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홈플러스가 선보인 건강카트 2012. 4


카트 말인가백 원을 넣으면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카트 무더기에서 하나를 빼낼 수 있고다른 카트에 끼워야 달칵 하면서 백 원을 돌려주는 <꽤나 합리적으로 생긴 물건>말인가요새는 칼로리 소비량도 측정 해준다던데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운동량도 쟬 수도 있으니 <꽤나 똑똑하고 기특한 물건>아닌가아니장을 다 보고 빈 카트를 원래 카트 무더기에 놓아야 하것만 이것을 귀찮아하면 찾지 못한다는 '백 원말인가어떤 이는 카트의 '백 원쯤이야 넓은 아량으로 그냥 주고 돌아서고 어떤 이는 이런 행위에 분개해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는 문제의 '동전말인가. 그 어떤이는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를 비틀어 그것을 공격하는 총알을 만들었다는데칼레 라슨과 그가 만든 <애드버스터스>의 이야기이다

 

문화유전자라는 다소 낯선 말, meme밈이라고 읽는 편이 낫겠다그 밑엔 조금 더 낯선 부제가 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잔뜩 긴장하며 몇 장을 넘기면몇 장을 넘겨도 본문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멀다의미를 알기 어려운 흑백의 풍경이 계속된다. '별 의미 없는 사진'이라며 긴장을 푸는 순간 이런 문구를 만나게 된다. '왜 우리는 아무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생각해 본적 없는 물음대답을 생각하면서 다음 장을 넘기면 '빅뱅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고 써 있다그건 좀 더 어려운 걸다음 장에는 '이 땅위에 존재하는 생명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라고 묻는다멈칫한다저녁으로 먹은 맥도날드 부스러져있는 쓰레기반쯤 남은 콜라자리를 치우느라 뜯어낸 휴지말하자면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는 ''의 의미 말인가쓰레기를 만드는 것과 쓰레기로 남는 것의 차이쓰레기와 쓰레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동시에 존재하는 이유싸구려 고기 볼에 가득한 채 몇 개의 그래프를 넘긴. "그래경제학을 공부하신다고?"

 

이 책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허구를 까발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다총 10장으로 각 장은 창의적인 광고와 패러디의 유기적인 나열, 적절한 문구가 더해져 마음을 움직이는데 최적화 되어있다각 장의 마지막에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학자들의 글을 실어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책을 넘기기 전에 신+고전파 라는 이름부터 알고가자이것은 '인간을 합리적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가정 하에 경제를 설명하고 제시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인간은 합리적이다웃음이 다 나온다웃음을 틀어 맨 이 근엄한 말은 '진짜 인간'을 오해하고 있다고 외친다지금의 세계는 신고전파라는 '신화'를 만들기 위해 본성을 억제당한 인간들을 배출하는 '기이한 구조'로 이뤄졌다고 해야 한다게다가 '보이지 않는 손', 언제 적 얘기인지이 손은 논리의 빈곳을 메꾸며 사람과 환경을 좌지우지 한다이상 상황 파악 끝칼레 라슨이 말하고 싶은 것은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이 그릇된 신화를 부수가 위해서 필요한 전쟁을 선포한다. '문화유전자'를 통한 파괴뿐이라고.


 


앞에서 말했던 '극대화의 추구'를 조금 더 살펴보자거의 전 세계의 모든 개인과 나라의 목표인(지금도 여전하다이것은 어떤 숭고한 목적이 있을 것 같지만 어리석게도 그저 '부는 있을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이것으로 인간은 얼마나 부유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러는 동안에 기아와 자연재해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것은 확실하다심각한 생태 위기는 TV가 말하지 않아도 피부에 닿고 호흡에서 느끼지 않나망할 미세먼지부의 극대화는 환경파괴의 극대화도 이뤘다.


지구는 규제를 벗어난 이 모든 경제 활동을 지탱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는 심각한 생태 위기를 맞았습니다이제는 극대화만을 추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이제부터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그러려면 생산을 줄여야 합니다생산이야말로 지구에 숱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니까요생태 위기가 뜻하는 바는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사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157.


