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즐거움 - 배고픈 건 참아도 목마른 건 못 참아
마시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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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배고픈 건 참아도 목마른 건 못 참아’, 저 역시 딱 그런 사람인데요. 지금도 책상 위에 먹거리는 없어도 마실 거리는 3종이나 올라와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바로 <마시는 즐거움>입니다. 마실 것에 대한 알쓸신잡이라고 할까요? 특히나 SNS대화 형식으로 내용을 구성해놓은 부분도 많아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어요. ^^

 이제는 탄산수로 방향전환을 했지만 한때는 콜라중독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콜라에 대한 이야기들이 재미있었어요. ‘코카콜라라는 이름도 로고도 디자인한 프랭크 로빈슨은 회계담당이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보통 여성의 몸매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 코카콜라의 컨투어 보틀이 사실은 검색의 오류에서 나온 디자인이었더군요. 그리고 코카콜라에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코카콜라롤 보내달라는 전보를 치키고 했던 아이젠하워, 그리고 히틀러의 콜라사랑은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하더군요. 바로 게오르키 주코프, 그는 독일의 러시아 침공을 막고 전쟁을 끝낸 인물인데요. 소련에서 영웅대접을 받던 그이지만, 문제는 제국주의 음료수인 콜라를 너무나 좋아했다는 것이죠. 그런 그를 위해서 색을 없애고 소비에트 별문양이 들어간 위장 콜라를 만들어줬다니, 놀랍기 그지 없네요. 콜라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어요. 바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전쟁인데요. 저는 코카콜라를 좋아하지만 말이죠. 그 치열한 경쟁을 종식시키는 곳이 있더군요. 바로 우주였어요. 우주에서는 냉기가 없고, 탄산 때문에 트림을 할 때마다 액체가 함께 나온다니,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음료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베지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소아과 견습의사가 유당불내증으로 영양가득한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아이를 위해 만들어낸 것이 베지밀이라고 해요. 정말 직업의식이 투철한 의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특히 맥주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많았는데요. 오늘은 맥알못이었지만, 맥주의 맛을 높이는데 기여했던 파스퇴르를 기억하며 맥주 한잔 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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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1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사람만 있으면 음료수 장사는 다 망할 거 같단 말 자주하는데, 책은 상당히 궁금하네요:)
 
제멋대로 떨고 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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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야 리사의 작품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을 잘 포착해내는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제멋대로 떨고 있어>에서는 아직도 중학교시절의 첫사랑을 마음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에토 요시카가 등장합니다. 경리과에서 일하고 있는 26의 그녀는 아직도 공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타쿠기질이 강한 모태솔로인데요.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펼쳐집니다. 바로 같은 회사 영업과 직원인 의 고백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치, 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일본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치는 누굴까요? 바로 중학교때 짝사랑한 만화 속의 왕자님이죠. 하지만 는 그녀의 이상형과 달리 체육계의 느낌이 가득하고, 심지어 그녀는 가 경리과 여자는 살림을 잘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죠.

 요시카는 반발이라도 하듯이 그저 짝사랑이었을 뿐 전혀 접점이 없었던 이치와의 인연의 끈을 엮어내는데요.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만화 속에서 살아가던 이치와의 만남, 그녀에게 여전히 그는 왕자님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이치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정말 그 정도일까?’ 싶을 정도였고, ‘콩깍지가 제대로구만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더군요. 생각해보면 저의 짝사랑도 그런 존재이기는 하지만, 사실 저는 다시 만날 용기를 내본 적은 없거든요. 그 시절의 모습은 그대로 그냥 두고 싶은 욕심에 말이죠. 하지만 그녀는 용기를 냈고, ‘이치와의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이치는 여전히 왕자님이고, 그녀와도 너무나 잘 맞아요.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죠. 아마 여자들이 갖고 있는 영원한 딜레마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남자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녀 역시 같은 딜레마에 빠졌고, 또 그녀답게 헤쳐 나오더군요.

