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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전쟁 발발 직전,또는 직후 쓰여진 편지들은 미군이 북한 지역을 점령했을 때 평양을 비롯해 북한 전역에서 노획한 문서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 소장돼있다. 이 책을 엮은 이흥환님은 '북한문서' 속에서 나온 편지 728통과 엽서 344매 중 113통을 골라 책으로 엮어 62년 동안 수취인에게 배달되지 못한 사연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08년 11월 미 국립문서보관소 열람실에서 한국전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 목록을 작성하다가 이 편지들을 처음 만났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편지들은 1950년에 쓰인 것들로 편지들의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들이지만 한국 현대사의 한 시기를 보여주는 우편물은 1977년에 비밀이 해제되어 공개가 가능한 내용들이다.
62년이 지난 그 시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그토록 그리워했던 부모와 형제,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났을까? 어쩌면 편지를 쓴 사람들 중에 몇몇은 참혹한 전장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죽어갔으리라 생각한다.통신이 발달하지 않아ㅅ던 그 시절 편지라는 매체는 유일하게 긴급하게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었을 것이다. OOO전상서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조선인민군들의 편지중에는 인민군에 나간 남편에게 아내가 쓴 편지, 당시 평양에 있는 인민군 여전사가 고향 황해도 안악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아내에게 세간살이에 미련두지 말고 빨리 피난 떠나라는 남편의 다그치는듯한 편지, 염치를 무릅쓰고 일용품을 사서 면회를 와달라는 편지, 인문군대에 간 남편에게 곧 면회를 가겠다는 내용도 있고 폭격이 쏟아지는 와중에 살아있다는 소식만을 급하게 휘갈겨 쓴 편지 들로 하나같이 집으로 부친 편지에서 어머니의 걱정을 염려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담겨 있어 가슴이 찡해지는 내용들이 많다. 오랜 세월의 간극으로 비록 지금의 맞춤법과도 맞지 않고 당시사용되던 용어들도 생소한것이 많았지만 담겨진 내용만은 구구절절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과 전선에 나간 혈육둘의 안부를 걱정하고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의 간절한 그리움 등 저마다의 애뜻한 사연이 담긴 편지들이다.
지금은 손으로 꾸꾹눌러쓴 편지가 참 귀한 시절이지만, 나의 군대시절에는 물론 손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며 쫄병시절, 내무반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후래쉬불빛아래 쓰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던 기억들이 아스라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