지구의 피해에 경제학이 개입했다는 고백이다경제학의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우리는 생산자를 넘어선 생산량을 위해 달릴 것이고 지구가 버틸 수 없게 된다부를 목표로 하는 (잘 살아 보려는)삶은 근본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을 위협하는 셈이다소비주의가 과연 인간 본성의 일부인가그게 아니고서야 생산과 소비에 모든 것을 걸지 않을 수 없잖나무엇을 사지 않고는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매일 소비하는 사람들그러나 본능에 내재 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압력으로 형성된 역할극이라면역시나가난한 사람들 모두 문명의 이기를 선호 할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원주민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달랐기 때문인데원주민들은 가족 관계와 공동체의 관계를그리고 어머니 자연과의 관계가 '문명의 이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를 쌓느라 놓친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앞서 원주민들이 물질을 제끼고 지켰다는 가치가 흰트다가족 관계와 공동체의 관계그리고 자연과의 관계파괴된 지구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탁월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린지 오래'라는 케네디의 연설을 인용한다. 213. 무려 68년에 퍼졌던 말이지만 상황은 그때보다 악화되어 잘 맞아 떨어진다.

 

미국의 GNP는 연간 8,000억 달러를 넘지만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됩니다대기 오염담배 광고고속도로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구급차현관문에 다는 특수 자물쇠와 이 잠물쇠를 부수는 사람을 가두는 감옥. (...)하지만 다음은 포함되지 않습니다아이들의 건강교육의 질놀이의 즐거움시의 아름다움. (...)한마디로 GNP에는 삶을 살아갈 만하게 만든는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p. 213.

 

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경제를 잘 설명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현재까지도 나라의 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여 왔다내가 크게 놀란 것은 이 다음 장, <진짜 비용>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자동차를 운전하는 진짜 비용을 계산하는 부분이다.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의 환경 비용도로를 건설하고 보수하는 비용교통사고로 인한 의료비용도시 확장으로 인한 소음과 불쾌함심지어 주요 유전과 송유관을 보호하는 군사비용까지 전부 합산한다자가용을 사려면 최소 1억 원휘발유 한 번 주유하려면 30만 원은 족히 들 것이다운전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운전해도 괜찮지만미래 세대나 지구 반대편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그러면 부자들만이 마음껏 사치를 누리는 세상이 아니라 그 반대의 세상이 될 것이다." 221




이런 비용을 생각한다면 자동차는 탈 수가 없다우리는 그 모든 비용을 계산 하지 않고 먼 미래에 채무 하고 있었다. 그저 합리적인 경제활동, '지속 가능성'이라는 딱지에 안심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실재의 본질은 자본과 <자연>이다둘 다 천상 저 너머에 존재한다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는 유출된 원유가 있다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저 너머>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p. 246.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비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티머시 모턴의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아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1) 사물의 본질은 다른 곳(자본무의식존재의 심층 구조)에 있다. 2) 본질 따위는 없다(행성 지구가 지금 큰 곤경에 처한 한 가지 이유는 답이 명쾌하지 않아서다이건 마치 회갈색과 갈회색 중 하나를 선택하는 꼴이니까). 그래서 여기 제3의 답안이 있다. 3) 본질은 존재한다. p. 246.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살아가는 것으로 생기는 부같은 '부산물'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행위자체일 것이다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한정서적 교류를 지속하기 위한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핵심 지대에 머물기 위한 영적 싸움이다'.p. 264.


잘 모르겠다면 세 가지 질문을 기억하면 된다. 책은 마치면서 처음, 난데없이 시작한 질문을 다시 묻는다. 1) 우리는 누구인가? 2)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3)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지구와 인간 경제의 체제의 재인식, 재구성에 있다. 인간 경제가 지구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신고전파 패러다임을 버리고 그 반대의 위치를 갖는 생태주의 패러다임으로 건너가는 것. 이것은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도 살게 하는 새로운 질서다. 꿈같은 이야기다싸구려 고기를 다 삼키고 플라스틱물병을 든다. 이 역시 얼마나 많은 '가격'이 매겨져야 합당한 ’인지 생각한다생각과 실천을 준비한다실천이 당장 어렵다면 생각을 퍼뜨리는 수밖에. 밈이 그런 의미 아닌가. meme : 유전자처럼 개체의 기억에 저장되거나 다른 개체의 기억으로 복제될 수 있는 비유전적 문화요소. 이제 새로운 '문화 유전자'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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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4-07-3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 리뷰가 말미잘 선정 '7월의 가장 핫한 리뷰'로, 봄밤님은 '이달의 알라디너'로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 부탁드립니다. 상품은.. 치익 치익-. 개별 통보.. 치이익- 입니다. 최근 알라딘 서버 이상으로 원활한 서비스 제공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봄밤 2014-07-30 20:31   좋아요 0 | URL
우선 제게 공감을 주시고 먼 곳에서 와주시는 즐찾 일곱 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더불어 '동호'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와,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말미잘님께는 직통 번호를 알려드리오니, 알라딘 서버를 거치지 마시고 전말을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심정을 담은 BGM을 소개합니다. 이이언의 '자랑'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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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는 세계의 탄생-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이 원자폭탄 때문에 내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p. 221.


