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가 일을 했기 때문에 연말에 무척 바빴답니다. 좀 기산적인 여유가 생기자 크리스마스가 훌쩍 지나고 2005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지요. 아이에게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책 한권 읽어주지 못해 마음이 좀 아프더군요.
올해 일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을 했지요. 그리고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자고 다짐을 했는데 아이가 읽은 도서목록을 작성해서 살펴보니 제법 많은 양의 그림책을 읽은 흔적이 나타나 마음이 흡족하더군요.
이제 12월. 아이와 12월이 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예쁜 장식품을 사고 트리 장식을 하고 다양한 재료를 사다 함께 크리스마스 리스도 만들어 걸었답니다. 아이가 무척 좋아하더군요. 양초도 함께 만들자고 재료를 사 놓고 아직 조금 기다리라고 해 놓았지요. 사실 제가 꾸미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데 아이도 저를 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성탄절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보며 함께 읽고 있지요. 예수님의 탄생에 관련된 성탄 고유의 내용과 그 이후 사람들 속에 자리 잡은 사랑과 풍습,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 내용을 모르고 처음에는 단순히 크리스마스가 되기 아홉 밤 전부터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멋진 이국적인 크리스마스 풍습이 저 뿐 아니라 우리 아이의 마음도 붕 뜨게 만들었답니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같은 기독교 문화가 아닌 다른 나라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풍습이나 혹은 다른 축제 같은 이야기를 실은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도 이런 지식이 쌓이면 더움이 될 것 같구요.
멕시코의 크리스마스 축제에 대한 이야기.
“숲 속에서”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리 홀 예츠’의 작품인데 멕시코의 풍습을 알기 위해 ‘오로라 라바스티다’라는 작가와 함께 이 이야기를 만들었답니다. 또한 이 상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멕시코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아홉 밤 전부터 집집마다 돌아가며 파티를 벌입니다. 그것이 바로 ‘포사다’입니다. 그리고 그 포사다에는 ‘피냐타’라는 인형이 중요한 핵심이 되는데 그 인형은 점토 항아리로 된 것에 종이를 붙여 만든 다양한 모양의 인형이랍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시’라는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 아이입니다. 드디어 세시가 처음으로 집에서 포사다를
열게 되었지요. 그것도 제일 먼저.
행복에 겨워 들뜬 세시. 어떤 피냐타를 갖게 될까 궁금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인형 ‘가비나’에게 이 즐거운 소식을 알려줍니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멕시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었지요. 부유한 집에는 세시의 집과 같이 하녀들이 있네요.
‘마리아’라는 하녀와 함께 빨리 포사다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세시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세시가 인형 가비나에게 하는 말 속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드디어 엄마는 세시를 데리고 시장으로 갑니다. 자신의 인형 가비나를 품에 안고 어떤 피냐타를 고를지 망설이는 세시.
“아하, 피냐타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멋진 그림. 그 속에서 세시는 멋진 별 모양의 피냐타를 고릅니다. 마치 피냐타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세시에게 속삭이는 장면도 재미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세시의 집은 포사다 준비로 바빠집니다. 음식과 불꽃놀이 준비를 하고 세시 또한 피냐타에 과일과 사탕 등 하나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그 피냐타는 줄을 매어 공중으로 올려지지요. 이제 피냐타가 무엇을 하는지 알겠더군요. 학교 다닐 때 콩주머니로 열심히 박을 깨뜨리던 기억이 나면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첫 피냐타가 깨지기를 바라지 않는 세시.
아이들은 모두 모여 분장을 하고 요셉과 마리아, 당나귀 인형을 들고 행렬을 합니다. “포사다”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재현하는 멕시코의 카톨릭 문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드디어 피냐타가 아이들에 의해 깨지고, 잠시 슬퍼하던 세시. 하지만 하늘 위로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피냐타는 이제 진짜 별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가비나, 너도 봐! 저 별이 진짜였기 대문에 사람들은 그걸 깨뜨릴 수 없었어! 사람들이 깨드린 건 항아리일 뿐이야. 가비나,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위해 이 세상에 새 별을 보낸거야. 봐 저 별이 우리 별이야!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이지?"
라고 자신의 인형을 들고 이야기하는 세시의 모습과 반짝이는 별 하나. 이 책을 지은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표현된 장면 같아요.
이국적인 멕시코 풍습과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