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에 작은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된 로망콜렉션시리즈를 다 읽었는 데 3월에 출간된 김의작가님의 「시냇가빌라」를 초반부만 읽고 드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전에 로망콜렉션시리즈의 신작인 전경린작가님의 「이중 연인」이 출간되어서 「이중 연인」읽기 전에 읽어보려고 합니다.
시인이기도 한 여성민작가님의 첫 소설집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은 절반정도 읽었고 8년만에 소설집을 내신 한유주작가님의 「연대기」도 앞에 실린 두 편의 단편만 읽어봐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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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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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교작가님의 이름만 들어보고 실제로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할 무렵에 신간이 따로 안나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작 장편소설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가 출간이 되어서 호기심이 생겨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벌써 10년이 된 것 같아요. 저도 당시 TV나 인터넷기사로 접했던 것 같은 데 용산참사를 소재로 담고 있더군요.
당시 26살이던 겉보기에는 순박하지만 술만 마시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면 저돌적으로 돌변하는 불의를 보면 못참는 임한기씨의 주변 인물 예순여섯 명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소설이 이루어지는 데요.
비교적 짧은 내용이지만 참사이후 종적을 감춘 임한기씨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 예순여섯 명이 임한기씨에 대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만나본 한기씨의 실제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실은 단지 자신이 기억하는 한기씨 모습을 말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략) 실제 한기씨 모습을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타인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196쪽)말미에 인터뷰어인 이만기씨의 후기에서 나오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10여년전에 일어나버린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용산참사나 약 5년 뒤에 역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아픈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어서 그저 TV나 인터넷기사로밖에 접하지 않은 제 3자지만 읽으면서 마치 제가 그 일들에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듯한 기분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이지만서도 아직까지도 ‘한기씨‘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형태도 알 수 없는 시신으로 발견이 되었거나 죽었으나 이해관계에 얽혀서 시신을 누군가가 빼돌렸거나, 그런가하면 아직 살아있다고 이야기한 주변인물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쯤 어디선가 우리의 곁을 무심코 지나가고 있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하게는 시간이 지나 점점 흐릿해지거나 왜곡되어 가지만 한기씨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있고 이 글이 있기에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그 이상이 지나더라도 한기씨는 살아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만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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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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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작년에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을 내셨는 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번째 소설집이자 정확하게는 연작소설 형식으로 이루어진 박상영작가님의 두번째 책인 「대도시의 사랑법」을 뒤늦게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면 올해에 읽을 일이 없을지도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안 읽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 연애는 커녕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감정을 가져본 것이 딱히 없어서 잘 모르겠는 데 앞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어보았던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아주 흥미롭게 읽었고 (재희)에서 재희가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첫번째로 갔던 산부인과에서 꼰대같은 의사에게 빡쳐서 자궁모형을 들고 도망쳐나온 모습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의 왕사넬형의 모습과 흡사해서 놀라웠고 시원했어요.
(대도시의 사랑법)과 (늦은 우기의 바캉스)의 규호의 영의 사랑이 어떤 장벽에 가로막혀 결국 헤어질 수 밖에 없게 되고 규호가 떠난 후에도 규호와의 추억이 떠오르는 영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대상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됩니다. 여러가지의 종류가 있겠지만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장벽이 너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어떤 대상을 우연하게 만나 호감을 가지고 설렘을 느껴 마침내 고백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다가 어떤 일로 인해 다투어서 한쪽이 헤어지자며 거리를 두다가 다시 아무일도 없듯이 거리를 좁히다가 결국에는 어떤 이유나 문제로 인해 극복하기가 힘들어 이별을 이야기하고 보내주거나 버림받는 모습이 제가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안타깝고 슬픕니다.
박상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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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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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선정된 최수철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독의 꽃」을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읽는 순간 너무 당연하고 뻔한 말이지만 「독의 꽃」이 내뿜어대는 온갖 다양한 ‘독‘들이 제 머릿속과 마음속에 스멀스멀 퍼져가 다 읽고 난 후에는 그 독들에게 중독되어 한동안 헤어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2011년에 출간된 장편소설「침대」에서도 우리가 태어나고 죽음을 보편적으로 맞이하는 ‘침대‘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눈길이 갔었고 마치 침대가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먹고 자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를 함께 지켜보아서 그런지 살아 숨쉬는 것 같았지요. 그 해에도 동인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라가셨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독의 꽃」을 통해 저는 처음 들어봤던 사람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수많은 독을 지닌 식물과 동물의 배설물을 포함한 수많은 물질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고 그 무엇보다 ‘조몽구‘가 들려주는 조몽구의 내력을 저도 옆에서 가까이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둘었습니다.
저도 제가 살아왔던 내력들을 정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알지는 못하는 데 이렇게 한 사람이 살아왔던 내력들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되는 것 같아 나름의 유익함을 맛보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사장님과의 작은 마찰이 있었는 데 무엇때문인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기가 어려워서 입으로 괜찮습니다, 괜찮아요를 반복했으나 눈에서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서 그 것을 억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가시고 나서 작게나마 울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허구라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떤 독이 제게 감정에 영향을 일으키고 눈물을 흘리고 슬픔을 느끼면서 그 것을 정화시켰던 것이 아닐까하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수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동인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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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인칭의 자리
윤해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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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읽은 소설은 무엇이었을까를 아주 곰곰히 진중하게 생각해보았던 윤해서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 「0인칭의 자리」를 마음 속으로 소리내어 읽어보았습니다.
2017년에 출간된 첫 소설집 「코러스크로노스」를 읽을 때에도 범상치 않았지만 이 소설 또한 범상치 않았습니다.
첫 부분에 모델하우스 홍보 전단을 돌리는 중년 여성에 못이겨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던 고깃집 불판 닦아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여자(9~14쪽)를 보면서 이따금씩 퇴근하면서 근방의 독서실을 홍보하던 중년 여성이 건내는 홍보전단을 버리지 못하고 가방 안에 넣은 제 모습을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는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이입하거나 그 것에 사로잡히는 않았는 데
죽음을 작위적으로 표현 한 책의 리뷰를 거절하는 그(38~41)의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네일 숍으로 돌진하던 차에 마지막 손님이 되어버린 남자와 그 남자에게 마지막 꽃잎을 그려주던 그녀(44~45쪽), 같은 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하던 사람들이 백혈병진단을 비슷한 시기에 받고 설상가상으로 부당 해고를 당하고 사흘 만에 목을 맨 동료로 인해 45일 동안 단식투쟁을 하던 그가 옥상에서 투신(52~53쪽)하고 모텔 침대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던 사람이 그가 오고 다음 날 나란히 약을 나누어 먹고 죽게 될 예정(60~61쪽)되는 무수한 죽음들로 인해 이 소설의 리뷰를 아니, 소설의 끝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하는 고민도 들었지만 ‘무엇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엇도 찾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세요. 무엇을 생각하려 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들 자리가 없게, 생각하는 나마저도 잊으세요.(50쪽)‘ 라며 스님이 말씀하신 대목을 생각하며 그저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일수도 있지만 1인칭도 2인칭도 그렇다고 3인칭도 아닌 그야말로 아무에게도 속해있지 않은 「0인칭의 자리」를 읽고 그저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윤해서작가님, 좋은지 나쁜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 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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