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4
이혜경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저는 월남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 기억에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늘 읽은 핀 시리즈 14번째인 「기억의 습지」를 쓰신 이혜경작가님과 같은 연배이신 저희 아버지또한 그에 대한 기억이 매우 단편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베트남에서 온 철규의 아내의 장례를 치르게 되는 부분을 그냥 가볍게 지나쳤는 데 의자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가 책장을 덮을 때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기억의 습지」를 읽으셨거나 읽으실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합니다.
월남전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한 70대 노인이 되어 조만간 쓸지도 모를 영정사진을 찍은 필성의 심정과 그 당시 겪었을 여러가지 감정을 저는 알 수가 없겠지요. 또한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고 무작정 ‘사장님‘을 따라갔다가 북한을 드나들며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도 있을 상황을 여러번 직면하며 도망쳐버려 지금까지 은둔하다시피 한 김씨의 심정도 한국에서 정식으로 살게 되어 결혼했던 한국남자들을 가차없이 버리고 가는 여느 베트남여자들과는 달리 자상한 남편덕분에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며 언젠가 자신이 돈을 벌어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고 자신의 여동생을 한국에 데려올 생각을 하고 있던 응웬 흐엉의 꿈과 희망을 제가 다 이해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필성에게 ˝나 응웬 아니에요. 내 이름, 판이야, 판. 기억해주세요.˝(66쪽)라고 말하는 필성의 처음을 함께했던 베트남여자의 이름을 제가 꼭 기억해주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어졌어요.
베트남어회화책을 구해서 읽거나 유튜브에 있을 베트남어를 찾아서 보고 싶어요.
그래서 ‘씬짜오, 씬짜오(104쪽)‘하며 ‘땀비엣. 다음에 만나요.‘(104쪽)라고 말해보고 싶어요.
이혜경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년전에 정유정작가님의 「종의 기원」을 읽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에도 양장한정판이었고 인쇄사인본이었는 데 알라딘포인트로 충분히 구매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그걸 보지 못하고 예약구매하지 못하고 뒤늦게 네이버중고나라에서 팔고 있던 분에게 구매하여 겨우겨우 읽었습니다.
그리고 3년후에 신작 장편소설「진이, 지니」로 예약판매를 하고 있어서 바로 구매하였고 이번에는 친필사인본으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보노보는 커녕 침팬지, 오랑우탄, 원숭이같은 유인원을 구분할 수가 없고 잘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등장하는 보노보라는 생명체에 대해 책으로나마 알아갈 수 있어서 의미있었고
「7년의 밤」, 「28」, 「종의 기원」같은 다소 어둡고 강한 소설들만 읽다가 「진이, 지니」같은 따스하고 가슴뭉클한 소설을 읽어서 많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제 주변에서 불편을 겪은 사람들이나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나 일방이든 쌍방이든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황을 봐서 경찰에 신고하거나 아니면 그저 외면해버리고 마는 데 「진이, 지니」에 등장하는 진이라는 인물또한 킨샤사에서 도움의 눈빛을 보내던 보노보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도망쳐버렸으며 신고조차 하지 못하였는 데 꼭 그것때문은 아니지만 화재현장에서 살아난 보노보를 구출하고 영장류센터로 돌아오던 중에 사고를 당하여 보노보몸속에 진이의 영혼이 들어가버리고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도움을 주는 민주역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던 당시에 할아버지가 보내던 도움의 신호를 잘 파악하지 못해 결국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으며 집에서도 쫓겨나 여러곳을 전전하다 영장류센터까지 오게 되었고 그 곳에서 하룻밤 노숙하다가 진이가 인격인 보노보를 만나게 되고 의식이 없는 진이와 진이의 인격이 몸 속에 있는 지니를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솔직히 소설 속 상황이 아니더라도 제게 도움의 손길이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도움을 주자니 제코가 석자이며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모르겠고 그냥 외면하자니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진이의 생일에 민주가 축하해주는 부분을 읽으면서 중요하고 소중한 날을 함께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해설을 써주신 정여울작가님처럼 멋지게 쓰고 싶은 데 너무 부족해서 이렇게밖에 쓰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럽지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정유정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주일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보니 「완득이」,「우아한 거짓말」, 「가시고백」등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이 많았는 데 김려령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것은 단 3권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 중에 두 편은 「너를 봤어」와 「트렁크」였고 나머지 한 편은 청소년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첫 소설집 「샹들리에」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일주일」도 보니 청소년문학이 아니더군요.
(여담이지만 늘 하던 예약구매시 한정으로 하던 사인본증정행사도 없었는 데 사실 이게 더 마음이 편합니다. 왜냐하면 사인본이 아닐까봐 마음이 조급해지니까요.)
「트렁크」를 읽은 지 약 4년이 지나서 구체적인 내용은 가물가물합니다만, 계약 결혼을 소재로 신선하면서도 신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났는 데
「일주일」역시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여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우연히 만난 유철과 도연이 지냈던 일주일이 두 사람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까지 많은 충격과 변화를 주게 되는 이야기인데 사실 터키에서 일주일 만나다 헤어지고 우연히 K시(굳이 K시라고 하지 않아도 저는 이 도시가 김해시라는 것을 눈치챘어요. 그리고 2008년에 김려령작가님의 「완득이」가 김해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이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에서 올해의 책으로 도연의 책이 선정되어 북콘서트를 진행하게 되었는 데 그 자리에서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재회를 도연과 유철이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지게 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인상깊었어요.
