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1주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난 오늘 한국영화 속에 푹 빠져보련다.
 

어렸을 때 처음 본 영화는 당연히 애니매이션이었다. 극장에 가서 보는 게 얼마나 신기했던지. 하긴 내가 어릴 때 집에서 보는 텔레비전 화면은 흑백이었으니까. 우리 집은 절대로 부자가 아니었기에 냉장고가 보편화되고 한참 후 우리 집에 냉장고가 들어왔고, 텔레비전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정확히 언제 컬러 텔레비전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초등학생이 되기 직전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초등학생이 되어서였나!  역시 너무 오래된 일인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화려한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던지!  내가 제일 처음 본 영화는 [똘이장군]이었고,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영화관에 가서 단체관람을 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  하긴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단체관람으로 처음 본 영화가 무슨 전쟁영화였는데, 총 쏘는 것만 거의 나왔던 것 같다. 제목은 기억도 안 나고 제법 길었던 것 같고, 친구들 역시 너무 재미없어 그냥 영화관 의자에 지루하게 앉아있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도대체 초등 1학년에게 무얼 바라는지 왜 하필 전쟁영화였을까? 

그 다음에 조금씩 철이 들면서 영화관에 갈 때면 주로 미국에서 만든 영화를 찾게 되었다. 나의 그런 영화관람은 고등학교 때까지 쭈욱 외화선호로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를 찾게 된 것은 중학생 때 본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년)이었다. - 난 영화 역시 [공포의 외인구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감독의 이름을 딴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라고 검색으로 뜬다. 하긴 그게 지금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이현세님의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를 무척 재미있게 본 나에게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화제 그 자체였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인터넷도 없었던 그 시절 당연히 집에서 편하게 예매할 수는 없는 일. 새벽부터 영화관으로 가서 친구랑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럼에도 그 기다리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영화 속에서 까치랑 엄지랑 만나서 무척 기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게다가 그 당시 인기 가구였던 정수라 씨가 부르는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렇게 시작되는 영화 주제가 역시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것이다.  

워낙 유명한 만화였는지라, [2009 외인구단]란 제목으로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했는데 아직 드라마는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여기가...   

그 다음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고 국산영화의 수준은 일취월장했다.  세계에서 유명한 영화들이 한국에서 상영을 해도, 한국에서 만든 영화가 절대 밀리지 않는 다는 건 어깨를 으쓱할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세계에서도 사랑받는 우리 영화. 언제나 좋은 흥행성적과 작품성으로 우리의 사랑을 듬뿍 받는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고있는지라, 한국 영화 상영을 종종 한다. 작년엔 [해운대] 역시 인기몰이를 했으며, [미녀는 괴로워]라든가 [괴물], [식객], [여고괴담] 등 늘 인기였으니까. 

아마 올해는 어떤 한국 영화가 싱가포르에서 개봉이 될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영화를 싱가포르 영화관에서 본다는 건 내게 있어서 정말 굉장한 행운인 것이다. ^^ 

하루빨리 한국 영화를 만나고 싶다.  싱가포르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한국영화를 나름대로 추려보았다. 지금 상영하고 있는 영화들. 몇 달 후엔 여기서 만날 수 있을까!

 첫번째 영화는 3월 18일 개봉 이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코미디 영화 [육혈포 강도단]이다. 왠지 제목이 어렵지만 그래서 더욱 끌리는 영화.   

 개봉하고 난 후 3주 연속 흥행 1위를 과시하며, 1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지라 더욱 의미있는 한국영화이다.

 게다가 노익장의 힘을 과시하라고 하는 것처럼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세 명의 할머니로 분장한 나문희, 김수미, 김해옥 씨이다. 젋은 남녀가 주인공이 아닌 세 명의 할머니.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평균 나이 65세의 강도라니. 도대체 왜 그들이 은행을 털어야 하는가?  만일 당신의 부모님께서 갖은 고생 끝에 모아놓은 돈을 한 순간 은행강도에게 빼앗겼다면 당신의 선택은? 

