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인 더 홀
김나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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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매력적인 김나현작가님의 두번째 책(첫 책은 2022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휴먼의 근사치」였습니다.)이자 첫 소설집 「래빗 인 더 홀」을 읽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유치원이 문을 닫았고 그 속에서 친구인 망이가 떠나버리자 망이에게 제대로 된 작별을 하기 위해 망이를 삼켜버린 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토끼 몽의 시선으로 담아낸 표제작 (래빗 인 더 홀)부터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 것도 없지만 앞을 보는 데 지장이 없는 방아짐과 집을 보러 다니는 계약직 이레씨와 그에게 자신의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과 돈 이백만원을 갈취하다시피 빌린 후 잠적해버린 백과장의 숨겨진 사연이 인상깊은 등단작 (안의 세계), 다이어리에 그 날의 계획을 세워두었지만 제대로 되는 일이라고는 바닐라라테를 마시는 일이 전부인 선일씨 부부의 (오늘 할 일), 방 열쇠까지 들고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고 이따금씩 살아있다는 신호를 미약하게나마 보내오는 이모의 이야기인 (미동), 몸에 생겨진 구멍이 점점 더 커져 마침내는 존재조차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안이 겪게 되자 안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며 안이 가져왔던 튀르키예식 달콤한 디저트를 저도 맛보고 싶었던 (로쿰),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포기하고 보험 영업을 하는 앙배와 그에 곁에 기생하는 선배, 그리고 앙배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던 인물의 삼각관계가 저에게는 돋보였던 (앙배의 이야기)와 카레를 무척 좋아하는 소설가의 아내가 되어 살아가는 현실과 카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스무살에 만나 3년간 사랑했던 첫 연인인 이규와의 추억이 꿈으로 뒤엉켜있었던 마지막에 실린 (책의 꿈의 꿈)까지 총 7편의 단편들을 실린 순서대로 읽으면서 김나현작가님이 그려내신 세계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마침내 들어가려고 한 발짝씩 내딛는 토끼 몽이가 된 것같은 기분으로 저도 작가님에게 아직 오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발굴해내실 세계 안으로 들어가보자 합니다.
김나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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