저는 아직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못해본 사람이라서 잘 읽히기는 했지만 크게 공감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는 데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정말 무턱대고 결혼을 했지만 연애할 때는 몰랐거나 알고 있었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배우자의 버릇이나 성격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큰 걸림돌이 되어서 결국에는 이혼을 하게 되는 이러한 상황들이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학교생활도 그렇고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처럼 결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유철과 도연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유철과 도연에게 상처를 주게 된 정희 또한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김려령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밤이 지나간다」이후에 나올 편혜영작가님의 새 소설집을 2016년부터 기다려왔습니다.
2016년에 (식물 애호)를 바탕으로 쓰신 장편「홀 :The Hole」, 2018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첫 스타트를 끊은 「죽은 자로 하여금」이 출간되고 그 책들을 읽으면서도 곧 나올 편혜영작가님의 새 소설집을 기다렸는 데 「소년이로少年易老」가 4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원래 이번 소설집의 제목을 「우리들의 실패」라고 정해놓으셨는 데 소설 속에서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셨는 데 표제작인 (소년이로少年易老)를 포함하여 (식물 애호), (우리가 나란히), (원더박스), (개의 밤), (월요일의 한담), (다음 손님)까지 소설집에 실린 단편 대부분에서 사고로 당해 병원신세를 지거나 주변인물들이 급속도로 몸이 나빠져 가족들을 알아 보지 못하여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되었죠. 크게 아픈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단편인 (잔디)에서도 제초제를 잘못 줘서 망친 마당에 자라난 잔디들이 아픔을 겪게 됩니다. (제초제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초제의 제조회사에 항의전화를 매일 거르지 않고 해대는 남편이 주체하지 못하는 울분을 마당에서 자라나는 잔디들에게 풀어버려 아픔을 주는 것이 가장 큽니다.)
작년에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었을 때에도 더 이전인 2016년에 「홀 : The Hole」을 읽을 당시에도
그보다 훨씬 이전인 2011년 「저녁의 구애」를 읽었을 당시에도 느꼈지만 편혜영작가님의 소설들의 인물들은 뭔가 의뭉스러움이 많이 묻어난다고 해야할까, 읽고 나면 축축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몬순)과 (자매들)이 빠져서 단편들을 찾아서 읽는 스타일이 아닌 제게는 무척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게 되고 또 새로운 편혜영작가님의 작품들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겠지요.
편혜영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컨설턴트」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시며 등단하신 임성순작가님의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실제로 읽어본 것은 훌륭한 부부금술을 도모할 수 있게 큰 역할을 하였다는 「자기 개발의 정석」과 다소 생소한 소재였지만 흥미로웠던 「우로보로스」. 이 두권의 책이 전부였는 데 등단후 약 10년만에 출간하신 임성순작가님의 첫 소설집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를 읽어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작년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이미 표제작인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을 읽었는 데 많은 작품들을 쓰셨지만 ‘임성순‘작가님의 이름과 단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또 그 단편을 읽었지만 제목이 긴탓인지라는 핑계로 정확한 단편의 제목이 첫 소설집이 나오기 전까지 가물가물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쓰면 작가님이 슬퍼하시거나 노여워하실 수도 있을 텐데 처음에 실린 (몰:mall:沒) 을 임성순작가님이 쓰셨는 데 저는 「거의 모든 거짓말」을 쓰신 전석순작가님이 쓰셨다고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몰:mall:沒)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떠올랐는 데 작가님또한 이 사고를 배경으로 쓰셨고 배경또한 이 사고 이후의 이야기인 데 그로부터 약 20여년 후에 벌어지게 될 그 사고 또한 같이 생각났습니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앞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지만 이번에 읽으니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확실히 이번에는 이 긴 제목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요.
(계절의 끝)의 상황이 실제로 닥쳐오게 된다면 너무 무섭고도 막막할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지만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또 다시 계절의 끝이 다가와도 끝끝내 돌아오지 않은 그 사람을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그런데 그 전에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면에 발표하지 못한(이 소설집 출간을 위해 글을 쓰셨다고 합니다) 신작 (사장님이 악마에요)와 (불용不用)에서 아이를 가지기 위해 정확히는 아이를 가져 그 아이를 낳고 병원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하는 간호사인 아내를 위해 남편이 회사사장님에게 육아휴직을 말하려고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가서 사장님을 보는 순간의 상황(사장님이 악마에요)과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보이는 공간이라고 하기도 뭐한 곳에 몸을 구겨넣다시피 하여 남의 구두를 닦으며 살아가는 남자(불용不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실렸지만 등단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발표한 (인류 낚시 통신)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윤대녕작가님의 (은어 낚시 통신)을 페러디한 작품입니다. 저는 아직 (은어 낚시 통신)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은어 낚시 통신)을 읽어보게 된다면 아마도 작가님과 같은 인상을 받지 않을 까싶습니다.
보통 소설집에 있는 해설이 없었는 데 그 이유를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셔서 앞으로 다른 작가님의 소설집에 해설이 없다면 이러한 이유로 없었구나하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물론 해설이 있다면 책을 읽고 그 책의 해설을 써야하기 때문에 소설집이나 장편소설의 출간이 뒤로 밀려지고 해설을 써주신 평론가님과 제가 읽고 난 후의 느낌이 사뭇 달라지기도 하고 또 사실 읽으면서 라캉이니 뭐 잔존의 무엇이니 하는 그런 어려운 말들이 저를 힘들게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작품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야할까, 뭐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임성순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것이 최근에 나온 3권의 책이 전부여서 작가님의 팬이다라고 말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기다릴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님의 작품으로 인해 제 생활이 더 나아가 제 인생과 미래가 긍정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을 지 모르는 일이겠지요.
임성순작가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