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제헌절. 어제가 제 생일이었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생일이 그리 반갑지만을 않는 것 같아요. 생일 초가 하나씩 늘어갈 때면 저 역시 20대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 때문일까요!
작년에는 울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주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자신이 하면 맛이 없다고 그냥 저보고 하라고 하네요.
아침을 간단히 미역국으로 먹고 점심에는 친정 식구들과 함께 음식점에서 그리고 집으로 옮겨 케잌에 촛불을 끄고... 그냥 편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조카 아이들이 줄기차게 놀더니 저녁까지 준비를 하고 시중을 들어야 했답니다.
생일날이 더 바빴던 것 같았지요.
제 어머니께서 생일날 더 바쁘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부모님께서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더 기쁘더군요.
울 아이 이제 일곱살 며칠 전부터 "엄마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어?"하고 묻더니 문방구에 가서 반지를 하나 사서 지 아빠랑 색종이로 상자를 만들고 탈지면까지 넣어 포장을 했답니다.
어제 엄마는 절대로 보면 안 된다고 하며 둘이 무슨 작전모의를 하는 것처럼 하더니 이내 반지를 가지고 와서 "엄마, 이 반지 한 번 껴 봐. 잘 맞아?"하고 물어보는 실수까지...
그래도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해서 하루종일 반지를 끼고 있답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만 바라면서...
친정 식구들이 돌아간 후 남편과 이야기를 해보았답니다.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우리들의 생일날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어떤지 내년부터는 그렇게 해보자고 하였지요.
그것은 또한 아직도 무척 자기중심적인 울 아이를 위해서도 좋은 모범이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고 이만큼 잘 길러주신 부모님께 늘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계실 때에 더욱 잘해드리자 생각해봅니다.
달랑 아들 하나인지라 나중에 같이 살자고 늘 말하는 우리 아이에게 그러자고 대답은 하면서도 요즘 자식이랑 같이 살기를 기대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하루가 다 지나갔네요. 바쁜 하루였지만 즐거운 시간이었고 뜻하지 않은 선물까지 아이에게 받아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