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는 79세, 최근까지도 건강하셨는데, 지난 2 개월 전부터 소화가 안 되는 듯하더니, 체중이 5 킬로 정도 빠지고, 가끔 소화가 안 된다고 해서, 대학병원에서 위 내시경 받고, 위암으로 진단 받았다네. 여러 가지 검사 결과, 다행으로 다른 부위로 전이된 곳은 없지만, 암의 범위가 커서, 수술을 하면 위의 전부를 절제해야한다고 하네. 물론 수술 후에 항암 치료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하고, 수술 날짜는 다음 주로 잡아 놓았지만, 워낙 정신도 또렷하시고, 사리 분별이 정확하시어, 상황을 자세하게 말씀드렸다네. 어머니 말씀은 고생하면서까지 한 달 두 달 더 살고 싶지는 않다고 하시네. 다만 자식들이 다 똑똑하니, 최종 결정은 자식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시네. 장남이고 동생들도 있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할 지 불안하기만 할 따름이야.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듯하니, 불안하지..
그럼 어머니가 언제까지라도 돌아가시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나?
그렇기도 하구먼, 그렇지만 이렇게 닥치고 보니.. 고통을 받으실 것이 두렵기도 하고.
사진을 보니, 과연 위암의 크기가 크고, 무엇보다도, 위와 식도의 연결부위 가까이에 있어서, 수술을 한다면, 위를 모두 떼어내는 수술이 불가피 할 것 같네. 검사에서 뚜렷하게 암이 퍼진 상황은 아니지만, 위 바깥으로 퍼져있을 가능성도 꽤 있고. 위를 모두 떼어내는 수술은 아무래도 수술 후에 회복도 쉽지 않고, 고생하실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듯해. 다만 현재로선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수술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지. 수술과 항암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이지. “작지만 희망이 있는 데 그걸 그냥 포기해야 하는 가” 하는 문제이지만, 수술과 항암 치료로 인한 고통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세.
의사는 곧 수술해야 한다던데..
의사야 치료가 주된 임무이니, 당연히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치료를 권하지..
가장 큰 걱정은 오래 살고 말고가 아니라, 어머니가 나중에 돌아가실 때 통증으로 고통이 심하거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고통을 받으실까봐 그게 가장 두렵다네. 그런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괴롭겠나! 어머니가 원하시는 것은 사는 데 까지 살더라도, 돌아가실 때는 는 편안하게 고통 없이 가는 것을 원하는 거야!
어머니이든 누구이든, 병에 걸려 죽게 되면, 정도에 차이가 있겟지만.. 식사도 못하고 통증에 시달리는 것은 피할 수가 없네. 물론 모두가 심한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고,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을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 다만 지금 받으려고 하는 수술이 돌아가실 때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수술이 아니라는 것이지.
그럼 수술은 왜하지?
수술은, 말하자면 앞으로의 치료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조금은 있다고 생각되는 완치의 가능성에 대하여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나중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 돌아가시더라도 편안하게 모시고 싶네.
결국 언젠가는 누구나, 결국 죽겠지만,, 언제 어떤 과정으로 돌아가시게 될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미리 걱정한다고 대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누구나 편안하게 죽고 싶지만, 실제로 어떻게 죽음이 찾아올지는 예측할 수도 없거니와, 굳이 예측할 필요도 없네. 그때 가서 고통이 심하면,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해야 하고, 다른 고통이 있으면, 그에 맞추어 적당한 대응책을 찾아봐야겠지만, 지금 미리 고민할 필요는 없어. 반듯이 큰 고통이 찾아올 거라고 미리 걱정한다고 ,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닐세.. 죽음에 대하여 미리 대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그러면 어떻게 결정해야 하지 ? 수술은 다음 주로 정해 놓았는데..
물론, “이대로 어머니를 보낼 수는 없다, 아직은 더 사셔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라면, 또, 어머니도 “ 좀 고생하더라도 살 수 있다면 더 살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면,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아드릴 수도 있지. 고생은 되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희망은 있으니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이제 나이도 있으시고, 물론 더 사시면 좋겠지만, 쉽게 치료하기 어려운, 만만치 않은 병에 걸렸으니, 수술하고 항암 치료하면서 고생하는 것보다, 그냥 받아드리고, 사시는 대까지 사시도록 하고, 나중에 통증 심하면 진통제를 쓰거나, 식사를 못하시면 링거 주사를 놓아드리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고..
수술을 안 한다면 불효가 아닐까 ?
불효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잘 알 것 아닌가? 받아드릴 수 있으면, 받아드려도 된다고 생각해도 되네. 물론 받아드릴 수 없으면, 수술을 고려해야겠지만...."어떻게 해야 하는 가" 보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의 문제야. 충분히 동생들과도 상의해보고, 급하게 선택해야할 필요도 전혀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