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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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책 표지에 새빨간 자두 3알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자두」를 인상깊게 읽었는 데 그 후 2년만에 등단하고 6년만에 첫 소설집을 내시게 된 이주혜작가님의 책 제목은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이며 표지에는 고양이가 분명한 실루엣이 신비스러워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할 일)은 아버지의 사십 구제를 법당에서 치르고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름이 봄, 여름, 가을을 뜻하는 한자를 가지고 있는 세 자매와 끝내 아버지의 꿈이 실현되지는 못했고 결코 입밖에 내뱉을 수 없었던 마지막 겨울의 대한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은 해부학자인 녕과 이국에서 어렵고 아픈 환자들을 돌보지만 녕의 입장에서는 바깥으로 나돌기만 하는 규,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뜻밖에 태어났지만 황망하게 그 둘에게서 스스로 벗어나버린 원. 이 세 사람이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녕만 남았지만 사실상 아무도 없는 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름 감기)는 계획에 맞춰 산책을 하던 오종이 개로 인해 틀어지기 시작했고 집에 도착해보니 아내가 아닌 침입자가 누워 있는 데 설상 가상 샤워를 하고 입을 옷이 안방에 있어 알몸 상태(정확히는 얇은 점퍼를 걸치긴 했으나 아랫부분을 가리지 못해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로 침입자가 누워 있믄 안방에 들어가 알고 보니 아내의 후배였던 침입자 옆에 눕는 모습이 기괴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코로나시대에 아버지의 장례를 치뤄 마음이 힘든 미예를 위로하기 위해 그 날따라 날이 좋았던 파주에 미예를 포함한 수라, 지원이 모여서 장어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미예와 수라가 코로나양성으로 격리조치되자 이 세 사람의 오랜 우정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제작인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에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다는 이유로 일본 출장을 사장과 함께 가게된 미스 구가 사장이 자유시간을 주게 되어 가본 가게 ‘구루미‘에 엎드려 자고 있는 고양이의 이름이 ‘구루미 라떼 아로니아 바로네즈 3세‘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속을 걷는 사람들)은 운동권 세대이자 제가 태어났을 90년대에 대학생이었지만 순탄치 않았던 히읗과 니은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한 기역과 그 속에서 하리나가 연기하는 모습이 니은과 히읗이 겪었던 시대와 겹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꽃을 그려요)는 아름다운 벽화로 물들어가는 마을에서 딱 한군데 소년의 집에 ‘사탄은 물러가라‘, ‘살인자‘, ‘괴물‘ 따위의 낙서들이 낙인처럼 새겨져있어 그걸 지우기를 반복하던 할머니와 소년에게 주황머리의 여자가 나타나 벽화를 그리는 데 꽃을 그려달라는 할머니의 바램과 다르게 흉악한 그림을 그려 할머니에게 욕을 듣지만 소년에게 깊은 영감을 주게 되어 소년이 페인트를 들고 사라져버린 하람의 집에 벽화를 그리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봄의 왈츠)는 홀로 아이를 낳은 선남씨와 그 곁을 지키며 아이를 키워온 미호씨, 리온씨 앞에 어느덧 성인이 되어 여자친구 은수를 데리고 온 봄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세명의 엄마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아왔을 봄이 부러웠습니다.
(그 시계는 밤새 한 번 윙크한다)에 나오는 삿포로시의 삿포로 텔레비전 타워에 설치된 네모난 시계전광판이 자정 12시 10분부터 새벽 5시까지 긴 윙크를 하며 꺼진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속상했으나 전광판에 24:10가 표시되는 순간을 박제한 율과 율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 애틋한 온,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나. 이렇게 사랑하는 세 사람이 함께한 여행이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역시 당연한 것 같아요.
