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3
김성미 지음, 최용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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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부는 조선 성종 때 사람으로 표해록의 저자이다. 표해록은 최부가 1487년 제주 관아의 행정을 감독하고 도망친 노비를 찾아내는 추쇄 경차관이라는 일을 맡아 제주도에 갔다가 그 다음해 정월에 부친상을 당해 제주에서 고향 나주로 건너오다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게 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표해록은 성종에게 관리로서 그간의 경위를 보고하는 일지 형식의 글이다.

  최부와 일행 42명은 14일 동안 갖은 고비를 넘기다가 중국 남부의 해안가에 다다르지만, 두 차례나 해적과 마주치고 왜구로 몰려 다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중국 관리들의 엄격한 심문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조선 사람임을 인정받아 북경으로 호송된다.

  이 책에는 그가 표류를 하게 돼서 중국 운하를 통해 북경으로 호송되는 동안에 최부가 만났던 사람들과 한 이야기, 보았던 풍경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당시 중국은 명나라였다. 표해록은 이렇게 명나라의 상세한 문화를 보여주는 책으로 유명해서,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중국 기행문으로 꼽힌다.

  최부는 표류할 때나, 해적을 만났을 때, 그리고 중국 남부 해안가에 도착해 왜구라고 의심받을 때에도 선비로서의 기개를 잃지 않는다. 또한 중국인들과 대화할 때에도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글로써 뛰어난 학식을 보여준다. 조선 선비로서 그가 읽었던 중국에 관한 많은 책들이 중국에서 그의 신분을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표해록>은 아는 것이 힘이란 것과 기록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동방의 마르코폴로 최부>에는 <표해록> 외에도 여러 가지의 표류기에 대해 설명해 놓고 있다. <하멜표류기>, 장한철의 <표류기>, 이지항이 아이누족을 만났던 표류기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이렇게 표류기가 과거에 많았던 이유와, 당시로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귀중한 원천이었기 때문에 표류기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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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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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페로라는 근사한 이름을 가진 개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아야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세상을 회전목마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다. 카시페로는 세상을 회전목마와 같다고 생각한다. 회전목마는 돌고 돌다가 갑자기 멈출 때도 있고 방향을 틀어 거꾸로 돌 때도 있고 너무 빨리 돌아 어지러울 때도 있고 최악의 경우 타고 있는 사람을 회전목마 밖으로 팽개칠 때도 있다. 세상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카시페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그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카시페로는 태어날 때부터 힘든 운명을 타고난다. 젖이 열 개뿐인 엄마의 열한 번째 자식으로 태어나 배고픔을 숙명으로 안게 된다.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의 집에 애완견으로 가게 되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주인의 각종 치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생으로 도망간다. 그러다가 다른 떠돌이개를 만나서 함께 서커스단에 가서 광대노릇을 하기도 하고, 그곳에서의 학대에서 벗어나 동물 인형을 만드는 공장에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곳에게 쓸모가 없게 됐음을 감지한 카시페로는 그 다음에는 아름다움을 연구하기 위해 동물을 실험하는 곳에 끌려갔다가 탈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주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카시페로의 찬란한 삶의 기록을 담고 있다. 카시페로는 고달픈 삶의 여정에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다.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며 사는 방법, 뜨거운 형제애, 우정의 가치, 자유의 소중함, 찬란한 사랑, 그리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 등을 얻었다. 이런 카시페로의 삶은 인간을 닮아 있다.

  이 책은 사람들 곁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한 개의 고난으로 가득찬 삶을 그리고 있다. 카시페로는 주인이 바뀔 때마다 그 사람의 취미와 직업에 따라서 이름이 바뀌는 수난을 감수해야 했고 변덕스럽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사람들에게 붙잡혀 온갖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시페로는 세상은 회전목마와 같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엄마의 품 에서 맡았던 냄새를 떠올리며 모진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고리를 놓지 않는다.

  그가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인간적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은 개에게  ‘카시페로’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준다. 카시페로는 이때를 인생에서 승리를 거머쥔 때이고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어린이 문학 작가인 그라시엘라 몬테스다. 그는 피카레스크 소설의 형식으로 이 책을 썼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하층 계급 출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생활을 풍자 대상으로 삼는 문학을 말한다. 

  풍자문학인 만큼 이 책에는 유머도 가득하다. 카시페로의 삶을 통해 어떤 경우에든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삶을 좀 더 여유 있게 돌아다 볼 수 있게 하는 유머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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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정원 - 독일문학 다림세계문학 2
미하엘 엔데 글, 곽선영 그림, 진정미 옮김 / 다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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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모>의 작가인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다. 작가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고른 책이다. 그리고 <망각의 정원>이라는 제목이 뭔가 재미있는 것을 전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난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스토리가 있고 감동이 있는 것이 좋지 이렇게 끝이 아리송한 책은 별로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끝도 아쉽다. 내가 바라는 종류의 끝맺음이 없다. 뒤의 설명글을 보니 작가의 유고작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끝 없는 이야기>의 전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작가가 오랜 시간 구상해서 쓰고 다듬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완성하지 못한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한한 상상력이 보인다. 판타지의 대가 미하엘 엔데(판타지의 대가인 줄 처음 알았다. 설명글에 따르면 그렇다.)답게 뒷부분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 것 같다고 역자는 적어 놓았다. 이 제품은 작가 특유의 독특한 작품 세계, 즉 빛나는 상상력으로 우리의 일상 속 공간을 마법공간으로 바꿔 놓는 데 천재적인 작가의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재미있다. 집과 거리, 심지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모두 같은 도시 노름시에서 시작된다. Norm은 독일어로 규격, 규범, 규정이라는 뜻이다. 즉, 노름시는 규격화된 모습을 상징한다. 이 노름시에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번호로 된 엄청나게 긴 번지수가 있고 주민들은 웃을 수도 울 줄도 모르고 꿈도 꿀 줄 모르다.

