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빼앗긴 M1900을 찾아서
이성주 지음, 우라웍스 기획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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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코레아 우라(Korea ura,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던 안중근. 문득 저는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독립운동의 상징과 같은 그가 너무나 익숙해서 잘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사실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특히나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을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저 총이 좋아서, 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유튜브채널 건들건들을 만들었습니다. 문화콘텐츠 창작자인 이성주, 외화번역가 강준환, 콘텐츠 기획가 이영상이 모여 여러 콘텐츠를 만들던 안중근 기념관에 브라우닝 하이파워라는 안중근과 전혀 관계없는 총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심지어 그것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과 다름 없었기에 그들은 안중근이 의거에 사용한 M1900을 복각하여 기증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들은 우라웍스를 설립하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처음에는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점점 커져버렸지요. 그가 사용한 총을 복각하고, 그가 왜 그 총을 선택했는지라는 하나의 질문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게 되고, 결국 안중근과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까지 뻗어 나가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KBS 특집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추적 안증군의 총으로 만들어져 방송되기도 했다는데, 꼭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총을 실험하는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영상이 갖고 있는 정보 역시 접해보고 싶거든요.

 저 역시 책을 읽으면서 마치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분마저 들었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그리고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그가 사용한 총이 사라진 것이 아쉽기도 하고, 왠지 관동대지진때 분실했다는 일본측의 설명이 별로 믿음이 안 가기도 하고 말이죠. 아무래도 그만큼 일제가 안중근에 대한 것을 지우려고, 한국 사람들이 독립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조차 말살하려고, 그래서 그의 의거를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으로 축소시키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욱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는지 몰라요. 안중군의 의거 이후 남겨졌던 안중근의 가족, 큰아들은 어린 나이에 누군가가 건낸 과자를 먹고 독살당했고, 다른 가족들은 도피와 유랑생활을 해야 했죠. 일제는 감시와 위협으로 그들을 대했고, 임정이 가족을 돌봐주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둘째아들인 안중생이 홀로 남았어요. 그는 내선일체를 요구했던 일제에 포섭당했고, 사람들은 그를 욕했죠. 그런데 안중생은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도 기억 못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죽음이었다고 말이죠. 그 당시의 우리의 사정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겠지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독립운동가들이 지켜낸 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프로젝트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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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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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는 집집마다 술을 빚었고 그 방식이달랐다고 해요. 말 그대로 가문에 내려오는 비법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주식이 되는 곡물을 사용하여 술을 만드는 것이 왕의 명령으로 금해지는 일이 많았고, 이후에 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 거의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수제맥주를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그이야기를 듣고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번에 <한잔술, 한국의 맛>을 읽으면서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전통주를 즐겨야 아쉬움을 덜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농림축산식품부가설립한 전통주 갤러리의 초대 관장이자 전통주 소믈리에이현주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정말 다양한 전통주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데요. 전통주가 간직하고 있는이야기와 만드는 방법 그리고 함께 즐기면 좋은 안주들까지 정말이지 술을 부르는 책이네요. 그 중에 이강주가 있습니다. 술에들어가는 재료를 따서 붙인 이강주, 말 그대로 배와 생강이 들어가고,거기에 울금과 계피 그리고 꿀이 들어간다고 해요. 최남선이 소개한 조선의 대표적인 술 세가지중 하나인 이강고를 이은 술이기도 하죠. ‘한여름 밤의 초승달 같은 술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그 병이 마음에들었어요. 저는 술 선물도 자주 하는 편이라서요. 에밀레종으로더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의 모양을 딴 술병은 선물을 하거나 나눠 마시면서도 함께 할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 같네요.


 이강주와같은 증류수 그리고 저 역시 즐겨마시는 교동법주와 같은 약주도 있지만 탁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민속주 제1호이자 전통식품명인 유청길이 만드는 금정산성 막걸리에 동래파전은 정말 환상적일 것 같군요. 책에 소개된 많은 술들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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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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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제왕권 시대에 왕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적통을 인정받아 혹은 여러 이유로 왕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비극으로 마무리 되었던 인물들의 이야기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 아무래도 폐세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사도세자이지만 그는 폐세자가 아니더군요. 후에 복위되었기 때문에 조선 역사에 남은 폐세자는 4명입니다. 그 중 광해군의 적장자 이지가 있습니다. 다른 폐세자들과 다르게 그의 아버지는 왕위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에 그는 죽어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였어요. 아버지, 그리고 동생까지 왕권을 지켰던 양녕대군의 묘와 비교되어서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더군요.