 코미디 영화답게 실컷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게다가 늘 자막은 힘들다며 외화는 보시고 싶으셔도 참으시는 우리 부모님께 영화 티켓을 예매하며 당신들을 극장으로 가게 만드는 영화.  주인공 역시 고령의 할머니들인지라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함께 볼 수 있는 멋진 영화가 되는 것이다.

세 할머니와 함께 등장하는 사람은 바로 전문은행강도 [임창정]이다. 코믹 연기의 대가답게 임창정의 맛깔스런 연기를 보는 것도 흥미있을 듯. 하지만 역시 파워 포스를 자랑하는 세 할머니들에게 밀리는 눈치이다.

 

 

도대체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강도행각을 벌이려고 하는지.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을 꿰찬 당찬 할머니들의 모습, 고생스럽게 번 돈으로  이제는 하와이 여행을 하고 싶은 그들의 꿈이 은행강도로 인해 산산히 무너지게 되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은행을 털어 어행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으니! 

과연 그들의 꿈이 이뤄질 것인지...  

   

 

 

개인적으로 영화의 스틸컷 중 이 장면이 가장 좋다. 세 할머니에 비하면 내 나이는 세발의 피처럼 어리지만, 그들이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난 아직 젋고 희망에 가득찬 시간이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왜 이 세 명의 할머니들이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을 가고 싶은 것인지, 할머니들의 지나온 삶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안하게 코믹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그와 더불어 따뜻한 감동까지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노라면, 아마도 전후 세대인 우리와 달리 전쟁 세대를 겪은 우리들의 부모님의 어려웠던 생활을 함께 느끼게 되지 않을까!  우리 부모님께선 이 영화를 보시고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사뭇 궁금해진다. 

부모님과 함께 보는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 아마도 손수건을 미리 가지고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두 번째 영화 속으로 들어가볼까? 

  4월 8일 개봉 예정인 [집나온 남자들] 이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왠지 이 세 사람이 불쌍해보인다.   

  단, 앞서 소개한 영화 [육혈포 강도단]과 함께 15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보기엔 어려울 듯.  대신에 다정한 부부애를 과시하면서 사랑스런 남편 혹은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즐겨봄이 어떨런지! 

 양익준, 지진희, 이문식의 연기 뿐 아니라, 코믹한 영화 속에서 가정과 결혼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결혼 3년차. 물론 처음보다는 서로를 알아갔기에 부부싸움을 덜 하고 더욱 사랑이 깊어지는 부부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권태기에 접어들 수 있는 시기일 듯 하다. 

폼나게 이혼하려다 뒤통수를 맞은 듯 화가 나서 아내를 찾기 시작하는 성희(지진희)와 십년지기 친구 동민(양익준), 그리고 도대체 누구인지 의심이 가는 유곽(이문식)이 나타나서 아내의 오빠라고 주장하는데...  









도대체 집 나간 성희(지진희)의 아내는 어디로 숨었단 말인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지진희의 코믹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영화, 도대체  대장금중 종사관역을 맡아 열연하던 진지한 지진희의 포스는 어디로 갔단 말이냐?  난 진지모드의 지진희도 좋지만, 이렇게 코믹한 지진희도 좋다.  

아내들에겐 남편의 숨은 생각을, 남편들에게는 아내의 생각이 어떠한지 서로의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가 될 것이다.

집 나간 대책없는 남자들의 가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  그들의 험난한 여정이 궁금해진다.  물론 그 다음 이야기는 잘 알고 있지만, 영화를 위해선 말할 수 없다. 왜? 스포일러니까.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영화 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줄거리를 알아야 영화를 보겠다고 하시는 분은 열심히 검색을 하시기를 바란다.   