 

<셈을 잘하는 까막눈이 여자>의 스토리는 '그럴 수도 있죠'를 기반으로 한다물론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던 놈베코의 인생은 '그럴 수도 있죠'로 얼버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그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나서 영양 육포와 바뀐 핵폭탄과 스웨덴에 도착하는 것이 과연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인가두어 번 살게 되면 그때나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쌍둥이로 태어나 하나의 이름으로 사는 홀예르 1,2의 삶은 어떤가물어보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본멘 소리이게 말이 돼기가 차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며 페이지를 넘긴다. 시도 때도 없는 코미디다신음하는 홀예르2의 삶에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수밖에.

 

핵폭탄이라면서실은 수조의 거북이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돌보지 않는다거북이라면 밥도 주고 똥도 치우고 일광욕도 시키고... 거북이 어떻게 될까봐 노심초사 그밖에 것을 더 생각하겠지만폭탄을 집에 두고는 독자만 전전긍긍하게 해놓고뾰족한 대책 없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그리고는 그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는 대답을 이 먼 곳의 독자에게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의뭉스런 스토리에 걱정이 되는지, 이렇게 극중 인물을 빌어 묻는다. '이 (원자폭탄)소설 때문에 내게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라고놈베코는 능청스럽게 '뭐...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며 넘기지만 간단히 말해 내 대답은 가차 없다당연히 화나지 이 양반아어떻게든 전해지길요나손의 진지한 답변을 듣고 싶다.

성석제가 떠올랐다. 군더더기 없는 간단한 문장만으로 논리적인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상한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인데, 우울이나 슬픔이라고는 없는 비극을 살아내느라 고통조차 희화화 되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열심이다한편으로는 우울과 슬픔이 허락된 이 세계에서 고통을 고통으로 알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곳에 있는 '유머'만큼 끔찍한 것도 없을 테니까. 여기까지 미치자 비로소 유머가 어떤 마음에서 존재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유머는 슬픔을 온전히 슬퍼하는 마음에 실은 후에야 존재할 수 있는 형식이라고.  

 

그래서 이 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유머 감각을 지닌 광신도는 아직껏 본 적이 없다-아모스 오즈> 오호라. 이 소설을 특히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떠올랐다. 옳고 그름을 가늠하지 않은 채 굳건하게 지켜야할 '믿음'만 있는 광신도처럼,근엄하게 유병언 일가의 수사(?)결과(?)를 발표하지만 말을 맞추지도 협력하지도 끝내는 무엇조차 믿을 수도 없게 하는 그분들과, 뭐 발표만 나면 릴레이 경주 바톤터치 하듯 기사를 까는 그들에게.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진상을 밝히는 노력이지 우스꽝스러운 '믿음'의 간증이 아니다. 여기 그들에게 심각하게 부족한 '유머'라는 덕목이 가득하니, 진지 좀 그만먹고 책을 좀 보세요, 놈베코의 생각을 보낸다. 

 

놈베코는 이 휘발유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공동변소에서 분뇨통을 두어 개 비워 보면 시야가 좀 더 넓어질 텐데.....p. 242. 


