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금 구분하고 있는 책더미는 대단한 물건은 아니었다. 어느 시골집에서 내놓은 매물에 입찰하여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새삼스럽게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까 조금도 싼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설교서, 퇴역군인의 회상기,살아 있든 죽었든 아무래도 괜찮을 조무라기 정치가의 전기, 이런 책을 어느 누가 출판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외이는 아무런 흥미도 느낄 수 없을 소설 나부랑이들을 주어모은 것이었다.
타일 위를 짚고 있는 그녀의 무릎은 저려왔고 코는 먼지냄새, 썩어가는 마분지나 책냄새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공상속에서는 전혀 달랐다. 두 사람은 즐겁게 책을 뒤적거리고 있다. 진본이 한 권 나타날 때마다 반가운 고함소리, 웃음소리, 계획과 농담의 주고받음
"실수였어 이 헌책 가게를 산 것은. 신간서적 가게를 냈어야 하는건데. 런던은 책방으로 넘쳐있단 말요 게다가 위층의 저 좌익 간행물 전부, 어쩌자고 그런 것을 당신이 사라고 한다고 사버렸을까. 그런 건 아무도 사지 않는다고. 좌익계는 이 근처에 벌써부터 좋은 가게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손님을 몽땅 흡수하고 있다고. 저 팜플렛은 휴지가 될 뿐이요"
인용 : 피부밑의 두개골 by P.D.제임스 일신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