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지 이야기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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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최시한작가님의 연작소설 「간사지 이야기」는 마치 사랑에서 잎담배를 신문지에 말아 피우던 창수 아저씨가 새끼를 꼬으며 옛날 이야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데 그 곳에 나도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음.
지금은 너무 멀어져버렸지만 우리 아버지는 어촌에서 나고 자라셨는 데 그 때의 아버지와 13명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가끔씩 들려주셨는 데 「간사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나면서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 때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었고 과장같지만서도 그 때에 나도 존재했으면 어떤 느낌이었을 까 많은 생각이 들었음.
갑갑한 농촌생활과 부모님에게서 벗어나고자 서울에 가는 ‘나‘를 뒤따라 몰래 서울로 가출한 경숙이 누나, 서울에서 내가 사는 간사지까지 찾아왔던 내게 편지를 보내던 금희, 그리고 똑똑하여 장차 크게 출세할 것이라 누구나 확신했던 선호 형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도 이른 바 ‘똥섬‘에 살았던 말을 어눌하게 했던 진석이, 그리고 진죽역에 내렸어야 하지만 깜빡 졸은 바람에 낯선 역에 내렸고 그 곳에서 차를 태워다주었으며 의도치않게 외투를 빌려 준 운전기사아저씨까지.....
분명 나의 이야기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도 아니지만 낯설지 않아 좋았음.
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러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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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 광기의 일기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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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엽기전」에 이어 백민석작가님이 2015년 가을 쿠바의 아바나에서 시작하여 2017년 여름 대전에서 완성하신 신작 장편소설 「교양과 광기의 일기」를 읽어보았음.
9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일기형식으로 교양을 지닌 이성적인 남자 ‘나‘와 광기로 가득 차있으며 본능적인 수컷 ‘나‘, 같은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자아가 일기를 쓰며 소설이 진행되는 데 소설가인 나가 일본에서 카메라를 구입하여 쿠바로 가 한인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토크쇼에서 대담을 하는 공식적인 행사를 하며 틈틈히 신작 장편소설을 쓰거나 한국의 출판사에서 보낸 출간예정인 소설의 표지 시안을 고르며 일본에서 산 카메라로 쿠바의 풍경들을 담아내는 한편 본능적인 마초같은 남자는 ‘다나이스‘라는 스물 두 살(처음에는 열 여섯이다가 열 여덟이라고 속이지만 자신의 눈에만 보이고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친구들 덕분에 진짜 나이를 알수 있었음.)의 러시아 남자와 산티아고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물라토 여성을 만나 함께 맥주를 마시고 피자도 먹으면서 러시아인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도 듣고 그녀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하우스의 백인 돼지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지내는 일상들을 일기의 앞(‘교양‘을 가진 남자)과 뒷(‘광기‘로 가득찬 남자)면으로 쓰고 있는 데 사실,
앞면의 교양을 지닌 남자는 뒷면의 광기로 가득찬 남자, 그러니까 자신에게 또 다른 자신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며 오직 뒷면 광기의 남자가 진실을 알고 있는 데 다 읽은 입장으로 보아 아예 앞면의 남자가 뒷면의 남자를 인식하여 정면로 충돌하는 모습이 나왔으면 더 흥미진진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그 것은 아마도 12월 23일 가난했지만 흥이 넘치는 쿠바를 떠나 미국에서도 특히나 자본이 우선인 라스베이거스로 가게 되면서부터 서서히 의식하게 되지 않을 까 싶음. 물론 뒷면의 남자도 총기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 감옥같은 갑갑한 앞면의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총구를 매만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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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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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 부터 18년 전에 소설 속 시간으로 치면 20년 전에 남자아이를 납치하여 감금하고 윤간하며 거름으로 만들어 둔덕에 묻어버리는 대학강사 한창림(이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건, 작년 말에 읽은 「공포의 세기」에서도 등장하기 때문.)과 과외교사 박태자부부(뭐, 대학강사와 과외교사를 무시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처음에 읽었을 때 이들치고는 너무 살림형편이 좋아보인다고 생각했었는 데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를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것.)의 이야기이자 백민석작가님이 20대의 마지막에 쓰신「목화밭 엽기전」이 2017년 말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되어 읽어봄.
