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트 수업 마치고 집에 오는데 우편물이 있네요.

왠지 익숙한 봉투. 울 신랑 세금 내라고 왔나보다 했는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건 울 아들 이름입니다.

'아, 취학통지서 나왔다보다.'

집으로 가지고 와 울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현우야, 너 학교 오래."

작년에 유예를 시켜 두 번째로 받은 취학통지서.

다른 동네 아이들은 벌써 나왔는데 여기만 늦다고 초조해하는 엄마들에게 전 이렇게 말을 했었지요.

"작년에도 늦게 나왔어. 기다려봐. 여기가 제일 늦어."

이 말을 하기가 무섭게 득달같이 온 취학통지서.

작년에 받은 거랑 느낌이 무척 다릅니다. 원래 학교 여덟살 꽉 채워 보낸다고 유치원도 다섯살 때부터 3년을 보냈기 때문에 친구들도 많고 작년에 제 친구들은 학교에 안 가는 것을 알고 절대 안가겠다고 했던 아이였거든요.

울 아이 보여달라고 하더니 써있는 글씨를 보고 묻습니다.

"엄마, 취학통지서가 뭐야?"

"응, 너 학교에 다니라고 하는 편지를 보낸거야. 이 편지 받아야 학교에 다닐 수 있는거야."하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올해 아이는 작년과 달리 빨리 학교에 가고 싶은가봅니다. 게다가 유예한 것을 알고 있는터라 이제 2학년이 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엄마, 내가 작년에 학교 갔으면 재랑 친구야?"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왜, 그럼 작년에 학교 가지 그랬어?"하고 되물었지요.

그랬더니 울 아들 하는 말이 더 웃깁니다.

"엄만, 내가 작년에 학교를 갔으면 어쩔뻔 했어. 글자도 모르는데... "

올해 한글 읽고 쓰는 것 열심히 해서 이제는 받침도 제법 잘 쓰고 띄어쓰기도 익숙해진 아이는 자신이 생각해도 작년에 학교에 갔으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나봅니다.

간다고 해도 안 보냈고 또 어차피 친구들과 보내려고 유치원 때부터 또래 친구들 반으로 보냈기에 지금 있는 친구들과 학교에 같이 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은 우리 아이랍니다.

단, 자신보다 생일이 늦은 학교 선배들에게 '형'이라고 하는게 좀 싫은가봅니다. 그래서 제가 살짝 말해주었지요.

별로 부딪힐 일은 없으니까 꼭 필요할 때만 "형"이라고 하라고...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었으면 하네요. 예비 소집일에 학교에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7-01-18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축하드려요..건강하게 학교 생활 잘 해 낼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격적인 선생님 만나서 학교 생활이 더욱 즐겁길 바랄께요..

글자도 모르는데 작년에 갔으면 어쩔뻔 했어??소리에 미소지으며 너무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