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전
정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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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는 다른 비범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을 저는 예전에도 부러웠고 지금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데 이번에 주간문학동네에 직접 투고, 첫 선정 후 출간되어 읽은 정은우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국자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사용하여 내 가족과 내 나라와 더 나아가서는 이 세계를 지키는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하지만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반동 세력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리어 비난과 멸시를 받으며 평생을 범죄자인 마냥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능력에도 등급이 있어 그 등급에 따라 직장도 대우도 달라지고 한 번 정해진 등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바뀌지 않는 데 유일하게 말을 주고 받으며 친하게 지내온 친구 글로리아(박경남)를 따라 등급까지 조작하여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으나 김포공항 안 레스토랑에 긴급 차출되어 주방을 담당하며 가끔씩 홀도 봐주면서 감시하는 일을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국자님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4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솜씨가 좋은 것도 있겠으나 국자씨의 손 맛 가득한 음식을 한 입 먹고 걸신들린 것처럼 몰입하며 읽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철옹성같은 엄마 이국자씨와 툭하면 잘 삐지며 통근시간을 엄격하게 정하여 외박도 결코 허용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나 국자씨가 차려놓은 음식들을 맛 보자 치밀하게 세운 계획과 다짐들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번번히 실패하였고 2년 전 불현듯 휴직을 해버린 초등학교 교사인 딸 미지가 복직을 신청하며 발령받은 학교가 집에서 먼 거리라 이번에야말로 독립을 할 수 있는 아니, 해야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생겼기에 국자씨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데 멍처럼 얼룩덜룩한 복선과 곪아터진 상처 같은 갈등 중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200회 넘게 지지부진하게 끄는 드라마에 빠져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놓으려는 국자씨가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설득을 할지 첫 부분부터 흥미진진하더군요.
국자씨가 친구인 글로리아와 함께 훈련을 받고 김포공항 내 레스토랑에서 분주하게 화상, 동상, 찰과상등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요리하며 동태들을 살피며 주기적으로 걸려오는 전화에 수시로 보고하는 임무를 지내던 중 반동 세력인 까만 선글라스를 끼며 옆에 부하같은 사람을 대동하며 레스토랑에 온 윤수일이라는 남자에게 그 누구도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며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 것이 사랑이라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확신을 했으며 사랑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과 삶이 위태로울 수도 있지만 어떠한 선택을 필연적으로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아직은 희망이 필요했다. 희망과 절망은 한 장의 종이였다. 먼저 읽는 쪽이 앞면이고, 나중에 읽는 쪽이 뒷면이었다. 단면만 읽고 구겨서 버리는 건 일시적인 도피였다. 절망과 희망 중 어느 쪽을 먼저 읽어야 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언젠가는 남은 면도 읽어야 했다. 묵묵히 다 읽어낸 후 받아들여야만 남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었다(241쪽).‘
‘거짓이 먼지 한 톨 없이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진실은 땅속 깊숙이 파묻혔다가 간신히 기어나온 사람 같았다. 보통 사람들은 진실의 흙 묻은 손보다 거짓의 깔끔한 손과 악수하는 쪽을 선호했다. 잠깐 손을 잡았다가 놓는 정도니 별일 없을 거라고 믿었다(244쪽).‘ 같은 구절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했었고 이 사랑이, 이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많이 궁금했습니다.
‘이야기는 누군가를 살아 있게 하고, 살아가게 합니다. 길든 짧든 당신과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한편, 읽는 사람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하니까요.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보거나 듣고 읽으면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설령 그로 인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들 당장은 모르는 일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들도 한때는 현재였고, 아득한 미래는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올 테니까요(작가의 말, 297~8쪽).‘라고 쓰신 작가님의 글을 되새기면서......
