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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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이어서 읽은 김초엽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저는 과학이나 자연에 대해 특히 식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스바나‘라는 식물이 더스트로 가득찬 지구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도태되지 않고 적응하고 거기에 맞게 변형하고 증식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했어요.
지금 이 순간에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2050년이 되어서 실제로 지구에 더스트같은 것이 생겨나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 속에서 유토피아같은 ‘프림 빌리지‘가 형성되어 생활하고 살아간다면 어떨지 생각이 드네요.
어릴 때 보았던 푸른 빛의 형상들이 연구원이 되어도 잊지 않고 생생하게 그려지며 행방이 묘연한 이희수라는 노인을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끝까지 파헤쳐 본 아영, 아영에게 모스바나를 포함한 프림 빌리지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나오미와 아마라, 프림 빌리지의 유리온실에서 사람들에게 줄 분해제를 만들고 오직 식물들을 돌보았던 레이첼과 레이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지수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전부 기억하고 싶은 데 저에게는 메모리 칩같은 것이 없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사실 읽을 때는 흥미롭게 잘 읽었는 데 막상 그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니 어려워 리뷰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래도 읽는 것과 그 느낌을 쓰는 것을 멈추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김초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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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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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달에 두 번정도 가는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는 있는 데 그동안 솔직히 말씀드리면 읽지 않고 그대로 반납한 책들이 꽤 많더군요.
사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김초엽작가님의 신작이 두 권이나 연달아 출간되었고 그중 「행성어 서점」은 먼저 읽었으며「방금 떠나 온 세계」도 읽어야 하기 전에 첫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어서 이번에 빌린 5권의 책 중 한 권이자 첫 소설집이었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 책이 처음 출간했던 2019년 6월에 북펀드로 진행되었다는 소식만 접하고 따로 참여하지는 않아서 크게 기대하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저 신간이었기에 구매한 것이 컸죠. 그래서 그때에는 읽으려는 마음도 솔직히 없었는 데 베스트셀러가 되고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셨으며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리커버도 여러 번 나오기도 했었죠.
저는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네요.
처음에 실린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부터 뭐랄까 이 아름답고 안전한 마을을 떠나 지구에서 순례를 하다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 그리고 순례를 하기도 전에 먼저 지구로 가버린 데이지가 기억에 남았고 (스펙트럼)에서 육신은 죽어버리지만 또 다른 육신으로 영혼이 계속 이어지며 조금씩 달라지는 루이와 류드밀라가 꾸준하게 행성을 그리던 (공생 가설),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우주정거장에 하염없이 슬렌포니아로 가는 우주선을 기다리는 안나가 자신이 나아갈 곳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옳기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돌멩이 불과한 물질로 인해 우리의 기분이 뒤바뀌는 (감정의 물성), 죽은 이들의 마인드가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에서 엄마의 인덱스가 실종되버리는 (관내분실), 결정적인 순간 홀로 깊은 바다로 뛰어내린 이모의 선택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까지 총 7편의 단편이 마치 일곱빛깔의 무지개처럼 빛나는 이 소설집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김초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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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소설Q
강성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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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Q 시리즈의 12번째로는 시인이신 강성은작가님의 첫 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입니다.
이 소설에는 총 14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있는 데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서 ‘잠‘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버스를 탔는 데 너무나도 따뜻한 버스여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버스종점에 이르러서야 기사님이 깨워주셔서 일어나게 되는 그녀(겨울 이야기)를 보면서 한때 저도 특히 퇴근하고 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데 그만 자버려 버스종점에 와서야 기사님이 깨워주시거나 그때쯤에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잠에 빠져있는 데 제가 내려야 할 정류장이 다가오자 기사님이 제가 깨어날 때까지 경적을 울리셔서 깨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사라진다는 것)의 9처럼 냉장고를 잃어버린 적은 없었지만 집 밖에 있다가 돌아오고 나면 한번씩 없어지는 돈과 물건들, 집 안에서 없어진 것들 또한 제게도 있었는 데 지금 이 순간에도 저도 모르게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볼 것도 없는 마을에 노인들이 미소를 띈 채로 죽어있어 마을 이장을 포함한 주민들이 떠났음에도 의자를 잃어버렸다고(의자 도둑), 버스를 잃어버렸다고(버스 정류장)전화벨이 울리면 받을 수 밖에 없는 파출소의 윤소장과 정순경님의 이야기(전화벨이 울린다)또한 인상깊었습니다.
(울지 마세요)에서 개의 언어를 번역해주는 번역기를 (구멍)에 등장하는 쥐와 같은 아직도 저희 편의점에 있으며 이제는 매장바닥을 당당히 빠르게 지나가는 쥐새끼의 언어를 번역해보고 싶은 마음또한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앞서 소설 Q 시리즈로 만나 본 신해욱시인님의 「해몽전파사」처럼 시인이 소설을 소설가가 시를 쓸 수도 있으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그 시인(소설가)만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강성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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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빛 - 김수온 소설집
김수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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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 있고 잘 읽혀지지만 읽고 나서의 느낌을 표현하기가 힘든 소설이 있으며 잘 읽혀지지 않지만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소설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읽는 내내 뭐라 형용할 수 없었던 소설도 있는 데 바로 오늘 완독한 김수온작가님의 첫 소설집 「한 폭의 빛」이 그런 소설이었어요.
