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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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조해진작가님은 비가 오며 무덥고 습했던 6, 7, 8월인 여름을 지나가는 소설「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민음사 2020)을 발표하셨는 데 이번에는 춥고 쓸쓸한 겨울을 보내는 소설 「겨울을 지나가다」를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서핑하는 정신」이후 1년만에 출간되었네요.)로 발표하셔서 읽어보았습니다.
정미식당을 운영하셨던 엄마가 손님들에게 혹은 정연과 미연에게 해주시던 칼국수를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뼈와 내장이 따뜻해짐을 너머 뜨끈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예전에 읽었던 「단순한 진심」에서 복희식당의 복희 할머니가 해준 수수부꾸미가 생각이 나더군요.
췌장암으로 인해 결국 세상을 떠난 엄마를 집 안과 정미식당 가게 곳곳에서 남겨진 흔적들을 보며 기억하는 정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던 반려견 정미를 데리고 조용한 J읍을 산책시키며 정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정연, 혹여나 엄마가 날아가버릴까 모과나무 밑에서 숭고하게 엄마의 골분을 묻어주는 동생 미연, 나이차이가 한참이었으나 큰언니처럼 따르던 란미용실의 혜란 아주머니, 목공소 ‘숨‘을 운영하며 안개가 좋아 이 곳 J읍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영준 씨와 애견미용을 전공했던 스물다섯이 되었을 다현이까지 「겨울을 지나가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어 혼자 읽고 있는 저 역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곧 다가올 동지 冬至와 내년에 다가올 대한 大寒과 우수 雨水를 맞이하며 작가님이 말씀하신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독자에게 쓰는 편지, 139쪽)‘을 기억하겠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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