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혹 ㅣ 창비세계문학 75
헤르만 브로흐 지음, 이노은 옮김 / 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폴스타프님이 추천해 주신 책~~ *^^*
묘하게 기분 나쁘고 불쾌한데, 있을법한 아니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들과 설정이지만,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 ?! ㅎㅎ
이 책 속 마리우스 라티란 인물, 난쟁이 벤첼에 대한 혐오감.
낙후된 시골사람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하고, 그 허황된 꿈을 이용해 광신도로 만들어 버리는 그 순간이 너무나 짧아서 허탈했다. 이렇게 쉽게 넘어간다고? 이렇게 쉽게 빠르게?
거기다 이런 입만 살아있는 껍데기에게?
꿈도 희망도 무언가 달라질거라는 기대도 없는 작은 산골 마을, 마지막 숨결? 꿈같던 금광은 폐쇄되었고, 그 금광에 호흡기를 달고 나타난 이가 바로 마리우스 라티다.
입만 열면 뭔가 도인처럼 자신이 대단한 성인인냥 떠들어 대지만, 그의 눈은 야비하고 세상을 보는 눈은 삐뚜름하다.
성불구에 행복이라곤 모를 것 같은 그는, 타인들도 같은 구렁텅이에 빠지길 원한다. 성불구인 그에게 여자는 그저 마녀, 아니면 희생제물일뿐. 라디오도 기계문명도 즐기는 것도 옳지 않단다. 그러면서 자신이 불어넣은 황금에 대한 헛된 망상만을 주입할 뿐이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의사 또한 속수무책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그를 한눈에 알아보는건, 의사의 충직하고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인물 트랍이란 개와, 대지의 여신으로 이 곳에서 약초와 다양한 치료를 하는 묘한 매력의 어머니 기손이다. 어머니 기손은 자신의 죽음, 딸의 죽음에 순응하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 우리의 죽음 속으로 건너갈 필요가 없고,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음 속으로건너갈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죽음이 무가치하거나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비통한 죽음도 살아나게 된다는 거다. 우리는 죽은 이들 쪽을 바라볼 수 있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돼.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거야.”
이 책 속 마리우스 라티란 혐오적 인물이 히틀러를 의미한다고 하지만, 히틀러보다 더 포괄적인 인물상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자세히 보면 라티는 많다. 자신의 말이 맞다고 우기기 위해 이상한 잣대를 끌고 오거나 인신공격을 하거나, 혹은 타인을 공격하게 하는 인물, 광기와 폭력과 자신의 마음 속 가득한 열등감으로 세상의 모든 이들을 저 나락으로 끌어내리려는 사람. 이간질하고 무리를 만들며, 자신의 말에 복종하도록 거짓을 일삼으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 그 자가 바로 현혹이며, 마리우스 라티다. 그는 우리 속에 열심히 부지런히 살고 있다. 그런 자에게 넘어가지 않는 방법은, 우리가 그 보다 더 부지런히 깨어 있는 것.
(책 속 ~ 부당함은 인간성과 인간 속에 깃든 신성에 대한 폭력이다. 그리고 그 안에 공포의 근원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