이 소설집에 실린 총 9편의 단편들 하나 하나가 제 마음 속에 일상 속에서 스며들어 불현듯 언제 어디서 어떤식으로 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기꺼이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주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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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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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아들을 잃은 후 차마 죽지 못해 살아가던 아내의 눈 앞에서 남편이 실종되는 ‘가장 나쁜 일‘들만 아내인 이정희에게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37번째 김보현작가님의 「가장 나쁜 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들을 잃었지만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회사에 꾸역꾸역 다니던 남편 성훈이 집에 가고 있다고 문자를 남긴 후 아내의 눈 앞에서 정희가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후 증발되어 버리고 아무리 연락해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아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러 갔다 소득없이 돌아와야만 했던 정희가 오락가락하는 정신에도 집중력과 침착함을 유지하며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한편 인민군 장교 출신의 냉철했던 철식또한 3년 전 아내 록혜가 한강 다리에 투신하여 삶을 마감하는 ‘가장 나쁜 일‘이 생긴 이후 폐인처럼 살아가다 아내의 투신에 같이 한강에 뛰어들었으나 혼자만 살아 남은 사람이 정희의 남편 성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냉철하고 치밀하게(?) 접근하여 아내 록혜의 투신과 죽음에 관한 진실을 확인하려고 하는 모습이 교차로 보여지는 데 이게 다가 아니라 더 ‘가장 나쁜 일‘들과 숨겨두어야 했던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어지지만 피하지 않고 추적하는 정희와 철식을 따라 저도 제발 ‘가장 나쁜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는 데 그러면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나겠죠.
‘가장 나쁜 일‘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철식과 록혜부부, 성훈과 정희부부에게 나쁜 일들이 생기는 데 제가 봤을 때는 어느 것 하나 가볍거나 덜 나쁜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벌어진 일들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하나같이 다 ‘가장 나쁜 일‘들인데 말입니다.
정희의 집에 불쑥 찾아와 자신의 아내이자 성훈의 쌍둥이 동생인 지애를 찾고 정희에게 성훈과 지애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들기 시작하는 반듯함이 몸에.베어 있지만 묘하게 기분 나쁜 영호와 록혜를 잃은 중식에게 밑반찬을 갖다주지만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탈북자출신이자 북에서 외과의사를 했다던 점례같은 인물들과 필연적이지만 계획적으로 엮일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가장 나쁜 일‘이겠죠.
더 많은 감당하기 차마 어려운 진실과 그 것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장 나쁜 일‘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만 저에게도 ‘가장 나쁜 일‘이 생길까봐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요.
김보현작가님,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에 이어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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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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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36번째로는 박지영작가님의 「고독사 워크숍」입니다.
‘고독사‘라는 것을 보통 신문에서 접하는 데 주로 나이가 들고 지병이 있었으며 누구의 보살핌이나 왕래, 연락도 거의 없다시피했던 분들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그 사실을 바로 알지 못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알려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더군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나에게도 다가올 ‘고독사‘를 미리 준비하고 워크숍까지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어차피 죽음은 고독하며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거나 마지막을 지켜봐준다한들 죽음의 순간에는 오롯이 혼자이기 때문이니 미리 ‘고독사‘를 준비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었을 때에는 안락사를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다고 못박아뒀으며 고독사 워크숍을 신청한 나이도 성별도 직업이나 생활 수준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의 사연들 속에서 ‘심야코인세탁소‘의 워터마크가 있으며 QR코드와 함께 책 속의 구절이나 직접 연필이든 펜으로 쓴 글귀가 담긴 노란 포스트잇을 숨은그림찾기를 하듯이 발견하고 거기에 적힌 글들을 읽으며 당연히 허구이므로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QR코드를 스캔하여 링크를 연결하고 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여 회원가입 후에 ‘고독사 워크숍‘을 신청하면 고독사할 장소를 전 어디로 할 것이며 제 채널에는 어떤 것을 올리며 어떤 사연을 올릴지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올린 글 밑에 달려진 답글들을 읽어보며 나와 같은 공간에 있을 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더 나아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소통을 할 수도 있겠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이라 그들의 사연 하나 하나를 고급 포장지에 담겨있는 초콜릿처럼 하나씩 꺼내서 보고 싶고 소리내어 읽고 싶어졌어요.
