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들은 명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면서 나같은 이는, 하나님과 아담의 손길을 보며 저건 E.T에서 본건데 하는 반면, 해부학자인 작가는 하나님과 천사들의 어우러짐 속에서 뇌지도를 본다. 그렇게 보니 또 호두같기도 하고 뇌해부도 같기도 하다. 하나님이 아담의 손끝으로 불어넣어 준 것은 어쩌면 스스로 생각해내는 창조력, 뇌의 힘이 아니었을까.
해부학하면 떠오르는 화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엄청난 해부스케치를 남겼고, 시신들을 몰래 해부한 걸로도 유명하다. 해부학 교수 토레와 함께 30구를 넘게 해부했다. 그 당시 교회법에 따르면 죽음을 불사한 것, 그 모든 것이 오로지 제대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그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그는 심장을 아주 자세히 그려, 관상동맥의 존재를 최초로 정확히 담아냈다고 한다. 관상동백은 대동맥에서 갈라져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며 심장근육을 감싸는데 거꾸로 보면 왕관모양이라서, corona가 이름에 담겨 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못지 않게 해부에 관심이 많았던 이가 바로 미켈란젤로, 그래서 그의 그림엔 유난히 근육맨이 많다고 한다, 성적취향인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근육의 움직임이 정확하다고 한다. 그의 그림 중 <최후의 심판>엔 성 바르톨로메오가 그의 가죽을 들고 등장한다. 실제 얼굴은 미켈란젤로의 얼굴, 성인의 피부가죽 무게는 5kg, 얼마전에 산 수박 무게가 사실은 내 껍질 무게였다니......
바스키아는 7살에 비장절제술을 받으면서, 엄마가 사다 준 <그레이의 해부학>을 읽었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지 해골을 아주 잘 그린다고. 바스키아는 7살, 나는 사십대에 그레이 아나토미에 빠져 산 적이 있는데, 해부는커녕 그들의 연애라인에 유독 관심을 기울였었다.
인간의 입 안에 네 마리의 개가 산다는 송곳니에 대한 은유, 생니를 뽑히는 고문을 당했던 성녀 아폴로니아를 부르며 기도하면 치통과 치아 뽑기의 고통을 줄일수 있다고 하니, 이름을 외워보자. 프랑스 치과의사들은 성 아폴로니아의 날인 2월 9일엔 예배당 순례를 한다고 하는데, 자주 가는 치과샘에게 한 번 물어봐야 겠다. 저 혹시 성 아폴로니아 아시나요.....
쑥떡, 쑥버무리, 쑥국,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갑자기 쑥? 쑥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2015년에 투유유가 개똥쑥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들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개똥쑥과 노벨상은 왠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압생트에 또 다시 쑥이 나온다. 압생트, 녹색요정, 황시증과 정신분열증의 원인이라 지목되는 고흐가 사랑한 이 술의 성분이 쓴쑥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압생트가 과하게 욕을 먹는 경향이 있다며, 그저 알콜 중독증세도 고흐가 겪는 증세가 비슷하다고 한다. 딱히 압생트가 아니라 다른 술이라도 그 정도 마시면 중독증세가 나타난다는 것. 그렇지만 다른 술은 압생트만큼 싸고 독하진 않았겠지.
루벤스의 풍반한 여인들을 보여주며, 애플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볼기근을 꺼내든다. 직립과 지탱, 넘어지지 않게 하는 볼기근은 약물이 몸에 빠르게 퍼지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단다.
아래 그림은 캐나다의 신경외과 의사 펜필드란 분이 신체 각 기관의 감각세포 양을 비례해서 만든 것, 손과 입, 입술의 감각세포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해부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의 뒷모습이 모델같은 해골분들 그림.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의 팔뚝을 자세히 보라며 위팔노근을 이야기한다. 위팔노근은 다른 말로 beer raising 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빨래, 다림질, 맥주 들어올리기 등 반복 가사노동의 흔적, 그래서 귀부인들의 초상화에선 볼 수 없다고.

아틀라스의 그림을 보며주면서, 첫 번째 목뼈가 아틀라스라는 것, 원래 목뼈의 무게는 5kg이라지만 고개를 30도만 숙여도 20kg의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명화와 함께 해부학의 지식을 알려주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간단한 역사와 인물의 소개, 그리고 화가에 대한 소개도 있다.
화가들이 하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해부와 수십장의 스케치들, 동작연습 습작들.)를 알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예술가들은 남다른 귀와 눈과 촉감으로 세세하게 관찰하고, 혹은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감성과 이야기들을 찾아낸다. 그러한 것들에 자신들의 마음과 간절함을 투영해 그려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생각나는 책, <까면서 보는 해부학만화>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해부학이야기다. 해부학이나 뼈 이름을 장기의 위치를 전문가가 아닌 그냥 대략적으로 알고 싶다면, 그것도 웃으면서 알고 싶다면 이 책도 추천~~~(이 책은 호불호가 심함. 나처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이거 뭐야 오타쿠냐~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있었다. 벽치 또는 완물상지 라고 불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