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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적인가 동지인가 ㅣ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9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저자가 역사책으로는 너무나 유명하신 이이화 님이어서 더 읽고 싶었던 책이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재밌는 내용이 가득했다. 그리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일생이 너무나 달라진다는 사실에, 역시 사람 잘 만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있는데 결코 친구 따라 쉽사리 나서도 안 되겠지만 무조건 거절해서도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관계에 따라 5부류로 나눠 여러 인물들의 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1부 권력욕인가 질시인가’에서는 그 두 이유에서 서로 대립 관계를 보였던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당시의 활동상과 서로 배척하게 된 이유들을 적어 놓았다. 김부식과 정지상, 정몽주와 정도전, 수양대군과 김종서, 정인홍과 아귀, 이순신과 원균이 설명돼 있다. 김부식과 정지상 부분도 관심이 있었지만 이순신과 원균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진실은 알 수 없으나 그동안 우리들이 했던 인물 평가는 업적만을 위주로 그 인간성마저 침소봉대했던 경향이 없지 않았다는 생각과,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에는 섣부른 평가는 당연히 금물이지만 보다 더 신중을 기해 많은 사실들을 참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으니’에서는 출발은 비슷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허균과 기자헌, 허목과 송시열, 정약용과 서용보, 대원군과 민비, 김옥균과 민영소, 송병준과 이용구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대헌군과 민비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민비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내용이 많았고 대원군에 대해서는 오해한 부분이 많아서 그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허목과 송시열처럼 유교적인 예법 때문에 서로 적을 만들었다니 지금도 이념의 힘이 크진 하지만 당시 당파의 힘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3부 내 뜻이 네 뜻이라’에서는 그야말로 서로 협조해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거둔 인물들이었다. 정말 모두가 부러워하는 관계였다. 김춘추와 김유신, 원효와 의상, 김인후와 유희춘, 이이와 이지함, 유성룡과 김성일, 김우용과 정구, 박지원과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유득공’, 나철과 오혁이다. 참으로 행복했던 사람들이다. 우리도 이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써야겠다.
‘4부 시대를 맞든 맞수’에서는 성삼문과 신숙주, 이황과 조식, 최명길과 김상헌, 민영환과 송병선, 문일평과 현상윤, 김구와 여운형이 소개돼 있다. 사실 맞수는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해진다. 하지만 이들을 볼 때 서로 조금만 세월을 비껴가서 만났지 않았더라면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5부 세상의 굴레를 벗으려오’에서는 이달과 강위, 신사임당과 황진이, 서양갑과 칠서, 허준과 그 반대자들이란 내용이 실렸다. 쉽게 말해 세상을 잘못 만났던 사람들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그들이 가진 재능을 충분히 인정받고 발휘하면서 더 좋은 업적을 남겼을, 안타까운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찌 세월을 한탄하겠는가? 이미 태어난 세상인 걸 그 세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지.
이 책 속의 인물 얘기들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개화기의 인물들이라 조선 시대의 유학자들에게 대해서는 많이 몰랐는데 이 글을 계기로 자세히 알게 되었고, 인물이 보인 업적만으로 인물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있어 공멸하게 만드는 인간인가, 아니면 서로 발전하게 하는 공생의 인간인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을 보건대 아주 작은 일 하나가 적을 만들기도 하고, 아주 작은 선행이 벗을 만들기도 한다. 작은 행동 하나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 해야겠다. 결국은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