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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사는 집 - 지베르니부터 카사아술까지 17인의 예술가와 그들이 사는 공간
멀리사 와이즈 지음, 케이트 루이스 그림, 손희경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예술가들의 집을 그리는 케이트와 예술가의 집을 글로 쓰는 멀리사가 우연찮게 만나 시작된 책이다.
“나도 집이다”
루이즈 부르주아가 한 말이다. 너무 극단적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집이란 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편하고 내가 좋아서 꾸미는 공간, 혹은 공간이란 의미없이 그저 몸만 뉘면 되는 이들에게도 결국 집은 자신을 나타낸다. 개성과 삶의 철학이 담긴 집이다.
평범한 이들에게도 집은 나름 그들만의 예술공간이다. 내가 꾸미고 내가 배치하고, 내가 원하는 곳에 화분을 놓는다. 시큰둥해질 때도 있지만, 가끔 재배치를 하기도 하고, 우울할 땐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예술가의 집엔 더 많은 것이 담겨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소개된 집은 조지아 오키프다. 그녀의 창작공간이자 생활공간이었던 그 곳이 케이트의 그림으로 멀리사의 묘사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모로코 출신 하산 하자즈의 쨍한 색감의 타일들과 화려한 무늬가 가지는 생동감있는 집과 모로코의 전통정원 리아드. 모로코의 전통적 모습과 현대적 감각을 함께 녹여낸 모습이, 그의 작품과도 일맥상통한다.
창작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만든 바네사 벨의 창의적이고 개방적이며 관용적인 분위기의 실내장식 (그녀는 불룸즈버리의 일원이었고,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이기도 하다.)
미니멀아트조각가이자 비평가이기도 한 도널드 저드의 실용적이고 환한 서재들.
너무나 유명한 지베르니 모네의 집, 고흐의 노란 방과 정신병동의 병실, 마티스가 노년을 보낸 바퀴달린 침대(병세가 악화되어 거의 침대에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가 종횡무진하던 집.
바스키아가 앤디워홀에 세 들어 살았던 집은, 그저 벽에만 그가 살았다는 흔적의 그라피티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들이 좋아했던 색, 느낌, 작업실을 그림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사진으로야 언제든지 검색을 하면 속속들이 볼 수 있지만, 따스한 색감의 그림으로 보니 더 정겹고 아름답다.
집은 공간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집에는 시간도 담겨있다. 내가 가족과 보낸 시간, 혼자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편안하고 안락했던 그 시간들이 공간에 담겨 켜켜이 나를 만들고 키운다.(물론 흑역사를 만들며 오열했던 순간들도 있다. 가끔 화난다고 벽을 손으로 치기도 하는데 그러지 마라. 손만 아프다. 물론 그런 흑역사들은 나를 작게도 만든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 끝에 겸손과 신중의 나이테도 얻게 되는 것이다) 어지러워 보이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고, 곱게 바른 벽지에도 주방에 걸린 찻잔들에도 고민과 정성이 담겨 있다. 그 공간에서 그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것, 안전하다 느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느끼는 것 그 곳이 바로 집이 아닐까. 예술가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상상을 한다. 안전하고 편안한 곳, 나를 닮은 그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받고 쉬고 싶었을 것이며, 그 것이 바로 집의 역할이다.
(나를 닮은 곳이 집이란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정리를 좀 해야겠다. 똘망이도 지 간식은 지가 치우는 훌륭한 견성을 가진 강아지로 자라길 바라본다.)
아래는 차례대로 하자즈의 정원, 바네사벨의 응접실, 도널드 저드의 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