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경제사 - 음식이 만든 인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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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의식주라고 하죠.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 아닐까 해요. 말 그대로 생존이 걸린 문제니 말이죠. 그래서 음식을 통해 역사를 살펴보는 것 역시 흥미로웠네요.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우기도 하겠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동력이 되곤 하니까요.

  11가지의 음식이 나오는데요.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벼농사는 중앙집권적인 황제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밀을 먹는 민족들은 단단한 밀을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고요. 물론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작물만이 승리자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죠.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그리고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이 그러했죠. 심지어 헤로도토스는 그리스는 빈곤이라는 친구가 늘 곁에 있는 곳이라고 했다고 하니, 제가 생각해온 그리스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바위투성이의 땅에서 보리를 주식으로 한 그리스 역시 밀이 났던 풍요로운 나라 페르시아를 이기죠. 스파르타 역시 그러하고요. 생각해보면 결국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밀을 먹고 있는 민족이기도 하고요. 결국 간절함이 가장 주요한 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청어였어요. 농노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던 중세 유럽 청어떼는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냈는데요. 그 바람의 이름은 바로 자유였습니다. 청어는 무역을 만들어냈고, 상업이 성장하면서 결국 상업자본을 만들었죠. 우리나라 역시 청어가 잡혔고, ‘가난한 선비를 배부르게 한다는 뜻의 비유어라고 불렸다고 하죠. 물론 쌀을 기반으로 한 우리 나라에는 중앙집권세력이 존재했고, 심지어 조선은 억상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이겠지만요. 이처럼 음식을 통해 세계사를 살펴보고, 우리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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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양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엮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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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잡학이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읽은 김대웅의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문화교양사전> 역시 딱 그런 흐름에 어울리는 책인데요. 목차만 봐도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인문학을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고 하니, 어떻게 보면 잡학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문학과 연결된 것이 아닐까 하네요.