이렇게 능청스러운 말들이라니그러면서 굳이 꺼내지 않는 아픈 말줄임표라니. '셈까말'에는 원자폭탄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며, 존재하지 못하는 삶을 조금은 아쉬워 하면서도 현재에 살기를 멈추지 않는 주인공들이 있다. 삶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자꾸 삶에 닿고 싶게 하는 유머의 힘을 들여다 보길. 나는 창문 밖으로 도망쳤다는 백세 노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것도 상쾌하다면 그분들께 또 추천할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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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sky1004 2014-07-28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있는 책이에요. 봄밤님처럼 리뷰를 감질나게 잘쓰시는 분들을 보면 항상 놀래요^^ 봄밤님의 평에 백퍼! 공감합니다!
진짜 유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책! 정치얘기만 몇페이지에 걸쳐 나올때는 간혹 패스하기도했지만;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야기'는 바로 이책을 보고 하는 말인듯해요.
봄밤님을 관심서재에 일단 모셔두고ㅎ 연일 너무 더운데 지치지마시고 즐거운 독서하면서 여름 잘보내세요^^

봄밤 2014-07-28 17: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lakesky1004님, 먼 곳까지 걸음 고맙습니다.
리뷰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지요!ㅎㅎ
저는 요나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전작까지 궁금해졌어요.
더위에도, 냉방에도 지치지 마세요+_+. 건강한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lakesky1004 2014-07-2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추리소설,장르소설은 별로 안좋아하시나요? 전 독서하면 열에 아홉은 추리소설이거든요. 마이클 코넬리 무진장 좋아하구요. 봄밤님이 추리소설도 좋아하시면 추천해주시는 책이라면 읽어보고싶네요^^

봄밤 2014-07-28 17:08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 장르소설은 잘 알지 못하는데요, 마이클 코넬리! 찾아보겠습니다.+_+. 추리소설은 고전으로 불리는 것만 접해보았습니다. 편식이네요 으앗. 하늘호수님 서재에서 전해듣겠습니다.^^!
 
허영만 식객 Ⅱ 1 : 그리움을 맛보다 허영만 식객 Ⅱ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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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기억을 푸는 얼레-식객2_그리움을 맛보다


 

내게 주방은 머물기 약간 불편한 장소다. '요리앞에서 서툰 마음재료와 도구를 가져오는 것도 조금은 어색하다공들여서 무엇을 만들거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어린 싹이다불 꺼진 곳으로 퇴근그리고 한잠 자면 다시 맞을 아침이 사이에 요리로 번잡스럽게 시간을 볶을 만한 여유가 없다그렇다고 특별히 맛있는 집을 찾는 눈이 밝아진 것도 아니다입맛이 변하거나 잊은 것은 아닐텐데밥 한 공기와 찬 몇 개를 꺼내는 것에 만족하는 저녁이다배고픔을 가시게 하는 그저 섭취로서의 음식내게 '요리'는 너무나 멀다.

 

먹는 것만큼 세상은 넓어진다고 했던가한 번의 식사로 견문을 확장했다고 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 한 번이 다시없을 만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태국의 길거리에서 먹었던 팟타야설명할 수 없는 향신료 냄새와 약간 짠 듯한 간은 더웠던 그날을 곧바로 데려가는 걸 보면 말이다땀을 뻘뻘 흘리며 다 날아가는 가쓰오부시에 웃고 오꼬노미야끼를 볶던 일본의 작은 밥집이 이렇게 선하다어떤 견고한 기억이라도 시간에 무력하게 사라지지만 그날의 맛은 한 치의 상함도 없이 나를 부른다.

 

그러나 들켜버렸네자리가 몇 개 없는 소박한 가게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수수께끼 주인에게 그냥 밥집이라는 수수한 간판에 나의 허름한 저녁을 혼났다나는 기억할 만한 저녁을 차리고 있는지나중에 떠올릴 것은 허기와허기가 가셨다는 건조한 사실만 남는 건 아닐지잘 채려 먹어라라는 고향의 당부와 함께 몰려와 한참을 혼났다.

 

<그냥가게>에는 그 가게 이름만큼이나 덧붙일 것 없는 이름 그대로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대구내장젓은 '대구'부터 시작이다그의 몸통과 아가미와 내장을 손질하고 턱턱 두들기는 장면이 지나가는데. 식객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음식으로 어떤 모양을 갖기 전 원형을 생각해 보게 하는데 있다. 바다 속대구꼬리를 흔들며 바다를 지났을 큰 입 같은 것을 말이다.

