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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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에 읽은 첫번째 책은 작년 초에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원작자이신 이혁진작가님의 네번째 장편소설 「광인 狂人」입니다.
쪽수만 676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을 사실 작년 말부터 정확하게는 작년의 마지막 리뷰책이었던 우다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깊은 밤을 원한다」를 읽기 전부터 읽기 시작했었는 데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도 했지만 위스키를 만드는 하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친구인 준연에게 플루트 교습을 받고 있던 해원의 깊고 진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로인해 결국 광인 狂人이 되어버린 남자의 고독한 이야기라 한 호흡에 읽기가 어려웠었고 「사랑의 이해」를 읽었을 때처럼 호기심에 미리 엿보았던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여서 읽기를 포기해버릴까도 싶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야 다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해원이나 하진의 나이대가 되려면 아직 멀었기도 했지만 이렇게 깊고 진한 사랑은 커녕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를 못했기때문에 소설 속의 상황들이 저하고는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 데 읽어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진을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해버렸던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렬의 일들을 눈으로 읽으면서 훗날 캠핑장에서 하진과 이전 회사 후배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해원을 유혹하려 했지만 단발에 끝난 해원에게 정색하며 ‘병신 새끼‘라고 했던 후배의 아내처럼 저도 해원이 ‘병신 새끼‘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제목처럼 광인 즉, ‘미친 새끼‘이지만 하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했기에, 진정한 사랑에 대하여 이제는 알았기에 행하는 모습들이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소설처럼 아무것도 재지 않고 내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었던 스승이자 친구인 준연과 아픈 상처를 가졌으나 사랑할 수 밖에 없던 하진을 만나게 된다면 저도 역시 해원처럼 되지 않을까(아무리 그래도 해원의 행동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소 투박해보이는 책표지와 최근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인물이 글을 교정하고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담겨진 영화를 관람해서 그런지 215~6쪽 ‘아이돌이면서 평범한 학생이고 싶다, 생활 예능 출현하면서 사생활은 보호받고 싶다, 그런 얘기랑 똑같은 거죠.‘에서 나타나는 출현이 아니라 출연이 맞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이혁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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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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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영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이었던「앨리스 앨리스하고 부르면」이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겹쳐지는 세계에서 미로로 둘러싸인 길을 무작정 걷는 기분이 들었다면 이번에 출간된 세번째 소설집인 「그러나 누군가는 더 깊은 밤을 원한다 : sed quandam vo nocte Nigriorem」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포함한 여러 시공간 속에 (긴 예지)의 솔이처럼「볼볼볼」게임에서 행운의 볼을 연속적으로 맞추지는 못할지언정 1만 6천회이상 플레이하면서 단 한번도 물의 심판을 받지 않고 피했던 효주가 인공지능 레마가 진행하는 시뮬레이션에 직접 들어가 66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의 수많은 각성자들을 인터뷰한 끝에 마침내 각성자들처럼 각성하게 된 연구자와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의 알파와 오메가처럼 제 자신이 둘로 나뉘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는 데 성인식을 따로 치르지는 않았지만 성년의 날이 언제였는 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하나가 되어 합쳐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과 그 것이 아니라면 알파와 오메가가 아니라 (기도는 기적의 일부)같이 제가 메시아 유리와 같은 존재며 제 곁에 있는 존재가 실은 악마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누군가는 더 깊은 밤을 원한다)에 혜경이 만들어낸 영화 속의 인물이었던 승용처럼 혹시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저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영화속의 등장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집을 덮고 나서 (그러나 누군가는 더 깊은 밤을 원한다)에서 안락하기 그지없던 매기를 벗어나려고 했던 개척자들처럼 저 역시도 저 너머에 있을 제가 이루어낼 이야기들을 시작하기 위해 벗어나야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이름도 없지만 저를 보면 왠지 꼬리를 흔들며 제게 다가와 제가 내민 손을 핥을 것 같은 까만 개와 함께말입니다.
