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석류의 씨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살아있는 것은 받는 키스가 아니라 응하는 키스다 ”
“거짓말 위에 세워진 행복은 언제나 무너졌고, 그 폐허 밑에 주제넘은 건축가를 묻어버렸다.
그녀가 여태껏 읽은 모든 소설의 법칙에 따르면, 그녀를 이미 한 번 속인 적이 있는 디어링 씨는 반드시 계속해서 그녀를 속일 것이다.”
응하는 키스쪽인 리지 웨스트, 그녀를 교묘히 이용하는 천하날건달에 실력이라곤 없어보이는 화가 빈센트 디어링.
그의 비열함에 느꼈던 감정은 분노와 복수, 그러나 그 뒤를 따라오는 것은 그의 사기행각을 알기전의 익숙했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의 거짓된 애정과 한심한 모습들을 마주치지만, 오히려 알게 된 사실을 편지에 넣어 봉하고 싶은 리지이야기인 <편지>
정말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까,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기에.
인생에서 유일하게 살인만 성공한 재능없는 작가가 주인공인 <빗장 지른 문>
진짜 죽은 전부인에게서 오는 편지들일까 의 <석류의 씨>
정말 유령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하녀의 종>
유령이 무서울까 사람이 무서울까
여성에게 권리가 제약되던 그 시절, 거짓말로 다가온 남자와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애정없는 결혼들이 공포영화가 되어버린다.
그녀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수많은 제약에서 시작된 것이다.
읽지 못하는 것, 눈을 가리고 알지 못하게 하는 것, 남편의 영역에 그어진 선들, 자유롭지 못한 활동영역.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같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폭력과 억눌림.
잘못된 선택을 깨달아도 박차고 나갈 수 없는 상황.
그런 유령들이 집안을 배회한다.
* 길지 않은 단편들이며, 책 자체도 얇은 편인데 내용은 무겁다. 책을 덮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쪼금 더 무서워진다. 유령보다 무서운것은 사람이며, 사람과 사람을 나누고 구별지어 한쪽에만 특혜가 몰리는 세상이다.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이름아래 손발을 묶는 일이 옳지 않다 말하면 내쳐지고 가둬지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