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금 구분하고 있는 책더미는 대단한 물건은 아니었다. 어느 시골집에서 내놓은 매물에 입찰하여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새삼스럽게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까 조금도 싼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설교서, 퇴역군인의 회상기,살아 있든 죽었든 아무래도 괜찮을 조무라기 정치가의 전기, 이런 책을 어느 누가 출판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외이는 아무런 흥미도 느낄 수 없을 소설 나부랑이들을 주어모은 것이었다.

    타일 위를 짚고 있는 그녀의 무릎은 저려왔고 코는 먼지냄새, 썩어가는 마분지나 책냄새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공상속에서는 전혀 달랐다. 두 사람은 즐겁게 책을 뒤적거리고 있다. 진본이 한 권 나타날 때마다 반가운 고함소리, 웃음소리, 계획과 농담의 주고받음

  "실수였어 이 헌책 가게를 산 것은. 신간서적 가게를 냈어야 하는건데. 런던은 책방으로 넘쳐있단 말요 게다가 위층의 저 좌익 간행물 전부, 어쩌자고 그런 것을 당신이 사라고 한다고 사버렸을까. 그런 건 아무도 사지 않는다고. 좌익계는 이 근처에 벌써부터 좋은 가게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손님을 몽땅 흡수하고 있다고. 저 팜플렛은 휴지가 될 뿐이요"

 

인용 : 피부밑의 두개골 by P.D.제임스  일신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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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07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부밑의 두개골... 계속 찾고 있는데 잘 안나오는 책입니다.

그린브라운 2006-03-0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 저도 이건 못본것 같아요... 저는 이 작가를 일찍 좋아해서 사둔게 다행이었죠 일신판이 의외로 헌책방에 거의 안나와요.. 일신판이 복간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