우다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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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인 더 홀
김나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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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매력적인 김나현작가님의 두번째 책(첫 책은 2022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휴먼의 근사치」였습니다.)이자 첫 소설집 「래빗 인 더 홀」을 읽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유치원이 문을 닫았고 그 속에서 친구인 망이가 떠나버리자 망이에게 제대로 된 작별을 하기 위해 망이를 삼켜버린 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토끼 몽의 시선으로 담아낸 표제작 (래빗 인 더 홀)부터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 것도 없지만 앞을 보는 데 지장이 없는 방아짐과 집을 보러 다니는 계약직 이레씨와 그에게 자신의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과 돈 이백만원을 갈취하다시피 빌린 후 잠적해버린 백과장의 숨겨진 사연이 인상깊은 등단작 (안의 세계), 다이어리에 그 날의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제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바닐라라테를 마시는 일이 전부인 선일씨 부부의 (오늘 할 일), 방 열쇠까지 들고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고 이따금씩 살아있다는 신호를 미약하게나마 보내오는 이모의 이야기인 (미동), 몸에 생겨진 구멍이 점점 더 커져 마침내는 존재조차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안이 겪게 되자 안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며 안이 가져왔던 튀르키예식 달콤한 디저트를 저도 맛보고 싶었던 (로쿰),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포기하고 보험 영업을 하는 앙배와 그에 곁에 기생하는 선배, 그리고 앙배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던 인물의 삼각관계가 저에게는 돋보였던 (앙배의 이야기)와 카레를 무척 좋아하는 소설가의 아내가 되어 살아가는 현실과 카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스무살에 만나 3년간 사랑했던 첫 연인인 이규와의 추억이 꿈으로 뒤엉켜있었던 마지막에 실린 (책의 꿈의 꿈)까지 총 7편의 단편들을 실린 순서대로 읽으면서 김나현작가님이 그려내신 세계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들어가려고 한 발짝씩 내딛는 토끼 몽이가 된 것같은 기분으로 저도 작가님에게 아직 오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발굴해내실 세계 안으로 들어가보자 합니다.
김나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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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 광화문글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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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으로는 김하율작가님의 「이 별이 마음에 들어」입니다.
우르알오아이오해라는 외계 행성에서 온 호리하이코키야라는 외계생명체 즉 외계인이 1978년 겨울, 코발트블루와 에메랄드빛 그 중간의 푸른빛을 내뿜는 지구에 그 것도 대한민국 서울에 불시착하였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제 눈을 흥미롭게 사로잡았는 데 처음에는 학교이겠거니 했는 데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는 미싱사들의 보조 역할을 시작으로 외계인이기에 남들과 다른 기억력으로 미싱을 돌리다 빠른 시일에 재단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소셜 스킬 즉 사회성이 부족하여 타인에게 미움과 질타를 받기도 했었으나 그런 그에게도 감정을 배워가며 사랑이라는 필수적인 감정도 알아가게 되고 호리하이코키야라는 복잡한 이름대신 0번시다, 0자로만 그도 아니면 야, 로만 불려졌던 그가 스스로 ‘노니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미움과 질타를 넘어 폭행까지 당하던 그녀를 구해주었던 굴보와 사랑에 빠지게되는 모습에서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었으나 그 행복이 오래가지 않아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고 그 것을 제 눈으로 목도해야 하는 것에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소설 속 배경이지만 곧 다가올 2024년과 그로부터 10년 뒤인 2034년에는 저를 포함한 많은 노동자들의 처우가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하율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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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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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조해진작가님은 비가 오며 무덥고 습했던 6, 7, 8월인 여름을 지나가는 소설「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민음사 2020)을 발표하셨는 데 이번에는 춥고 쓸쓸한 겨울을 보내는 소설 「겨울을 지나가다」를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서핑하는 정신」이후 1년만에 출간되었네요.)로 발표하셔서 읽어보았습니다.
정미식당을 운영하셨던 엄마가 손님들에게 혹은 정연과 미연에게 해주시던 칼국수를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뼈와 내장이 따뜻해짐을 너머 뜨끈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예전에 읽었던 「단순한 진심」에서 복희식당의 복희 할머니가 해준 수수부꾸미가 생각이 나더군요.
췌장암으로 인해 결국 세상을 떠난 엄마를 집 안과 정미식당 가게 곳곳에서 남겨진 흔적들을 보며 기억하는 정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던 반려견 정미를 데리고 조용한 J읍을 산책시키며 정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정연, 혹여나 엄마가 날아가버릴까 모과나무 밑에서 숭고하게 엄마의 골분을 묻어주는 동생 미연, 나이차이가 한참이었으나 큰언니처럼 따르던 란미용실의 혜란 아주머니, 목공소 ‘숨‘을 운영하며 안개가 좋아 이 곳 J읍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영준 씨와 애견미용을 전공했던 스물다섯이 되었을 다현이까지 「겨울을 지나가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어 혼자 읽고 있는 저 역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곧 다가올 동지 冬至와 내년에 다가올 대한 大寒과 우수 雨水를 맞이하며 작가님이 말씀하신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독자에게 쓰는 편지, 139쪽)‘을 기억하겠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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