 

오늘 손님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늙은 아내와 가족이다늙은 남편은 대구 내장젓을 함께 먹으며 그것을 직접 담그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온전한 아내를 만나게 된다맛이 기억을 붙드는 힘은 유달리 세서 그날과 똑같은 맛을 보게 되면 순식간에 그 시절로 데려간다. 온 가족이 놀라는 순간……. 그래서 그리움을 맛보다라는 제목은 전혀 감상적이거나 허황된 것이 아니다집을 생각할 때 내 마음 한켠이 편해지는 것은 내가 아주 어릴 때내 안에 살고 있는 어린 나의 기억이 그때를 여전히 호출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 황홀하고 정교하게 새겨지는 각인일 것이다. 식객은 그것을 가장 잘 푸는 얼레다. 만났던 기억과 몰랐던 기억에 줄을 당긴다. 만난김에 저녁은 찌개를 한소끔 끌여야겠다. 저 안쪽부터 뜨듯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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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4-07-2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서 밥 냄새가 나네. 봄밤님이 지으셨나 봄밥님이 지으셨나.

봄밤 2014-07-27 11:01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 봄밥집입니다. 보통은 죽을 많이 쑵니다.
 
[미국의 목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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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인지만 말해봐-미국의 목가 


스위드’.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그의 딸과 그의 동생과 그의 아내, 그러니까 스위드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를 재구성한다. 다시 말해 스위드는 스위드의 일을 스스로 말할 수 없다. [스위드는 "달리 내가 어디 있겠어?"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 234]던 것처럼. 소설은 나의 일을 누군가가 재현하는 것으로 볼 때의 무력함을 전한다. 당신이라면 괜찮을까? 누군가에게 의해 말해질 수밖에 없다면. <미국의 목가>는 주커드라는 소설가가 스위드의 삶을 반추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뭐가 문제인가? 도대체 레보브 가족의 삶만큼 욕먹을 것 없는 삶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필 가장 마지막에 던짐으로써 이제까지 서술과 감정과 사실이 대체 무슨 소용이었냐며 원점으로 되돌린다.

 미국인이 다 되었다고 생각한 유대인의 번영과 황폐를 1인칭으로 쓰지 않은 '형식의 문제'를 짚고가자. 개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나라 밖으로도(베트남 전) 감당하기 어려운 혼돈에도 불구하고 나는 온전하다’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무슨 환청인가. 어떤 것이 진짜인가? 우리는 소설 밖에서 얼마든지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잘생기고, 품위 있고, 예의바른 '이미지'. 이 사람을 당시 미국과 환원할 수 있을까? 둘을 환원할 수 있다면, 소설이 중요한 줄기인 메리의 산 같은 분노만큼 이것은 중요하다. 문제 하나. 내면화된 자기 고백과 반성이 아니라 조롱으로 그때를 들어낸다는 점. 


그때의 그곳은 더럽고 문란하고 문드러졌다. 스위드의 사람들은 스위드와 다른 온전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써갈 줄 알기 때문이다폭탄을 만들어 살인을 하며 미국의 형식에 완전히 반하는 그의 딸 메리와, 형에 대한 분노와 함께 역시 주류의 삶에 반동하는 그의 동생, 그리고 스위드의 아름다운 아내까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스스로의 욕망을 실현한다. 그들의 삶이 뭐가 문제인가? 스위드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스위드의 거의 모든 사람의 삶이 잘못된 것이었고, 스위드의 거의 모든 이들에게는 장갑을 낀 채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안전한 모습을'를 구하려 했던 그의 삶이 우스운 것이다. 이 혼돈 속에서 스위드는 조금이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두 권의 책에서 스위드의 거의 모든 삶이 나오지만, 그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던 장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그러나, 네가 누구인지만 말해봐, 나는 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어떻게 나를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사회적인 위신이 파괴되어 그것을 애써 붙들고 있는 이에게 가차 없는 조롱을 할 수 있는 이와 순진한 외피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사람, 어떤 것이 더 삶을 '살아내는' 것인가. 사진이 불타고 있는 와중에도 콜라를 함께 먹는 '평범한 한 때'라니. 물론 사진 속 그들은 바깥을 영영 알 수 없다. 비극. 사진이 재가 되어 자신들의 사라진대도 말이다. 때문에 스위드는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스위드의 역할'로 등장 할 수 밖에 없었다. 눈이 밝은 주커드는 이 사진이 사라지기 전에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바야흐로 <미국의 목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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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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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구를 '연재'하는 것이 가능한가이것은 연구의 연재가 쉬운지 혹은 어려운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전체적으로는 완성되지 않고 부분적으로는 완성인 연구를 공개 할 수 있는 '결백한 믿음'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연구자가 자신이 해야 할 말과 할 수 있는 말 사이를 얼마나 상세하게 눈금 해야 가능한 일인지 짐작이 어렵다연재를 올리는 부분은 완성된 연구여야 하며 이후의 연구와 맞물려야 한다하여발간된 책은 715쪽이다일반 소설이 200페이지 내외인 것을 떠올리면 세 권 분량의 소설의 완성이다.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 두 손으로도 쉽지 않다.


