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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 -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희곤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5월
평점 :
조선시대의 사립 교육 기관인 서원 중에서
9곳이 2019년 유네스코에서 발표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합니다. 서원들은 유학자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사상과 삶을 흠모하는 유생들이 모여서 배우고, 뜻을 세우고, 그 뜻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죠. 이번에 읽은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은 9개의 서원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인데요. 이 서원들의 특징은 자연과 어우러지면서도 제향자의 정신을 건축으로 잘 구현한 특징 역시 갖고
있다고 해요.
안향 선생의 영주
소수서원, 정여창 선생의 함양 남계서원, 이언적 선생의 경주
옥산서원, 이황 선생의 안동 도산서원, 김인후 선생의 장상
필압서원, 김굉필 선생의 달성 도동서원, 류성룡 선생의 안동
병산서원, 최치원 선생의 정읍 무성서원, 김장생 선생의 논산
돈암서원을 만날 수 있는데요. 사진이 너무나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 좋았는데요. 백성이 편하게 살아야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기에 ‘편의수십조’를 지어 행하기도 했다는 정여창, 그의 사당으로 향하는 수직계단을
보지 못했다면, 존경심으로 우러러보게 하는 그 공간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실천적 의리 학문을 펼친 김굉필의 도동서원의 경우는 사진이 없었다면 직선으로 펼쳐지는 형태의 건물의 간직한
느낌을 글로만 오롯이 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겠지요.
사실 저는 서원하면
도리어 ‘서원의 폐단’ 혹은 ‘서원철폐’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역사시간에 암기한 키워드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서원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또한 건물 하나하나에도 선현의 뜻을 담아내고, 그 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해나가기를 바랬던 그 마음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제일 아름답게 생각했던 김굉필의
도동서원, 특히나 그 앞에 자리잡은 4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은행나무를 만나러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