는 사실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지만, 과연 그만이었을까라는 질문을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신하를 간신으로 만드는 것을 경계했던 세종처럼 고종 역시 그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데 급급했으니 말이죠. 어쩌면 이완용이 나라는 팔아먹어도 왕실은 지키고자 했던 것이 고종의 뜻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이와 비슷한 경우는 원균과 선조에게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삼도수군통제사의 자리에서 이순신을 끌어내리고 원균을 앉혔던 자신의 실수를 덮고, 이순신을 깍아 내리기 위한 선조 때문에 그는 어쩌면 무능력하고 탐욕스러운 장군에서 간신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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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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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하시 히로키의 <배웅불>은 제 159회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하였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이유가 선명하게 느껴지더군요. 인간이 애써 감추며 살아가고 있는 이기심, 그리고 지극히 모순된 마음이 너무나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사실 처음에는 배웅불이라는 그 제목 자체에 끌렸습니다. 일본에는 오봉이 있지요. 선조의 영혼이 잠시 이승에 돌아왔다가 떠나는 기간, 첫날에는 길을 잃지 말라고 불을 킨다면 마지막 날에는 잘 돌아가시라고 불을 킨다고 해요. 그리고 그 기간에는 다양한 축제가 열려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도 하죠. 이 소설은 그 구조가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어요. 부모님의 잦은 전근으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는데 익숙한 아유무, 그는 도쿄에서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요. 아유무가 다니게 될 중학교는 이미 너무 인원이 작아서 곧 폐쇄하고 다른 학교와 합쳐질 계획이 잡혀 있을 정도죠.

그는 도시에서 왔다는 이유로 약간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급생들과 어울리게 되는데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그 곳에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안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나중에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어쩌면 대를 이어서 공동체를 결속시켜온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집요할 정도로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 집단따돌림과 학대였죠. 이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키라인데, 화투패를 이용한 참새잡기 게임을 통해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손기술을 이용한 속임수가 있었고, 희생양이 되는 인물은 언제나 미노루였죠.

도를 넘어서는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마을, 왠지 나중에는 그 마을에 대한 묘사 역시 숨막힐 정도로 답답한 밀실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유무가 다시 전학을 간다는 것에 절로 다행이라고 안심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처지던 사건의 연속을 마무리해주겠다는 듯이 선배가 등장합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처럼 질주하던 기차의 종착역은 끔찍한 비극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사실 저는 아직도 이 소설의 반전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제목으로 돌아갔던 것 같아요. ‘오봉’,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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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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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만약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연히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야 한다면, 미국이나 북유럽처럼 인구밀도가 낮은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우리나라는 너무나 개인의 공간, 그것이 물리적이던 심리적이든 상관없이 너무나 좁고 그래서 쉽게 침범되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더욱 예민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제가 열광하는 시리즈 서가명강: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에서 나온 4번째 책은 한국을 사회학적 시선으로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본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입니다. 부제는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인데요. 어느새 머릿속에서 잊혀져 있던 교과서 한 귀퉁이에 적혀 있을 법한 한강의 기적,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게 들려오는 헬조선이라 그런지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문구였네요. 이 책의 저자인 이재열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데요, 다양한 조사결과와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표를 잘 활용하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이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놓고 달려왔습니다. 말 그대로 압축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고, 많은 희생이 뒤따랐지만 민주화를 이루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성과를 누리기보다는 풍요의 역설’, ‘민주화의 역설속에서 길을 잃었죠. 분명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 특히나 각종 경제발전 지표를 보면 눈부시기 그지 없는데 말이죠. 도리어 한국인의 마음 속에는 불신’, ‘불만’, ‘불안이 가득하여 ‘3불사회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다각도로 분석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 우리가 갖고 있는 시스템이 위기를 숙성시키고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일단 그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보고,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쳐나가는 것이 대비책이 될 수 있겠지만, 만약 그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면 결국 구조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대비책이 그런 수준으로까지 확장되지는 않지만, 양을 늘리기보다는 이제는 질을 높여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정의와 평등, 연대와 역량이라는 가치를 우리 사회에 바로 세워서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마치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가 정책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물론 국민도 함께 고민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함께 만드는 품격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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