박지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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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오늘의 젊은 작가 35
정지돈 지음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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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35번째로는 5월에 출간된 정지돈작가님의 장편소설 「...스크롤!」입니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서점과는 다른 ‘메타북스‘에 일하는 프랜, 정키, 웹소설을 쓰는 나와 정키의 전 여자친구이자 다른 사람과 결혼식을 올린 엘, 메타북스의 헤드 매니저이자 실질적인 책임자 유진, 대표이자 괴짜가 분명한 잭슨 주와 공돌이로 불리지만 닉네임은 아타리인 메타북스 직원같은 등장인물들과 메타플렉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북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너무나도 비현실처럼 느껴져서 읽는 내내 제가 하시시나 캔-D같은 마약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였고 마치 정지돈작가님이 주관하시는 임상 실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불법체류할 정도로 데저트 핫 스프링스에 있는 샌 하신토 마운틴에서 일을 하면서 머물고 있는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정지돈작가님, 새로운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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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사정 - 조경란 연작소설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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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이후 4년만에 신작 소설집을 내신 조경란작가님의 「가정 사정」을 읽어보았습니다.
단편집만 벌써 8번째이신 데 이번에는 ‘연작소설‘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서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여러 단편 속에서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내용이 단편 사이 사이에 이어지는 ‘연작‘과는 조금은 달라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니, 서로 다른 인물과 내용이어도 동일한 주제를 가지는 것 또한 ‘연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더군요. 그래서 3년전에 출간되었던 장강명작가님의 연작소설집 「산 자들」도 생각이 났었어요.
표제작이자 가장 앞에 실린 지면 발표작 (가정 사정)을 포함한 8편의 단편들 속의 공통분모로 등장하는 익숙하지만 그러므로 더 알 수 없는 ‘가족‘이라는 주제가 읽으면서 제게도 그냥 스쳐지나가지는 않더군요
아버지가 다치자 ‘가정 사정으로 쉽니다‘라고 쓴 종이를 붙이며 가게 문을 닫은 정미씨(가정 사정), ‘내부 수리중‘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이고 가게 문을 닫고 태선생을 뵐 겸 오랜만에 단 둘이 여행을 떠난 연호씨와 기태씨(내부 수리중), 어두운 과거를 지녔지만 안정이라는 게 필요하며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 속을 양파 한 알씩 던지며 깨끗하게 털어버리는 기중구씨(양파 던지기), 보지 말아야 할 선생님의 깊게 파여진 틈새를 봐버렸고 끝내 할 수 없었던 선생님의 두 번째 숙제와 유니콘과 새형이 함께하던 모임에서 도망쳐버린 오숙씨(분명한 한 사람), 언니 홍미씨를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떠나보내야 했으며 사윤씨의 매트리스에다 붙일 폐기물 스티커를 대신 붙이기로 하였지만 사윤씨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없었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미루게 된 동미씨(이만큼의 거리), 일하고 있는 동안 엄마를 보살피던 부경이의 유기견 입양 보호자가 되기로 한 상희씨(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은제 이모가 사는 아파트의 12층에 일주일간 베란다에 물을 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적은 편지와 함께 화분을 갖다놓을 미석씨(한 방향 걷기), 확진자발생으로 3일간 강제휴가를 얻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가를 더 사용하며 오빠가 부탁한 규이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는 인주씨(개인 사정)까지......
이 8편의 단편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쩌면 제가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며 또 어쩌면 그들 또한 가게밖에서, 일터에서 아니면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저를 보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슬프고 이해할 수 없으며 밉지만 결코 지워지거나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들을 쓰시는 조경란작가님의 글들을 계속 읽어가려고 합니다.
조경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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