폐세자 혹은 요절하여 왕위를 잇지 못한 왕세자, 왕세손, 황태자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조선의 역사와도 연결되는데요. 영조의 아들로는 사도세자가 워낙 유명하지만, 그에게는 큰아들 효장세자도 있었습니다. 아들이 10살에 병을 앓다 죽자 영조는 자신의 왕위와 그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며 슬퍼했다고 해요. 사도세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영조가 그렇게 잔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의 삶 역시 참 녹록치 않았단 거 같아요. 효장세자는 사도세자가 죽은 후 정조를 양자로 들이면서 왕으로 추존되었습니다. 추존된 왕 중에 의경세자도 있습니다. 병약했던 그가 요절하고, 그의 부인인 소혜왕후 한씨와의 소생인 성종이 왕이 되면서 그 역시 왕이 되었죠. 소혜왕후 한씨하면 좀 낯설지만 그녀가 바로 인수대비였죠. 뛰어난 정치적인 감각으로 빛났던 그녀가 내훈을 썼다니 조금은 아이러니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녀는 왕실의 최고 어른인 대왕대비로 승하했기 때문에, 특이하게 의경세자의 능은 왕비가 도리어 상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예법을 가지고 엄청난 논쟁을 했던 조선시대에 이때는 논쟁이 없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후의 이야기들을 찾아보고 싶어지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마련이니, 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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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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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누군가 올해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좋았던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라고 답할 것 같네요. 순박하고 행복했던 시골청년 치논소가 사랑하는 연인 은달리를 얻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고, 결국 그 마음마저 무너져내리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필 바로 전에 멋진 신세계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 세상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 세상에선 그에게 주어질 수 없는 것을 원하지 않게 해줄 테니, 그는 여전히 자신이 아끼는 새들과 함께 평온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는 사랑에 빠졌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반복하다 결국 사랑마저 잃게 되는데요. 하지만 비극속에서 그릇된 선택을 반복한 그이지만, 그에게는 수호령 가 있습니다. 이 책은 치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져요. 그는 수호령이기에 치논소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의 가장 충실한 대변자가 될 수 있죠. 때로는 나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저를 감동시킨 수호령 는 나이지리아의 전통적인 우주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선 존재는 아닌 거 같아요. 모든 사람들마다 깃들어 있다는 그 수호령은 마치 조상신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요. 그리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처럼 큰 잘못을 했을 때 절대 신 앞에서 변호할 수 있는 수호령의 모습은 신과 함께에서 봤던 것과 비슷하거든요.

 책을 다 읽고 다시 제목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웃긴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마이너리티는그 수로 보자면 다수이지만 소수자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치논소의 아버지가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그러하죠. 매의 공격에 그저 당하기만 하는 닭이 그저 소리내어 우는 것 밖에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이후에 세상에서 소수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역시 그저 우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해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속이 상하네요. 그래서 어쩌면 비현실적인 존재 수호령에게 기대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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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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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혁신을 이루었다고 일컬어지는 헨리 포드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도 큰 영감을 주었던 인물이 아닌가 하네요. 컨베이어 벨트에서 끝없이 생산되던 포드 자동차, 그걸 보면서 찰리 채플린은 모던타임즈’,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그려냈는데요. 지독하게 역설적인 표현인 멋진 신세계가 펼쳐지는 세계국은 포드 자동차가 생산되던 그 해를 원년으로 삼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생산되던 그 자동차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이 대량생산의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심지어 그들은 만들어질 때부터 이미 등급이 나뉘어져 있고, 그 등급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멋진 신세계라는 기계속의 부품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 속의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소마라고 하는 마약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 외에는 처음부터 꿈꾸지 않아요. 그들의 삶에는 불안도 불만도 없거든요. 물론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꼭 닮은 그래서 신세계와 대비되는 그 세상에서 온 야만인 존의 눈에는 더없이 기괴하게 보였겠지만 말이죠.

 아주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저는 존의 시선에 공감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멋진 신세계가 보여주는 세상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통찰력에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SF소설처럼 읽으며 그의 상상력에 감탄했다면 이제는 미래를 예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작품 중에 조지 오웰의 ‘1984’가 있어요. 그 두가지의 세계가 합쳐져서 현대사회의 밑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멋진 신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완전히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이 바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것만 충족시킨다면 꽤나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자본주의적인 행복 어쩌면 쾌락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었다고 할까요? 가치판단의 모든 것은 돈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말초적인 자극에 쉽게 반응하고 흥분하고 또 쉽게 잊어버리고 있지요. 사색이라는 것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너무나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멋진 신세계처럼 완벽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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