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홍시뿐이야 - 제12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김설원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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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년 전에 썼던 김설원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인 「나의 요리사 마은숙」리뷰를 읽어보았는 데 줄거리가 리뷰전체를 차지하더군요.
정말 속상하고 창피했습니다. 그리고 3년 뒤에 제12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고 바로 1년 후에 출간된 세번째 장편소설 「내게는 홍시뿐이야」를 읽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하는 데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지만 그래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 소설의 주인공인 아란이처럼 남의 집에서 살아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다른 점은 더부살이를 보낸 이가 소설 속에서는 엄마였지만 저는 아버지가 저를 어쩔 수 없이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닐까합니다. 저는 공중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던 할머니의 집과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의 집, 그리고 친척 큰아버지의 집을 거쳐 초등학생이 되면서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왔지만 아란이는 또와아저씨의 집에서 또와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파산선고를 자식들과 아란이에게 내리면서 어쩔 수 없이 홀로 살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자 생활정보지를 열심히 읽어 살아갈 집과 그 집에서 살기 위해 벌어야 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치킨홍이 사장인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그 곳에서 베트남어를 잘할 수 밖에 없는 첸과 몸만 자라버린 양보, 그리고 아버지를 허망하게 보내버린 주인집 여자와 두 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아란이와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생각해보니 아란이처럼 ‘홍시‘를 보면 엄마와 엄마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반면 딱히 아버지와의 추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할 만한 대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출간된 강영숙작가님의「부림지구 벙커X」나 신해욱작가님의 「해몽전파사」에서는 ‘카페‘라고 표기되어있었는 데 이 소설에서는 ‘까페‘, ‘까페라떼‘라고 표기되어있네요. 사실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조금 혼동이 오네요.
김설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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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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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옛날에 제가 살았던 집 생각이 납니다.
그 곳에서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분노 같은 감정들을 표출하던 제 모습과 지금도 눈에서 아른거리던 집을 이루던 구조물들, 그 곳에서 겪었던 많은 시절등......
오늘 읽은 핀 시리즈 24번째이자 이렇게 또 하나의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3월 25일에 출간된 김혜진작가님의 「불과 나의 자서전」의 표지를 매만지면서 지금 이 순간도 제 마음과 머릿속에 새겨지고 있는 나만의 ‘자서전‘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졸업하기 2달 전까지 약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던 학교가 바로 눈 앞에 보이던 점심시간에 미처 챙기지 못한 준비물을 챙기러 집에 갔다 오곤 했던 지금은 없어져버린 방 한칸이었던 집이 중학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으며 주인할머니의 가족들이 땅을 팔자마자 일사천리로 없어진 옥상이 있던 집과 혼자서 살기 시작했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리면 항상 열려있던 역시나 계약이 끝나버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며 살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다른 공간이 된 푸른 고시텔,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5층에 있는 나만의 작지만 나름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지냈던 과거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과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의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또 이렇게 한 시리즈가 마무리가 되네요. 그나저나 작년 10월에 출간된 임현작가님의 작품부터 지금까지 출간된 핀 시리즈의 표지들을 연결하면 송지혜작가님의 작품이 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제가 자주 가는 작은 도서관 또한 휴관 중이라 작년에 출간된 3권의 책은 도서관에 있어서 한 번에 모으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드로잉 인쇄본에다 색칠을 하며 코로나가 빨리 지나가길 빌어봅니다.)