사실, 지금도 아이들을 납치, 감금하고 윤간하는 장면을 찍고 아이들을 거름(거름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궁금했음.)으로 만들어 둔덕에 파묻었다는 게 엽기적이지만 20년 전에 이러한 소설을 쓰셨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음.
마지막까지 펫숍 삼촌이 걸리기는 했지만 한창림의 최후의 포효가 인상적으로 남았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개정판으로 인해 내가 이 무시무시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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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12-28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은 초판 1쇄로...들어가는군요!.. ㅎㅎㅎ 몰랐어요. ^^ 제목부터 퍽퍽하니 터진 목화씹은 느낌 ..^^

물고구마 2017-12-28 08:47   좋아요 1 | URL
2000년에 출간당시에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가 한겨레출판으로 재출간된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도 같은 경우더군요.
정말이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그장소] 2017-12-28 08:59   좋아요 1 | URL
아..출판사가 다르군요! ^^ 같은 책인데..다흔 출판사..그러니 1쇄로 가겠네요. 읽은지 꽤 되서 .. 충격도 거의 흐려졌는데.. 다시 봐도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8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물고구마 2017-12-28 09:10   좋아요 0 | URL
저는 잘 모르던 작가였는 데 「혀끝의 남자」이후로 꾸준히 신간이 나오거나 개정판나오면 읽게 되었어요. 이번에 신간인 「교양과 광기의 일기」도 기대가 됩니다.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순오기 2017-12-28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런 끔찍한 이야기는 읽기 쉽지 않을 듯, 영화도 눈가리고 보게 되던데...그래도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순 없겠어요!^^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이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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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깃발이 운다)로 당선되어 등단한 이선우작가님이 등단 후 2년 만에 첫 소설집 「바람은 불고 싶음 데로 분다」를 실천문학사에서 출간(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된 국내소설들의 표지퀄리티가 편차가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 데 이 소설집의 표지는 마음에 들었음. 그런데 실천문학사의 글씨가 잘 안 보여서 그 것만 조금 밝은 바탕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되어 읽어보았음.
거짓말로 인해 어머니의 인생과 몸이 망가졌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도 꼬여버리며 거짓말을 일삼게 되어버린 학습지 교사가 등장하는 (그 여름의 윤헤어),
혼자 남겨질 아들 걱정에 빨리 아들에게로 가고 싶지만 그런 자신에게 삿대질하고 언성높이는 앳된 남자에게 ˝‘엄마‘뻘에게 반말로 하냐˝고 말했을 뿐인 데 집에 오고 나서도 그 남자가 나를 지켜보며 따라오고 있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는 40대 동네 병원 간호사의 이야기 (비보호 죄회전), 역시 아픈 노모와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사에게 주어야 할 사납금과 고장난 보일러 수리비를 벌려고 새벽이 되도록 손님을 찾아다니는 택시기사(안녕, 택시드라이버)의 이야기까지......
이 소설집에 실린 8편 모두 다양하지만 파편화된 가족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여지고 있어 가슴이 시렸고 왜 표제작을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로 정했는 지 알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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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
허택 지음 / 강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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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세번째 소설집「대사증후군」으로 처음 만나보는 허택작가님의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보면서 한때 거미형체형을 지녔던 제게 급속도로 살이 빠지고 소변을 자주 보고 물을 자주 마시게 되는 현상(대사증후군)이 생기면서 제 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을 떠올리게 되었음.
밤에 일하기 때문에 낮에 잠을 자기가 어려워서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데 할머니처럼 누군가가 내 발을 지긋이 만져주면서 잠이 들고 싶었고 발부터 먼저 잠이 시작된다는 것(발가락 내 발가락)을 신빙성이 있는 지는 모르지만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오늘의 추상화)를 보며 제가 저녁에 일하면서부터 아침에 퇴근하여 오전에 잠이 들 때까지 보게 되는 다양한 색을 만나게 되는 것을 상기하고 (여보! 여보!)의 아내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변해버린 내 유년 시절의 그 곳을 찾아가 봉인되어있던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매일 포장마차에 출근하다)의 도둑이 직업인 남자처럼 울분을 토해내며 친밀한 사람에게 내 마음 속을 다 끄집어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음.
이번 소설집으로 처음 만났지만 앞으로 작가님이 쓰실 작품들을 손꼽아 기다려질 것 같고 결혼 40주년을 맞이하신 것에 대해 일면식도 없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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