정은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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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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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출간된 김병운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었을 때만 해도 그저 출간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일 뿐이고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한 편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이번에「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첫 소설집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첫 소설집이 나오셨구나 했었고 심지어 (한 밤에 두고 온 것), 표제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윤광호),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 (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 (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을 읽었을 때에도 그저 100% 허구겠거니 하며 김병운작가님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마지막에 실린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처음부터 알게되었던 시작은 비슷했고 느낌도 농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비슷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끗 차이로 전혀 달라져버린 두 작가님에 비해 저는 읽어보지는 않았고 들어보기만 한 소설가라는 직업을 떠나서 소설이 아닌 글에서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어떤 거짓말은 예외 없이 나를 훼손한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솔직하지 못할 바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알기에 애초에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고 결국 독자들이 읽고 싶은 대로 읽게끔 공백을 만드셨던 에세이「아무튼, 방콕」을 먼저 내셨고 첫 장편소설은 앞서 나왔던 시리즈의 소설들 속에서 접하였던 부분이 있었고 그 시리즈의 한 권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 밤에 두고 온 것들)에서 영화감독인 윤수희 감독의 신작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역이 주인공의 각성과 성장을 위한 도구(11쪽)로 이용되고 훗날 비당사자로서의 한계를 무마하기 위한 알리바이용 인터뷰를 그 배역을 맡은 나에게 진행하며 연민하고 동정하는 감독의 시혜적인 시선과 선민의식이 거북했지만 당사자성이 결코 발언의 자격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20쪽) 나의 생각에 저도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아요.
제목의 이름은 얼핏 들었던 (윤광호)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스스럼 없었던 윤광호씨가 우리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고 쓰게 되는 것에 문제가 되는 건 내보일 수 있는 용기가 아니라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을, (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에서 불온해 보이는 이미지들을 모조리 지우려 하고 자기 검열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존재를 의식하고 존재에게 허락받기 위해 밀어내거나 끊어 내려하는 모습과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속 한 두시간 정도의 잠시라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복무자들 앞에서 간도 빼고 쓸개도 빼고 정체성도 뺀 채로 견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산정하며 견뎌내려는 것에 익숙해져서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속 어서 자신에 대해 다 말하고 싶지만 다음 단계를 기약하며 언젠가 그렇게 쓴 글이 모이고 또 모여서 나를 다시금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리라는 것(297~8쪽)을 아는 작가님이시기에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의 인주씨처럼 저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에 대해서, 여기 이 곳에 저만 있었던 게 아니고 당신도 있었기에, 그렇기에 제 얘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얘기라고.
계속 쓰면 좋겠습니다. 계속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습니다.
김병운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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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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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김경욱작가님의 8번째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아버지들」을 읽었을 때 저는 ‘잘 모르겠다‘고 리뷰를 남겼었죠. 그런 후에 언젠가 나올 9번째 소설집을 꼭 읽어봐야겠다고도 남겼었는 데 3년 만에 출간된 9번째 소설집의 제목은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라고 합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일 때 1종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갱신하기 위해 용궁 빌라에서 지하철을 타고 1호선 도봉역보다 4호선 노원역이 가까운 도봉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향하는 김중근씨,
어제도 보니 전장연(전국장애인연합회)에서 휠체어 시위를 한다던데 이 단편에서도 시위를 하며 시간이 지체되는 데......
(돼지가 하는 일)
인터내셔널을 전문으로 택시를 모는 최원배씨는 콜롬비아에서 온 소설가이자 종군기자로 한국에 왔다던 산체스를 태우게 되고 산체스와 함께 임진각, 판문점, 출판도시 파주로 차를 몰고......
(그분이 오신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는 집을 주기적으로 바꿔줘야한다는 흥미로우면서도 약간은 아리송한 대답을 주로 해대던 소설가가 정작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지자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려고 하고 마침 딱 적당한 집이 있었으나 그 집은 흉흉한 소문으로 쉬쉬하던 집이었고 아내와 달리 본능적으로 느낀 그가 글을 쓰기 위해 그 집으로 향하고......
(타인의 삶)
단편의 제목은 들어본 기억이 나는 데 혹시 동명의 영화제목과 혼동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튼 양복점을 운영하며 양복을 지으셨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던 중에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사람의 흔적을 장례식장 곳곳에서 수시로 발견하며......
