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노트북이랑 반지 안 사줄거야?"
우리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말을 합니다.

바로 어젯 밤. 가끔씩 보다 안 보다 하다 드디어 우리 아이의 눈에 띈 드라마가 있습니다. MBC 에서 하는 일일연속극 <올마나 좋길래>지요.

지난 번에 한 <불량가족>을 볼때도 예쁜 누나가 나왔다고 무척 좋아하더니 이제는 이런 드라마에 맛을 들였나봅니다. 저보다 더 신이 나서 저녁을 먹는데 8시부터 채널을 고정시키고 기다립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며 차에서 도망을 가고 양가 어머니들은 만나서 약혼식장을 찾습니다.

울 아들 "엄마, 약혼이 뭐야?"
"응,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는 거야. 결혼식 하기 전 이렇게 약혼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엄마도 했어?"
"아니, 엄마는 그냥 결혼식만 했어."

울 아들 조금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자신도 나중에 그냥 약혼은 안하고 결혼식만 할 거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지요.
"엄마 ,나 결혼할 때 엄마가 노트북이랑 반지 사줄거지?"
"그걸 왜 엄마가 사주니? 네가 사던가 네 여자친구에게 사달라고 해."

그 때는 어른이 될텐데 자신이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달랑 갖고 싶은 것만 이야기합니다. 하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가 기가막혀 한 마디 했더니 눈물을 글썽이네요.

게다가 울 신랑이 얼마나 노트북을 껴안고 애지중지 하는지 일곱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결혼 선물이 노트북입니다. 꿈이 크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작다고 해야 하나, 아직 세상 물정 몰라 집이나 자동차 같은 것을 안말했다고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울 신랑 이 이야기 듣더니 너무 기가 막히나봅니다. 줄 줄은 잘 모르고 너무 받을 줄만 아는 건지 아직 어리다고 기다리면 되는 것인지, 달랑 아이 하나이다보니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크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지요.

지난 번에는 자신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그 때 이유를 물었더니 반지가 너무 비쌀 것 같다고 합니다. 울 아이 그동안 모은 용돈이랑 세배돈 지갑에 넣어 가지고 있는데, 그 돈으로 사지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결혼을 할 거라고 하는 아이.

다섯살 까지는 절대로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하더니 불량 가족을 본 후 너무 예쁜 누가가 있다고 그 누나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실언까지 했지요. 바로 취소를 한 후 엄마가 제일 예쁜 일등, 그 누나가 그 다음으로 예쁜 2등이라고 했지만, 엎어진 물을 담을 수는 없는 일.

다음에는 드라마를 보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집니다. 밥 먹을 때 제가 심심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른 것을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 점점 드라마에 빠지는 울 아들.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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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8-3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아들은 주몽하는날은 밥먹기 전부터 티비를 켰다 컸다 반복하면서 기다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