 

 세번째 영화 역시 4월 8일 개봉 예정인 [반가운 살인자] 이다.  이 영화 역시 15세 이상 관람가이니만큼 초등학생은 영화를 보고 싶어도 조금 참기 바란다. 

 백수 같은 형사 Vs 형사 같은 백수  두 남자가 벌이는 숨가쁜 대결 속으로 들어가보자. 

 갓 형사가 된 정민[김동국]과 동네 백수 영석[유오성]의 자존심 대결. 과연 그 둘 중에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연쇄살인범이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 동네 사람 모두가 불안에 떨겠지만, 역시 가장 힘든 사람은 형사가 아닐까 싶다. 

 이제 막 형사가 된 새내기 정민, 반장에게 찍히는 게 싫어서 몰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날라리 형사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하면 언제 범인을 잡을 수 있는지.   

동네 주민들은 연일 경찰서 앞으로 와서 시위를 하고, 부녀회 총무인 엄마까지 자신을 달달 볶으니 정민으로서도 그냥 공부를 하기엔 그렇겠지.  내가 꼭 살인범을 잡겠노라고 결심을 하고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왠걸?  어디선가 나타난 동네 백수 영수[유오성]의 태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민. 

과연 누가 연쇄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까? 

  

열심히 사건을 조사하는 정민의 모습도, 방 안에서 스크랩을 하면 사건을 분석하며 살인범을 쫓는백수 영수의 모습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귀여운 미소년같은 정민의 실수도, 경찰보다 한 박자 빨리 사건현장에 나타나는 영수의 모습도 대조를 이루며 영화 속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마지막 영화는 개봉한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의형제]이다.  탄탄한 극본과 명성있는 배우가 함께 만났다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괴물> <놈놈놈>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살인의 추억>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흥행영화의 주인공 송강호와 올해 <전우치>에 이어 <의형제>로

 2월 4일 개봉을 했으니 이제 두 달 상영을 했지만, 그래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영화이다. 개봉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데다 관객 동원이 500만들 넘어섰단다.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 [아바타]도 상영하였으니

 게다가 강동원과 송강호의 멋진 연기도 멋지고, 둘이 마주앉아 있는 그 모습은 부럽기 그지 없다. 

 연기파 배우로 명성이 자자한 송강호의 열연과 점점 좋아지는 연기와 올해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훈남 강동원의 모습 그 것만으로도 보고 싶은 영화인데, 남북의 상황과 함께 남파공작원과 국정원 요원이라는 설정 역시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영화를 보게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으로 처음 만나게 된 두 남자. 국정원 요원 한규[강동원]은 그 일에 책임을 지고 파문당하게 되고, 지원[송강호]은 배신자로 찍혀서 북에서 버림받는다. 







 

하지만 6년 후 다시 그들이 만났다.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는 그들의 모습.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마음 속엔 우정이 싹튼다. 
처음엔 적이었지만, 어느 새 친구처럼 된 두 사람. 

편하게 쇼파에 기대어 술자리를 갖는 그들의 모습도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도 너무나 보기 좋다. 나도 이런 의자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질투가 난다.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앉아 방긋 웃고 있는 두 남자 - 정말 정말 매력적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갑작스럽게 내려온 북의 지령으로 인해 지원의 고뇌는 어떠했을까?  과연 한규와 지원의 선택은 어떠할런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서 그런지, 남북의 분단된 상황 설정은 언제나 마음아프다. 특히나 요즘같이 천안함 침몰로 인해 온 국민이 침통한 시기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 영화들 모두 올해 싱가포르에서 상영을 해주면 좋겠다. 물론 영화는 다운받아서 볼 수도 있고, 나중에 DVD를 구입해서 봐도 되지만, 이국 땅에서 영화관 안에 들어가 자랑스럽게 한국인임을 스을쩍 자랑하면서 우리나라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아마 올해 싱가포르에 제일 먼저 한국 영화가 들어온다면 마지막 포스팅한 [의형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최다 관객동원에 먼저 개봉을 한 영화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