  주인공 소피헨 (sophiechen)은 지혜를 뜻하는 그리스어 ‘sopia’와 작다라는 의미의 ‘chen’이 합쳐진 말이다. 작고 지혜로운 아이라는 뜻의 소피헨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꿈을 일어버린 채 살아가는 노름시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자신에게 어울리는 튀는 머리모양을 하고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아이는 어느 겨울날 길거리에서 꿈을 꾸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주인 없는 정원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 부서진 벽에 있는 현관문을 통해 지금까지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몽유병에 걸린 어린 황제, 머리에서 꽃이 자라는 꽃무늬 부인, 못생겼지만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울보 감자, 사람의 모습에 날개가 달린 광대나비들이 등장한다. 망각의 정원의 또 다른 이름은 ‘이름이 없는 사람들의 나라’이다. 이름과 기억이 없기 때문에 현재 눈앞에 있는 대상만 알아보고 이 대상이 눈앞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그에 대한 기억을 잃게 되는 곳이다. 기억이 없기 때문에 그리움이나 미움, 괴로움도 없는 곳이다. 소피헨은 이곳에서 꽃무늬 부인과 대화하면서 서로가 상대방의 공간을 부러워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망각의 정원에서 소피헨이 만나게 되는 대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름시와 망각의 정원 중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도록 하고 있다.

  모두가 획일화된 규격화된 도시에서 사는 것도 끔찍하겠지만 과거를 완전히 잊고 현재의 기억만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우리의 과거 중에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다. 그렇지만 과거 없이 어디 현재가 존재하겠는가? 과거에 연연하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겠지만 규격화된 현재의 생활에 나를 맞추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그런 것들의 조화, 어렵지만 필요한 일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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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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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지 100주년 되는 해라고 한다. 그리고 하얼빈에 있던 안 의사의 동상이 우리나라 부천시 중동 공원에 안착된 해이기도 하다. 이렇게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안중근 의사의 일생과 그가 그런 길을 가야 했던 시대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활 쏘고 말 타기 좋아하던 한 소년이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긴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 흔적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중근은 일제 침략 하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해 돈의학교와 삼흥학교를 세웠지만, 일제가 헤이그 밀사 파견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순종을 즉위시키자 무장 투쟁만이 나아갈 길이라고 정하게 된다.

  그 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서 의병활동을 하고 연해주에 가서는 뜻이 맞는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맺고 결국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데 성공한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는 우덕순과 함께 참여하는데, 아마 우덕순이 성공했다면 안중근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에 묻혔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당시 급변했던 시대 상황과 악랄해졌던 일제 침탈을 보여주면서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이 독립을 위해 어떻게 애썼는지를 잘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의병활동에 참여했고 일본에게 진 빚을 갚고 일본군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을 벌였음도 알려준다. 이처럼 그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썼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애국자가 되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만약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의거에 성공한 사람이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의 이름이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 또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에서 보다시피 안중근은 처음부터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은 아니었다. 장난기가 심해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기도 하고 성격이 하도 급해 매사에 침착하고 차분한 사람이 되라고 응칠이에서 ‘중근’으로 이름이 바뀔 정도였다. 하지만 나라가 위급한 지경에 이르자 우국충절의 마음이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애국자는 타고난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  마음속에는 ‘시대적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가르쳐준다.

  아무튼 이 책은 그동안 잊고 있던 애국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의 성공과 내 가족의 안일만을 그리며 좁은 마음으로 살던 나에게 국가는 무엇이고 나는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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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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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는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다. 뭔가 먹음직한 것을 보았을 때, 무엇인가 잔뜩 기대를 하게 될 때 침이 고이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도대체 어떤 때를 말하는 것인가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했고. 작가는 2002년에 <노크하지 않는 집>이라는 작품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인천 출신이다.

  그래서 곳곳에 인천과 1호선 전철역 얘기들이 나온다. 친숙한 곳이 나오니 더 정감 있고 흡입력이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슬프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인생들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도도한 생활> <침이 고인다> <성탄 특선> <자오선을 지나갈 때>, <네모난 자리들><플라이데이리코더>라는 8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일자리를 못 잡아서 고시원이나 독서실을 전전하거나 근근이 원룸에 살고 있는 인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으나 신분이 크게 달라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취업 준비생, 재수생, 아르바이트생, 변두리 학원 강사들이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편안하게 밤을 보낼 만한 곳처럼 갖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후기에 보니 이 작가는 ‘방’이라는 공간에 연루되어 있는 개인의 서사를 다룬다고 적혀 있다. 집과 달리 방은 개인의, 혹은 개별성의 상징 공간이다. 방은 휴식, 내밀성, 은밀하고 사소한 행복을 뜻하는 공간이다. 이런 자기만의 공간조차도 가질 수 없는 절실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 사회에 큰 문제가 된 20대의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우울한 상황을 고발하면서 작은 방들을 처절하게 입사식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참 슬픈 현실이다. 모두 다 빨리 그런 방에서 나와 자기만의 확트인 공간을 가져보길 희망해 본다.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큰 과제가 내 집 마련이듯, 이제 곧 독립적인 생활을 준비하는 본격적인 성인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내 방 마련인 것 같다. 캥거루족 같은 웃기지 않는 종족 명칭이 등장하는 일이 더 이상 끝났으면 좋겠다. 아주 어려운 문제겠지만. 그리고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꿈을 꿀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침이면 항상 해가 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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