아무튼 김혜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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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깊이의 바다
최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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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작가님의 세번째 책이자 두번째 장편소설인 「발목 깊이의 바다」를 단숨에 읽으면서 이 것이 허구인지 실재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심해에 빠진 것 같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결코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마침내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10년전 752명의 대실종 사건에 영어교사였던 경해의 아내도 포함되어 있고 그 이후로 탐정인(?) 노아의 조수(?)가 되어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는 일을 하며 지내던 경해에게 생각보다 훨씬 조숙한 한별이라는 10살된 아이가 찾아와 사라진 자기 엄마에게 전할 말이 있다며 의뢰하는 것도 뭔가 현실적이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제가 설득당하더군요. 그리고 점점 심해 속으로 천천히 깊숙하게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사실 읽을 때는 흥미롭게 단숨에 읽었는 데 막상 읽고 난 후의 느낌들이 다 증발되어버려서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졌어요. (이 소설이 별로라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어쨌든 쉽사리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최민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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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출간당시때부터 눈여겨보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다가 시리즈 7번째인 구병모작가님의 신작이 나오자마자 부랴부랴 구매하려다 초판 1쇄에 목숨거는 성격 때문에 구매하지 않다가 알라딘 중고서점과 YES24 중고서점에 박솔뫼작가님의 「인터내셔널의 밤」과 은모든작가님의 「안락」, 김솔작가님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백민석작가님의 「해피 아포칼립스!」이 4권을 발품팔아서 구매했습니다.
구매한 다음 이번주 월요일부터 박솔뫼작가님의 「인터내셔널의 밤」을 시작으로 한권씩 읽어봤고 오늘 마지막으로 백민석작가님의 「해피 아포칼립스!」를 읽었습니다.
간략하게 느낌을 말하자면
박솔뫼작가님의 「인터내셔널의 밤」많은 분들이 리뷰에서 언급했듯 저 역시 민주공원가는 길에 있는 코모도호텔에 숙박해보고 싶은 마음과 작품 속에 등장하던 순두부집이나 국수가게에 가서 먹어보고 싶었고 수영을 못하지만 호텔 내 수영장에서 머리부터 천천히 들어가며 수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어요.
은모든작가님의 「안락」은 자기자신의 의지로 삶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 가족들에게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할머니의 모습이 멋있으시기도(?)했지만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오게되는 과정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우리나라에서 일상화가 된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김솔작가님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는 김솔작가님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마음껏 드러나는 작품으로서 모르는 것이 당연했던 ‘로마니‘의 역사를 알게 되어서 뜻 깊었던 소설이었고
마지막 백민석작가님의 「해피 아포칼립스!」는 좀비와 뱀파이어, 늑대인간들이 들끓는 서울에서 불안해하며 살고 있는 가난한 부류와 만 타운하우스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며 사는 선택된 부류들의 대립 속에서 소설 상황에서 동떨어진 이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인상깊었는 데 빨리 「버스킹!」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소설이었어요.
사실 이 4권이외에도 작년 10월에 출간된 정용준작가님의 「세계의 호수」와 윤해서작가님의 「암송」도 있는 데 조금만 있으면 4월이라 조만간 중고서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다려볼까합니다.
앞서 구매한 구병모작가님의 신작은 그 이후에 읽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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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몽전파사 소설Q
신해욱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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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소설만 주로 읽다가 가끔 시를 쓰시는 시인이 쓰신 소설을 접하게 되는 데 뭐랄까, 시를 쓰셔서 그런지 함축적이어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조금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소설Q 시리즈 다섯번째로 시인 신해욱작가님의 첫 소설인 「해몽전파사」를 읽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특히 46개의 꿈들을 읽을 때 이 것을 시어로 인식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방대하고 무한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꿈을 꿀 때도 있고 그냥 죽은 듯이 잠이 들고는 하며 꿈을 꾸지만 그 것을 따로 어딘가에다가 적어놓지는 않아서 주로 어떤 꿈들을 꾸는 지 크게 개의치않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봤던 프로그램이나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저의 숨겨진 욕망이 이따금 꿈속에서 투영되어 흘러나올때 이 것이 꿈인 것을 자각하는 순간에 실망할때도 있고(특히 돈과 관련된 꿈을 꿀때),꿈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행하게 되는 상황도 있는 데 「해몽전파사」를 읽으면서 아주 잠깐이나마 저도 해몽전업사가 아닌 해몽전파사에서 하는 낭독회나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꾸었던 꿈을 진주씨나 삼월씨, 아픈 어머니가 한 고비를 넘겨 다행인 설아씨, 그리고 꿒은숲의 안내자에게도 다 털어놓으며 남은 954개의 꿈에 보태고 싶습니다.
신해욱시인이자 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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