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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평점 :
감염자 땡땡번이 되는건 어떤 마음일까 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감염자 몇 번으로 몇 명을 감염시켰는지 어느 곳에 갔는지 동선을 밝히고, 혹여 나로 인해 전염된 이가 극심한 상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느님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면 전염병은 어떤 쓰임이 있어 만든것일까. 왜 아무 죄없는 아름다운 생명체, 그나마 순수한 아이들을 앗아가는 것일까.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폴리오란 전염병을 옮겼다는 죄책감과 본인 또한 전염병의 후유증으로 힘든 삶을 산다.
이 책의 모습은 지금과 닮았다. 치사율이나 발병률이 어릴수록 높아진다는 것이 지금과 좀 다른 점이다.
책 속의 전염병처럼 아이들이 위험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 극단의 공포와 혐오가 가득하지 않았을까.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전염병에 감염되어 타인들에게 옮긴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죄책감과 번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네메시스는 복수와 율법의 여신을 의미하기도 하고 피할 수 없는 천벌, 인과응보를 의미한다고 한다. 주인공에게는 폴리오란 전염병으로 자신이 사랑하고 아름답다 여겼던 많은 것들을 외면하게 한 것이 피할 수 없는 천형이라고 느낀걸까
( 작가님 혹시 신내림한게 아닐까. 지금의 모습을 예측한 듯한 첵이다 )
강한 사람이 이미 감염된 사람에게 가까이 있기만 해도 옮을 수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도시의 감염자 수그와 더불어 공동체의 공포가 꾸준히 늘어가자 우리 동네의 많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빙턴 근처 올림픽파크의 큰 공설 수영장에가는 것을 금지당하고, 동네의 냉방 완비‘ 영화관에 가는 것도금지당하고,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가거나 우리 도시의 마이너리그 팀인 뉴어크 베어스가 루퍼트 구장에서 야구 시합하는 것을보러 다운넥을 거쳐 윌슨 애비뉴까지 가는 것도 금지당했다. 우리는 공중화장실이나 공용 음수대를 이용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의 소다수 병에 입을 대고 먹지 말라고, 감기에 걸리거나 낯선사람과 놀거나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공중전화로 이야기를 하거나 노점에서 음식을 사지 말라고, 비누와 물로 손을 꼼꼼하게 씻기 전에는 뭘 먹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다. 우리는 모든과일과 야채를 씻어 먹어야 했고, 병들어 보이거나 폴리오의 분명한 증상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호소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지금 애도를 하러 모인 사람들이 스스로를 태양 폐하를 섬기러 온 사람들, 늘 변함없는 태양신의 자녀들이라고 선포하고 우리 반구의 고대 이교도 문명에서처럼 열광에 빠져서는 죽은 소년의 묘혈을 둘러싸고 태양 춤의제의에 미친듯이 빠져든다 해도, 그것이 캔터 선생님에게 주는상처가 훨씬 작았을 것이다—그것이, ‘위대한 아버지 태양‘의 굴절되지 않는 빛들을 신성하게 여기고 그 빛들을 달래는 것이 기분 내키는 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지고의 존재에게 굴복하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래, 처음부터 우리 삶을 유지시켜준 대체 불가능한 발전기를 찬양하는 것- 파란 하늘의 몸에 홀로 틀어박혀 있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저 황금의 눈과 매일 현실로서 만나는 것을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 - 이 하느님은 선하다. 는 공식적 거짓말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죽이는 냉혈한살인자 앞에 굽실거리는 것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사람들의존엄을 위해서도, 인간성을 위해서도, 가치를 위해서도, 하물며여기서 도대체 무슨 지옥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일매일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나았을것이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가 폴리오에 걸렸다고 해서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되는 권리가 생긴 건 아니야. 너는 하느님이 뭐하는 분인지 알지도 못해! 누구도 모르고 알 수도 없어! 너는 우둔하게 굴고 있지만 사실 너는 우둔하지 않아. 너는 아주 무지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 너는 무지하지 않아. 너는미친 사람처럼 굴고 있지만 사실 너는 미치지 않았어. 너는 한번도 미친 적이 없어. 너는 완벽하게 제정신이야. 제정신이고 건전하고 강하고 똑똑해. 하지만 이걸 봐! 너는 지금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걷어차고, 내 가족을 걷어차고 있어. 나는 그런 제정신이 아닌 짓을 거들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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