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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섯 명의 한기씨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평점 :
이만교작가님의 이름만 들어보고 실제로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할 무렵에 신간이 따로 안나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작 장편소설 「예순여섯 명의 한기씨」가 출간이 되어서 호기심이 생겨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벌써 10년이 된 것 같아요. 저도 당시 TV나 인터넷기사로 접했던 것 같은 데 용산참사를 소재로 담고 있더군요.
당시 26살이던 겉보기에는 순박하지만 술만 마시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면 저돌적으로 돌변하는 불의를 보면 못참는 임한기씨의 주변 인물 예순여섯 명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소설이 이루어지는 데요.
비교적 짧은 내용이지만 참사이후 종적을 감춘 임한기씨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 예순여섯 명이 임한기씨에 대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만나본 한기씨의 실제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실은 단지 자신이 기억하는 한기씨 모습을 말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략) 실제 한기씨 모습을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이 타인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196쪽)말미에 인터뷰어인 이만기씨의 후기에서 나오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10여년전에 일어나버린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용산참사나 약 5년 뒤에 역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아픈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어서 그저 TV나 인터넷기사로밖에 접하지 않은 제 3자지만 읽으면서 마치 제가 그 일들에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듯한 기분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이지만서도 아직까지도 ‘한기씨‘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형태도 알 수 없는 시신으로 발견이 되었거나 죽었으나 이해관계에 얽혀서 시신을 누군가가 빼돌렸거나, 그런가하면 아직 살아있다고 이야기한 주변인물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지금쯤 어디선가 우리의 곁을 무심코 지나가고 있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하게는 시간이 지나 점점 흐릿해지거나 왜곡되어 가지만 한기씨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있고 이 글이 있기에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그 이상이 지나더라도 한기씨는 살아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만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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