 때로는 너무나 엉뚱하면서도 무모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여리고 소심하기도 하고, 어쩌면 정말 딱 우리 같은 그녀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단편 사이좋게 지낼까?’가 수록되어 있어서, 혹시 몇 년 후’, 이런 것이 아닐까 내심 기대했는데,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나름의 매력에 빠져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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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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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의 발전이 빠르다고 하지만, 제가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인데요. 그래서인지 김재훈의 <더 디자인> 1권 역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21세기 북스에서 새롭게 내놓은 시리즈 지식만만의 시작이기도 한데요. ‘지식만만지식을 만화로 만나다의 줄임말인데, 이 역시 언어의 디자인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로 읽는 현대 디자인의 지도라는 부제답게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그들이 끼친 영향력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프랑크푸르트 주방의 설계자 마라게티 쉬테-리호츠키가 기억에 남습니다. 현대인의 주방을 그리고 미래를 그린 영화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형태의 시스템 주방을 설계한 분입니다. 건축설계가 남성의 전유물이던 시절,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설계를 통해 인류의 삶의 풍경을 바꾼 인물이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한 것이 늘 최고는 아니지만 최고는 늘 단순하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가 남긴 디자인이 최고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실용적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깜짝 놀란 사실이 있죠. 지금도 저의 집 냉장고에 들어 있는 추파츕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추파츕스 하면 떠오르는 그 알록달록한 포장지가 바로 살바로드 달리의 스케치였다고 하네요. 다음에 추파츕스를 먹으면 그 포장지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아이 러브 뉴욕, ‘I NY’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저도 옷장을 뒤져보면 이 로고가 그려진 티가 몇 개 있을텐데 말이죠. 다양한 변주로 나와서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밀턴 글레이즈의 디자인인데, 그가 9.11 테러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만든 디자인을 보며, 디자인이 갖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하나로 다시 모을 수 있는 그런 힘 말이죠. 이 디자인의 다양한 변주가 재미있었는데, 저작권 등록이 안되어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어쩌면 그래서 이 로고의 생명력이 더욱 강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가 많은 디자인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하면 빠질 수 없는 디자이너 알버트 알토의 말처럼 디자인은 과시가 아니라는 것을 저도 깨닫고 있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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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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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독특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인구조사를 의미하는 센서스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죠. 이 책의 키워드를 라면 시한부, 다운증후군, 인구조사정도를 떠올리겠지만, 저는 이상하게 가 떠오르네요.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은 소설이었거든요. 다운증후군인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 그들이 느끼는 감정, 대화 같은 것들이 시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회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까요?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인구조사라는 일과 겹쳐 있어서 더욱 대비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지요. 아니면 본문의 구성이 시와 비슷한 편이라 그런 것일까요? 왜 이런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 저 역시 궁금해지네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 꿈이었던 아내의 꿈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엄마처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은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던 남자는 정 반대의 위치에 서게 되고, 그는 아내와 달리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갖게 됩니다. 아내의 꿈을 대신해 떠나는 인구조사라니, 처음에는 ?’리는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채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군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꿈도 한 조각 들어갔지만, 아들이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도 한 조각 들어가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자신이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아니면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부모라는 울타리가 아들을 지켜줄 수는 없지만, 그 동안 함께해온 모든 시간들이 그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이죠. 물론 인구조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단편적, 아니 파편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마치 아들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 아들에게 오지랖을 떨며 이상한 시선을 보냈던 사람들까지 모두다 그런 존재라는 느낌을 주었어요. 그래서 그의 회상 속의 시간들이 도리어 빛이 났던 것 같습니다.

 A에서 시작하여 Z로 나아가는 여행, 커다란 알파벳으로 구분되는 장들은, 어느 순간 급박하게 넘어갑니다. 그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주지는 장치지만, 실제로도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이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묘한 중첩이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이별의 장면, 기차를 타고 떠나는 아들을 보는 아빠의 시선은 너무나 덤덤하게 묘사되는데도 불구하고 눈물이 절로 나더군요. 작별의 그 모든 시간에 아빠의 눈빛, 손길은 아들에게 영원히 따듯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그가 가슴에 새기던 문신처럼 말이죠. 하지만 희미한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 역시 이해가 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시 볼은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형을 갖고 있었기에, 그 표현이 더욱 맘에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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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 -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희곤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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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사립 교육 기관인 서원 중에서 9곳이 2019년 유네스코에서 발표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합니다. 서원들은 유학자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사상과 삶을 흠모하는 유생들이 모여서 배우고, 뜻을 세우고, 그 뜻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죠. 이번에 읽은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9개의 서원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데요. 이 서원들의 특징은 자연과 어우러지면서도 제향자의 정신을 건축으로 잘 구현한 특징 역시 갖고 있다고 해요.

안향 선생의 영주 소수서원, 정여창 선생의 함양 남계서원, 이언적 선생의 경주 옥산서원, 이황 선생의 안동 도산서원, 김인후 선생의 장상 필압서원, 김굉필 선생의 달성 도동서원, 류성룡 선생의 안동 병산서원, 최치원 선생의 정읍 무성서원, 김장생 선생의 논산 돈암서원을 만날 수 있는데요. 사진이 너무나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좋았는데요. 백성이 편하게 살아야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기에 편의수십조를 지어 행하기도 했다는 정여창, 그의 사당으로 향하는 수직계단을 보지 못했다면, 존경심으로 우러러보게 하는 그 공간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실천적 의리 학문을 펼친 김굉필의 도동서원의 경우는 사진이 없었다면 직선으로 펼쳐지는 형태의 건물의 간직한 느낌을 글로만 오롯이 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겠지요.

사실 저는 서원하면 도리어 서원의 폐단혹은 서원철폐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역사시간에 암기한 키워드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서원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또한 건물 하나하나에도 선현의 뜻을 담아내고, 그 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해나가기를 바랬던 그 마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제일 아름답게 생각했던 김굉필의 도동서원, 특히나 그 앞에 자리잡은 4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은행나무를 만나러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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