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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계절
구효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작년 이 맘때 쯤에 장편소설「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를 내셨던 구효서작가님의 무려 9번째 소설집 「아닌 계절」을 읽어봤는 데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를 읽기 힘들어서 2주동안 읽은 기억이 나는 데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무튼 쉬이 읽어지지는 않았어요. 아마도 구효서작가님의 수많은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집을 읽을 때 아닌 겨울 - 아닌 여름 - 아닌 봄 - 아닌 가을 순으로 실려있던 데 전 그냥 봄 , 여름, 가을 , 겨울 순으로 읽었습니다.
[아닌 봄]에 있던 30여년을 한 집에서 주인이 여러번 바뀌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 (파인 힐 에이프릴)에서 저는 처음에 썬팅캡이라고 인식했는 데 다시보니 헌팅캡이었네요. 이 헌팅캡에게 일어난 끔찍하고 믿기 어려운 일의 잔상이 아직도 제 머리 속에 남아있습니다. (봄 나무의 말)의 회화나무가 닷근이와 새신랑에게 시집 왔으나 홀로 남겨진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닌 여름] 에서는 아내를 떠났으나 62년 만에 아내곁으로 돌아온 남편이 등장하는 (여름은 지나간다), 방파제에서 사라져버린 아이가 끝내 돌아오지 않으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미음의 이야기 (바다, 夏日), 그리고 퍼레이드가 한창인 작은 마을에 떠 있는 관람차가 등장하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하이눈, August)가 실렸는 데, 이 3편을 읽으며 지난 유난히 더웠던 여름과 곧 다가올 여름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제일 인상적으로 다가온 단편이 [아닌 가을]에 실린 (Fall to the sky)라는 단편(이 작품밖에 실리지 않았는 데 읽어보니 계절이라는 컨셉을 맞추다 보니 제목에 가을을 뜻하는 Fall이 들어갔는 데 원래제목인 Fly to the sky가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인 데 30년 전에 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반듯이 누워있는 채로 죽어버린 아들이 죽은 이유를 경찰, 학교교수, 그 날 당시 갔던 술집,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을 만나 물어봤으나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로 30년을 흘려보낸 칠순의 아버지가 산악등반을 하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정말 아들은 왜 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반듯이 누워있는 채로 죽었을 지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마지막 [아닌 겨울]에 실린 선짓국밥 주인이 사라져버려 돌아오지 않는 (세한도)와 카메라로 사진찍고 옹기에다 필름을 보관하는 이응의 이야기 (12월 12일 - 이상에게)를 읽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피곤하기도 한 상태에서 읽어서 그런지 읽기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나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뭐라 정의하기가 어렵네요.
구효서작가님의 작품을 이제 2권밖에 읽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이 된다면 그동안 출간하셨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이번에 (풍경소리)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셨고 이 작품은 이번 소설집에는 실리지 않았는 데 이 작품이 실릴 10번째 소설집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과 화가 안경수님과의 작품이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2015년에 전시회를 하였는 데 거기에 전시된 작품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