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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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의 장소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는데요. 이를 가장 잘 풀어서 설명한 것이 바로 집을 떠난 집이 아닐까 해요. 집을 떠나있어도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데요. 그 표현을 우리 식으로 생각해보면 단골이라는 말이 조금 겹쳐지는 것 같아요. 대도시가 만들어주는 익명성을 편하게 생각하지만, 책을 읽으며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저에게도 제 3의 장소가 꽤 있었고 그 추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에게 이런 감각을 일깨워준 책은 바로 정나영의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교수로서 워싱턴주의 엘렌스버그라는 시골도시에 자리잡은 정나영은 소도시에서 만난 작은 가게들의 매력이 바로 3의 장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요. 그녀가 소개한 작은 가게들, 그리고 그 곳에서 펼쳐진 일상의 풍경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라요. 빅데이터라는 낯선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쌓아가는 우정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러하죠. 나 자신이 거대한 컴퓨터 속에 자료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왠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겨울이면 따듯한 코코아를 즐겨 마시는 절 기억해주던 작은 가게의 주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히 따듯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가게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애비드 서점입니다. 사실 책 제목과는 조금 어긋나는 곳 중에 하나인데요. 2011년에 설립된 서점이거든요. 왠지 엘프를 연상시키는 학생의 초대로 처음 가본 서점에서 그녀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서점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가게처럼 느껴졌다고 해요.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정말이지 다이애건 앨리 어딘가에 가져다 놓아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 곳에서 펼쳐지는 낭송회를 함께하며 그녀는 작은 가게들이 대형매장을 이길 수 있는 힘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 역시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절로 했어요. 편리함과 능률적인 것은 대기업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것이 시스템화된 그 곳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삭막한 공간일 수 있죠. 그 틈을 채워주는 정감 있는 공간들, ‘ 3의 장소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가게 주인들 뿐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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