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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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시리즈의 14번째로는 조만간 문학동네에서 출간예정인 장편소설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로 제3회 박상륭상을 수상하신 안윤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방어가 제철」입니다.
트리플 시리즈에 맞게 이 소설집에서도 표제작 (방어가 제철)을 포함한 (달밤), (만화경) 이렇게 3편의 단편과 작가님의 짧은 에세이 (없는 것들이 있는 자리), 그리고 한영인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달밤)의 보고 싶었던 소애에게 생일상을 거하게 차려주기 위해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고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하며 소애에게 생일상을 차려준 뒤 역시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은주 언니에게도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는 데 김멜라작가님의 (저녁놀)에서는 한 단에 6천원이었던 대파가 여기서는 8천원까지 치솟았네요.
표제작인 (방어가 제철)은 3년간 정오와 함께 계절음식을 먹으며 잊혀지지 않았던 그 이름을 기억하며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을 하기도 했었던 재영의 동생인 안라가 엄마를 재영을 뿌린 곳에다 뿌려주고 정오에게 빚졌던 것을 갚으며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고 곧 다가오는 방어가 제철인 계절에 볶음밥을 먹으러 들어갔으나 알고보니 일식집이었던 해운대신시가지에 있었던 그 곳에 가서 방어회를 먹고 싶어졌어요.
(만화경)의 집주인 숙분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경이 단심이 세들어오며 숙분이 나경의 주위를 맴돌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듣게 되는 데 역시나 그 사연또한 혼자서 원룸에 살고 있는 저에게는 남일 같지가 않더군요.
제가 사는 원룸에는 베란다가 없지만 환풍구에 붙어있던 야광별들의 갯수를 세며 이미리내씨를 떠올리며 몰랐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저 또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려 그렇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후회하고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짧은 에세이인 (없는 것들이 있는 자리)를 읽으면서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이 시기를 지나오며 물건을 아예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뜻 버리지 못하며 예전처럼 산책을 하지도 못하는 제 자신을 반성하며 그저 무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읽었을 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 데 해설 초반에 고사리와 토란대, 대파를 넣어 칼칼하게 육개장, 미역국, 시금치무침과 콩나물무침, 들기름을 둘러 넓적하게 구운 두부, 애호박전, 찹쌀떡과 절편, 딸기(달밤). 봄나물과 냉이된장국, 쑥튀김, 두릅, 삼계탕과 콩국수, 평양냉면, 삼치구이, 대하찜, 그리고 단호박죽과 초고추장을 곁들인 해초 세 가지, 전복회, 멍게회, 굴무침과 여러 채소와 함께 차려져 나오는 방어회(방어가 제철). 고구마 깻잎전, 팽이버섯전, 꼬들꼬들한 현미밥에 막장을 비벼 부친 전등(만화경). 소설 속에 등장했던 음식들이 디테일하게 나열된 것을 읽으며 저절로 군침이 돌았고 ‘이 각각의 광원에서 흐르는 빛은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의 심연을 건너 지금 이 자리를 비추며, 누군가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141~2쪽)‘의 해설처럼 안윤작가님의 작품들을 보고 마음 속으로 읽고 느끼며 제 삶 깊숙한 곳에서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을 미약하게나마 느꼈습니다.
곧 출간될 알쏭달쏭한 제목을 가진 「나지라, 쿠르만, 이카티리나」를 기다리며......
안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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