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는 맛
최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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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어제와 오늘을 자나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을 시작하기 전, 잠시 앉아 마음을 돌보며 한 잔 들이켜보는 재충전의 맛(뒷표지)을 보여준다는 것에 혹해서 집은 최민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힘내는 맛」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황소 같은 과감함과 몬스터 같은 괴력(해설 : 무뎌지는 맛, 225쪽)을 지니게 해줄 것 같은 에너지드링크보단 커피를 주로 마시게 되어 입맛이 무뎌져 있었는 데 「힘내는 맛」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들이 주는 다양한 맛(전부는 아니어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제가 별게 아니라면 지금 내게 닥친 힘든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호들갑을 떨어봤자 소용없지 않은가. 하나씩 해결하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힘든 일도 거리를 두고 보게 되고요.‘
(우주의 먼지, 22쪽)

‘물론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하지만 설사 우리가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어떤 식으로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종이컵에 실을 이어 만든 장난감 전화로 속삭이는 어린아이들처럼.‘ (보라색 사과의 마음, 59쪽)

‘세상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하고 올바른 균형이.‘ (변함없는 기분, 75쪽)

‘포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걸음 물러서서 잠시 기다리려는 것뿐이에요. (......) 과거를 버려야 할 순간이 오면 자신밖에는 믿을 수 없는 거죠.‘ (가을의 곡선, 124~5쪽)

‘다들 자기가 이룰 수 없는 소망만 골라서 꿈을 꾸는 거 같아요.‘ (보호색, 154쪽)

‘가족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존재예요. 고전역학이 아니라 양자역학. 별 어이없고 해괴한 일이 맨날 일어나니까. 그러니까 나도 마음대로 살아도 돼요.‘ (힘내는 맛, 218~9쪽)

「힘내는 맛」에 실린 단편들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단편마다 마음에 가는 구절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비록 (보호색)의 거지같은 놈(152쪽)인 사진관 주인의 이상한 행보, (요시히로의 자리)의 발암같은 101호 커플을 향해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치솟아 올랐지만 오묘하고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몰랐던 여러가지의 맛을 한 권에 느낄 수 있었던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최민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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