 얼마 전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요. 바로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입니다. 여기에서 소개된 첫 책이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인데요. 저 역시 이 책을 정말 좋아했고, 그 이후로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챙겨 읽기 시작했어요. 저자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 책을 설명해줍니다. 잘 정리된 서평을 읽는 느낌이더군요. 진화는 자연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인위적인 진화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죠. 인류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과학의 힘으로 인류의 삶은 급변하고 있죠. 그래서겠죠. 유발 하라리 역시 유전공학, 사이보그공학, 비유기물공학을 통해 인류의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자연선택으로 이루어진 진화가 아니라는 것은 하나의 장점이 있죠. 바로 그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을 원하느냐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인간성이겠지요.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나요. 저 역시 남편에게 내 말이 BGM이냐라고 따질 때가 있는데요. 목표지향적인 남성과 방향지향적인 여성, 그렇게 직접 사냥을 했던 남성과 정보를 공유하며 채취를 했었던 여성에게는 너무나 오래 전부터 각인되어 있던 차이이기 때문에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화가 나죠. 물론 남자의 폭력과 여성의 수다를 연결시키는 것은 조금 과해 보이지만, 다시 한번 그 차이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남성과 여성 사이에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여성이 남성을 비난하는 것은 남성 그 자체보다는 남성중심주의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너가 아니라 너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말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자신의 상황이 되었을 때는 전혀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저자의 생각처럼 시간만이 답이겠지요. 세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펼쳐지는 잡학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수 밖에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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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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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의 장소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는데요. 이를 가장 잘 풀어서 설명한 것이 바로 집을 떠난 집이 아닐까 해요. 집을 떠나있어도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데요. 그 표현을 우리 식으로 생각해보면 단골이라는 말이 조금 겹쳐지는 것 같아요. 대도시가 만들어주는 익명성을 편하게 생각하지만, 책을 읽으며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저에게도 제 3의 장소가 꽤 있었고 그 추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에게 이런 감각을 일깨워준 책은 바로 정나영의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교수로서 워싱턴주의 엘렌스버그라는 시골도시에 자리잡은 정나영은 소도시에서 만난 작은 가게들의 매력이 바로 3의 장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요. 그녀가 소개한 작은 가게들, 그리고 그 곳에서 펼쳐진 일상의 풍경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라요. 빅데이터라는 낯선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쌓아가는 우정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러하죠. 나 자신이 거대한 컴퓨터 속에 자료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왠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겨울이면 따듯한 코코아를 즐겨 마시는 절 기억해주던 작은 가게의 주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히 따듯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가게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애비드 서점입니다. 사실 책 제목과는 조금 어긋나는 곳 중에 하나인데요. 2011년에 설립된 서점이거든요. 왠지 엘프를 연상시키는 학생의 초대로 처음 가본 서점에서 그녀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서점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가게처럼 느껴졌다고 해요.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정말이지 다이애건 앨리 어딘가에 가져다 놓아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 곳에서 펼쳐지는 낭송회를 함께하며 그녀는 작은 가게들이 대형매장을 이길 수 있는 힘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 역시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절로 했어요. 편리함과 능률적인 것은 대기업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것이 시스템화된 그 곳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삭막한 공간일 수 있죠. 그 틈을 채워주는 정감 있는 공간들, ‘ 3의 장소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가게 주인들 뿐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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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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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사카 유지의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이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단 물음표들을 하나씩 소거해나갈 수 있는데요. 일본의 극우들이 도대체 왜 저런 행태를 보이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될 때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끝내 해결될 수 없었던 궁금증이 꽤나 많았던 것 같아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극우가 득세를 하는 것은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함을 외부로 표출시킬 수 있는 타겟을 만드는 것도요. 그러고 보면 잃어버린 20을 지나온 일본에서 극우가 힘을 받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거 같기도 하고요. 또한 일본인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 역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일본이 외부에 눈길을 돌릴 때 마다 가장 손쉽게 타겟으로 삼는 것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죠. 지금도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정치와 안보 그리고 나아가서는 군사문제까지 다 얽혀져 있는데요. 아베는 그저 자신은 평화를 원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가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논리로 써나갈 평화라는 점이 문제겠죠.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헌법을 강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조차도 바꿔 쓰겠다는 야욕은 정말 그 단어의 뜻 그대로 자기 잇속만 채우려는 더러운 욕심입니다. 그가 꿈꾸는 아름다운 나라 역시, 그에게만 혹은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극우세력에게만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 문제죠.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를 정말 잘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는데요. 보상과 배상의 차이, 적법한 행위가 유발시킨 손해는 보상을 하는 것이고 위법한 행위가 유발시킨 손해는 배상을 해야 하는데요. 박정희 정부 때 한일협정에서 배상금이 아닌 보상금을 받은 대한민국은 한일강제병합이 적법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한 것일 수도 있더라고요. 왠지 모를 답답함이 마음에 가득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반성해야 하고, 현재는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고, 그래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죠. 이 책은 그런 면에서도 정말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한일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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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사이먼 레일보 지음, 김지원 옮김, 이정모 감수 / 이케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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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어떤 심해어의 생활방식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눈의 온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서, 먹이를 잡는데 사용한다고 해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했어요. 그러던 차에 <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읽었는데, 정말 저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네요.

 통합생물학자 사이먼 레일보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해서 동물들이 갖고 있는 운동능력에 대해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자연선택과 성선택은 동물의 진화뿐 아니라 운동능력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동력이었지요. 그런데 임신을 한 암컷은 어떻게 자신의 운동능력을 지킬까요. 생존의 문제가 걸린 문제니 말이죠. 녹색이구아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암컷은 운동능력저하를 갖게 되요. 단순히 무게가 늘어난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적으로 호르몬적으로 변화를 겪기 때문에 출산 후에도 원래대로 복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그들은 다른 행동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죠. 녹색이구아나는 신체적인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데요. 성별에 따라 다른 형태, 그리고 다른 생활방식을 를 갖고 있는 것에 끝판왕은 심해에 사는 아귀였어요. 정말 신기하더군요.

 새들은 하늘을 날아야 하죠. 그래서 균형과 타협이 그들에게는 정말 주요한 문제에요. 날아야 하는 조류가 진화하는 방식은 말 공기역학과 큰 연관성이 있고, 날기 위해서 기능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이 발생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그런데 생존을 위해 날 수 있는 능력을 아예 버리는 경우도 있죠. 그 중에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갈라파고스 가마우지인데요. 그들은 다이빙에 의존하여 생존을 하기 때문에, 다이빙과 비행의 타협상황에서 다이빙의 길로 나아갔죠. 덕분에 어설프지만 날 수 있는 다른 가마우지 종들과 달리 갈라파고스 가마우지는 나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죠. 생존을 위해 동물들이 택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그들의 운동능력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확인할 수 있기에 너무나 흥미진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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