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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섬, 군함도 ㅣ 풀빛 동화의 아이들 27
김영숙 지음, 박세영 그림 / 풀빛 / 2017년 6월
평점 :
군함도는 일본에서는 자국의 근대화를 뒷받침한 대표적인 산업 시설로 평가받는 명소로, 지난해 7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에 포함된 다른 유적 22곳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무인도였던 군함도는 실제로 1810년에 석탄이 발견되고 1890년 미쓰비시가 섬을 인수하면서 탄광섬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일본 최초로 아파트가 들어설 정도로 번영했던 곳이었다고 선전할 만큼, 패전 후 일본 산업을 재건시켰던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후로 에너지 혁명으로 인해 석탄이 주요 자원의 자리를 내주면서 섬은 1986년 폐광되고 다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되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온 홍승후 할아버지의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동화로 각색한 군함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몇년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군함도에 대한 역사적 아픔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의 무자비한 만행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것들이 좀 있었지만 군함도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고생을 한 선조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좀 더 세세하게 알게 되었다.내용이 나이 어린 소년 때 탄광노동자가 되었고 노예처럼 일하고 또 일만 했다고 한다. 탄가루가 묻어 까만색이 되어버린 콩깻묵 한 덩어리를 매 끼니 밥이라고 먹었으며, 훈도시 하나만 걸치고 지하 천 미터 갱 속에서 탄을 캤다고 한다. 잡혀온 미군포로와 중국인 포로도 있었지만 일본인들은 유독 조선인들에게만 악마처럼 가혹하게 굴었다는 내용을 보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과로와 영양실조로 죽느냐, 헤엄쳐 섬을 빠져 나가려 탈출을 시도하다 잡혀 맞아 죽느냐,
?바다를 헤엄쳐 나가다 힘이 다해 빠져 죽느냐, ?요행히 육지에 도착해서도 일본 순사에게 잡혀 끌려와 고문 끝에 죽느냐를 놓고 용기와 타협하며 매일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가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에 대응하려면 그들의 교묘한 포장술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당부에 공감이 간다.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결코 인정하지 않는 위안부 만행을 비롯한 수많은 일제의 만행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역사의 치부에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일본인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기도 기대해본다.
최근 영화 상영을 앞두고 군함도 역사 바로 알기 열기가 일어나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바라건 데, 늘 공통의 울분으로 들끓었다가 금새
식어 잊혀지는 일시적 감정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불변의 역사 사실이 온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일본이 과거의 역사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지금 우리에게 당장 생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역사는 요리처럼 조리하고 가미한다고 자기 입맛으로 맞춰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 알고 비판하고 반성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발판이다. 역사를 바로 알고, 기억해야 앞으로의 우리 역사도 든든히 지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이 동화 <지옥의 섬 군함도>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