앞서 읽은 김태용작가님처럼 글이 음악처럼 쓰여졌거나 정영문작가님처럼 언어자체를 자유자재로 쓰시지도 않는 데 내용을 파악하기가 좀체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집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라 단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기억을 잊고 과거를 지워버리며 어두컴컴한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르는 아침이 밝아오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데 과수원에 심어놓은 나무의 열매들이 썩어들어가 그 나무들을 불태워버리는 (나의 마르멜로), 동생이 사라진 이후로 괄호가 온 세상을 뒤덮어버린 등단작 ( ), 바닷속으로 온 몸이 잠겨가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들의 (행렬), 군인의 발자국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정원을 쳐다보는 (애프터눈 티), 화실에 불이 나 더 이상 미소를 짓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않고 아이들이 그렸던 초상화 또한 남아있지도 않게 되어 영원히 볼 수 없는 (얼굴 없는 밤의 초상화), 마치 미로 속을 헤메는 것처럼 이불이 몸 전체를 가리면서 집 안 구석을 몇번이나 되짚어가는 (한 겹의 어둠이 더), 소설집을 통들어 가장 인상깊게 읽었으며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홀로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열대어 한 마리의 비늘이 수조 위로 떠오르는 (푸른 열대어)와 마지막으로 읽으면서도 짐작하기가 어려웠던 표제작 (한 폭의 빛)까지 9편의 이야기가 실린「한 폭의 빛」을 접하였기에 김수온작가님의 다음 작품들도 그저 묵묵히 읽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 ) 에서 자주 길을 잃어버리시는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인상깊었는 데 77쪽에 ‘여전히 아버지는 길을 앓았다.‘라는 표현이 맞는 걸까요? 앞서 읽어본 걸 토대로 하자면 ‘길을 잃었다‘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수온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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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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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편의점에서 가격표를 뽑아내려고 출력버튼을 연신 눌렀지만 가격표의 점선 때문에 프린터가 자꾸 걸려 골치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에 제대로 출력되지 않아 저는 이 기계가 사람을 의도적으로 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 데 제가 별짓을 다해도 출력되지 않던 프린터가 사장님이 출력하시면 한 번의 걸림도 없이 곧바로 출력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은 리뉴얼하면서 프린터도 바뀌었고 가격표도 손쉽게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서 그런 생각은 이제 안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는 데 바로 ‘쥐‘가 창고에 있는 과자봉지들을 뜯어놓는 다는 것입니다. 특히 새우깡, 오징어땅콩(이 과자는 과자안에 땅콩이 있는 데 과자는 빼고 땅콩만 쏙 골리 먹었더군요. 밀봉되어 있어 냄새도 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 데 과자 속의 땅콩 이미지만 보고 골라먹는 게 골치 아픈 건 둘째치고 너무 신기했습니다.)을 좋아하여 그 과자들을 작살내 울며 겨자먹기로 버려야 했죠. 이렇게 서론이 길어진 이유는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출간하신 이유리작가님의 작품들이 다소 평범하지는 않는 다는 것에 있습니다.
프린터와 쥐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만 아버지의 유해를 뿌린 나무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고(빨간 열매), 깊은 고민을 한 나머지 남자친구 손에 별안간 먹음직스럽게 생긴 브로콜리가 생겨나 점점 자라나며(브로콜리 펀치), 5년 전에 사고로 죽은 전 애인이 이미 결혼한 부부가 자고 있는 방에 불현듯 나타나고(손톱 그림자), 돌멩이에게 스콧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돌과 대화를 하는 엄마에겐 골칫덩어리인 비만 아들(치즈 달과 비스코티)이 있는가하면 원래도 존재가 없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반투명해진 소녀(평평한 세계)도 있으며 심지어는 전 여자친구가 버리고 간 이구아나를 데리고 들어가 살다 헤어질 때 이구아나를 버리고 가버린 남자친구에게 분노하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구아나를 만지고 쓰다듬더니 이구아나가 말을 하여 멕시코로 헤엄쳐 갈 이구아나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사람(이구아나와 나)까지 등장하면서 저를 애먹이던 브라더사의 프린터기와 취향이 확고하며 어느 정도의 지능이 있다고 판단되는 쥐새끼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들더군요.
뭐, 일반인에 불과했던 중학생 남자애를 인기 아이돌 스타로 만들며 무엇을 원하든 그게 마약이라도 캐리어에 실어놓고 구해주려다 사고로 차가 강에 빠져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내가 사랑하는 그 아이를 위해 선택(둥둥)하거나 그저 생존을 위해 물 속에 신중하게 부리를 내려찍는 왜가리를 보려고 격주 일요일에 모이는 동호회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망해버린 반찬 가게 사장(왜가리 클럽)처럼 특이한 일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좋으니 이해를 할 수 있게 그 것들과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해봤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면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것들을 이해하고 나중에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유리작가님, 환상적인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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