연재란 책이 되기 전의 상태를 미리 보는 점이 제일 장점이었지만 챙겨 보지 않았다만질 수 없는 글씨와 눈 맞추는 것이 어색했기 때문이다그래도 몇 개 에피소드는 기억에 남았는데대체 책과 무슨 상관인지 묻고 싶은 대목뿐이었다이 책은18세기 한중 지식인엄성과 홍대용부터 박제가와 기윤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이 언어와 거리의 불가능성을 뛰어넘어 했던 소통의 재현이다이들의 대화는 죽음 이후에도 대를 잇고친구의 친구를 소개하며 진실하고 절절하다그러나 나는 여기에 가기도 전에 이미 저자의 '자료를 대하는 태도'에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던 것이다그러니까 연재를 보고 남는 몇 개의 장면정민 선생이 대여한 자료를 복사하고 딱풀로 붙여 제본집을 만드는 풍경만드는 게 즐겁고 나중에는 요령도 생겨서 한 권 만드는 것이 금방이었다는 말씀딱풀을 곽 째로 사서 놓고 써도 금새 닳았다는 이야기가 책을 보기 전에 있었다.

 

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가공하는 일은 길고 무료하다그것은 길고 성과도 없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기초 작업을 진지하고 기쁘게 대하는 얼굴이 보였다프린트 물이 탑으로 쌓였던 지저분한 책상모으기는 쉬워도 흐트러지기 쉬웠던자료 정리를 낮게 여기고 힘겨워 했던 언젠가가 떠올라 부끄러웠다. 2단으로 인쇄해 더 많이더 작게 박힌 글씨들이 우르르 쏟아지면서 부끄러웠다그것은 왜 어려운가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어떤 그림도 그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는 염려와 고통에 지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조학을 연구하던 후지쓰카는 조선이 청조학으로 가는 우주정거장적인 공간적 위치로 여겼다고 한다그는 경성대학 재직시 평생을 걸쳐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 정년퇴임 후 일본으로 떠날 때 기차 몇 량에 청대 원간본과 수만 권과 조선 전적 수천 권을 실었다고 한다그리고 후에 그 대부분 미국의 도쿄 폭격으로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자신 이후 다른 세대의 연구로 밝혀질 수 있는 일에 일생을 놓은 셈이고 그 대부분이 먼지가 되었다나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문예공화국을 너무 쉽게 무릎 위에서 넘겼고그마저도 무거워서 잠시 덮고 있었다부제가 들어왔다. ‘하버드 옌칭도서관에서 만난 후지쓰카 컬렉션’, 그 밑에 저자 이름 '정민'미국에 있는 중국저서를 보관한 도서관에서 일본인의 컬렉션을 발굴한 한국인의 학자가 한중 지식인의 교류의 장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후지쓰카가 어떤 말씀이라도 남겼는가지속해 연구해 달라고. 그런 전언은 '없었다'. 다만 어떤 이가 묵묵히 했던 일을 후대의 사람이 밝은 눈으로 발견한 일이 있었을 뿐이었다. 18세기, 이국의 사람들이 서신에 기대 고된 거리를 걸어가 서로를 알아보며 "바다가 마르고 바위가 문드러져도, 오늘을 잊지는 말자"던 일은 과연 뭉클했거니와세대와 국적을 건너 이룩될 어떤 연구의 한 장을 보았다는 기쁨에 또 뭉클해졌다. “옛날엔 내 눈앞에/오늘은 꿈속에만.”588p 시를 읊어 서로를 그린 아득함을 한 입도 떼지 못했으나그러나 이것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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