(튜브)
주영광씨는 홀로 여행 중이었는 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분실물을 찾아가라는 안내방송에 찾아가봤더니 ‘성인 남자는 머리만 겨우 들어갈 사이즈의 물놀이용 튜브(135쪽)‘를 꺼내주자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들 이서의 이름이 언급되자 점점 뒤죽박죽 되어가고, 특히 선장이 ‘러닝셔츠 바람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고(154쪽)‘ 아내에게 말하는 부분은 저도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으니......
(하늘의 융단)
농업고등학교에서 임업을 담당하다 영어과목으로 바꿔야했고 정년이 불과 얼마 남지 않았던 곽춘근씨에게 추잡스럽기 짝이 없는 추문이 돌게 되고 교사 생활을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할 위기에 처해지는 상황 속에서 떠오른 제화공......
(가브리엘의 속삭임)
성경 학교 마지막 밤 게임을 하던 도중 다인이 미리의 귀를 깨물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 다인과 미리를 제외한 나머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이어지는 데 들으면 들을 수록 점점 더 알 수 없어지는 진실......
(윗집 남자)
아내를 대신하여 아이를 돌보던 수영씨의 현관문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속 문구들로 인해 마음 속에 파문이 일어나며 잠든 아이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서 산책을 하다 만나게 되는 한 여인으로 인해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의도찮게 여인을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고......
(이것은 내가 쓴 소설이 아니다)
나의 이름으로 내가 쓰고자 했던 소설을 똑같이 써서 발표한 누군가로 인해 처음에는 동명이인이겠지 싶었지만 지나치다 싶어 법적대응을 하기 위해 변호사친구를 찾아가고 SNS에 글을 올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소설가......
(해설 : 이것은 당신이 쓴 소설이다 - 허희)
‘작품기계‘라는 별명처럼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벌써 18권에 달하는 중견 또는 중년의 작가님이 불리고자 하는 별명은 ‘암굴왕‘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이렇듯 표제작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를 포함하여 9편의 단편과 허희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이 실려있는 데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해설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꾸준하게 발표하시는 김경욱작가님의 작품들을 띄엄띄엄 읽어 보아서 그런지 아직도 잘 가늠이 되지는 않지만 역시 읽어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김경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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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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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의 14번째로는 조만간 문학동네에서 출간예정인 장편소설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로 제3회 박상륭상을 수상하신 안윤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방어가 제철」입니다.
트리플 시리즈에 맞게 이 소설집에서도 표제작 (방어가 제철)을 포함한 (달밤), (만화경) 이렇게 3편의 단편과 작가님의 짧은 에세이 (없는 것들이 있는 자리), 그리고 한영인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달밤)의 보고 싶었던 소애에게 생일상을 거하게 차려주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고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하며 소애에게 생일상을 차려준 뒤 역시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은주 언니에게도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는 데 김멜라작가님의 (저녁놀)에서는 한 단에 6천원이었던 대파가 여기서는 8천원까지 치솟았네요.
표제작인 (방어가 제철)은 3년간 정오와 함께 계절음식을 먹으며 잊혀지지 않았던 그 이름을 기억하며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을 하기도 했었던 재영의 동생인 안라가 엄마를 재영을 뿌린 곳에다 뿌려주고 정오에게 빚졌던 것을 갚으며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고 곧 다가오는 방어가 제철인 계절에 볶음밥을 먹으러 들어갔으나 알고보니 일식집이었던 해운대신시가지에 있었던 그 곳에 가서 방어회를 먹고 싶어졌어요.
(만화경)의 집주인 숙분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경이 단심이 세들어오며 숙분이 나경의 주위를 맴돌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듣게 되는 데 역시나 그 사연또한 혼자서 원룸에 살고 있는 저에게는 남일 같지가 않더군요.
제가 사는 원룸에는 베란다가 없지만 환풍구에 붙어있던 야광별들의 갯수를 세며 이미리내씨를 떠올리며 몰랐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저 또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려 그렇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후회하고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짧은 에세이인 (없는 것들이 있는 자리)를 읽으면서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이 시기를 지나오며 물건을 아예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뜻 버리지 못하며 예전처럼 산책을 하지도 못하는 제 자신을 반성하며 그저 무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읽었을 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 데 해설 초반에 고사리와 토란대, 대파를 넣어 칼칼하게 육개장, 미역국, 시금치무침과 콩나물무침, 들기름을 둘러 넓적하게 구운 두부, 애호박전, 찹쌀떡과 절편, 딸기(달밤). 봄나물과 냉이된장국, 쑥튀김, 두릅, 삼계탕과 콩국수, 평양냉면, 삼치구이, 대하찜, 그리고 단호박죽과 초고추장을 곁들인 해초 세 가지, 전복회, 멍게회, 굴무침과 여러 채소와 함께 차려져 나오는 방어회(방어가 제철). 고구마 깻잎전, 팽이버섯전, 꼬들꼬들한 현미밥에 막장을 비벼 부친 전등(만화경).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음식들이 디테일하게 나열된 것을 읽으며 저절로 군침이 돌았고 ‘이 각각의 광원에서 흐르는 빛은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의 심연을 건너 지금 이 자리를 비추며, 누군가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141~2쪽)‘의 해설처럼 안윤작가님의 작품들을 보고 마음 속으로 읽고 느끼며 제 삶 깊숙한 곳에서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을 미약하게나마 느꼈습니다.
곧 출간될 알쏭달쏭한 제목을 가진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를 기다리며......
안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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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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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시리즈 소설선의 42번째로는 첫 장편소설 「수면 아래」를 얼마전에 출간하신 이주란작가님의 「어느 날의 나」입니다.
이주란작가님의 작품들을 비교적 출간된 시기에 맞춰서 읽다보니 이 번에는 인물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읽게 되었는 데 역시나 이 소설에서도 같이 사는 언니와 맥주를 마시는 유리씨, 수아를 사랑하는 재한씨와 언니와 술을 마시는 유리씨가 어김없이 등장해서 이주란작가님의 작품이네 하는 생각을 했는 데 개인적으로 저는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 아닌지라 잘 모르겠자만 지치고 나른하기만 했던 일상에서 알코올을 섭취를 해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고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고기뭇국에 파가 없어 파를 사야하나 싶었는 데 파없이 먹으면 미쳐버린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언니의 친구가 보내준 파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최근에 읽었던 김멜라작가님의 (저녁놀)이 연상되어서 이 파에겐 어떤 이름을 지어주면 좋을까하며 저 혼자 상상하고 그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을 지나본 적은 커녕 그게 어디에 있는 지조차 몰랐었는 데 한 번 지나가보고 싶지만 그 전에 저도 운전면허를 따야한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원룸에는 매달 9일에 전기사용량을 검침하는 데 저의 방 전기계량기는 창문 바로 앞에 있어 햇빛이 내려쬐면 잘 보이지가 않아서 그러려니 하는 데 잘못 체크했음에도 집에서 나올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마음이 여리신 아주머니를 보면서 저 또한 대신 그 집의 문을 두드리며 양해를 구하고 계량기의 숫자를 체크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편의점 바로 앞에 「교차로」는 아니지만 「부산시대」신문 가판대가 있는 데 나중에 퇴근하면서 보이면 한 부 가져가 일자리구인이나 부동산, 중고거래같은 것들을 눈으로 찬찬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10월, 11월, 12월 이렇게 3개월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 아직 제게 오지 않은 이 3개월이 온전하게 제게 와서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83쪽에 ‘아무튼 나는 언니가 얼마간 빈 문서만 바라보고 있거나 ㅈㅅ묲ㅍ뭉리ㅏ;ㅓ쟈고머ㅏㅣ;ㅣㅏㅇ레ㅑㅇ라ㅓ이ㅏ로머ㅏ오려오ㅎㅍ촘나ㅓ머노ㅓ숃ㄱ펄s라고 써놓거나 해도 언니를 믿는다.‘는 의도된 거겠지만,
114쪽에 ‘언니와 나는 매운 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막 저녁을 먹으ㅈ려고 마주 앉던 참이었다.‘는 분명한 오타겠죠?
이주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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