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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형수 -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김용제.조성애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 죄인을 단죄하기 위한 형벌로 사형제에 대한 찬반론이 화제가 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사형제가 존속하고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부터 집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나 다름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에도 사형제 시행에 관한 찬반양론이 있었다. 그러던 참에 마지막 사형수 김용제에 대한 이 글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다.
죄는 밉지만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이 지은 죄인데, 어찌 사람은 미워하지 않고 그 죄만 미워할까?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말의 의미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사형수>는 1991년 여의도광장 차량 질주 사건으로 무고한 두 어린이들의 생명을 앗아갔고 21명이나 되는 사람을 다치게 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용제가 수감 된 뒤 조성애 수녀를 만난 뒤에 쓴 인생 고백의 글과 그의 지친 영혼을 위로해 준 조성애 수녀의 편지글 모음이다. 그의 사형은 1997년 12월 30일에 집행됐으며, 그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다고 하니, 현재로서는 그가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수인 셈이다.
김용제는 가정환경이 몹시 불우했으며 시각 장애가 있었지만 제대로 치료 한 번 받지 못한다. 그런 상태로 맹아학교에서 간신히 초등 과정을 마친 뒤 서울에서 부산을 왔다갔다 하면서 친구집이나 공장 기숙사, 여관을 전전하며 망가진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다. 시력장애 때문에 변변한 일자리를 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잠깐 동안 일한 것에 대한 대가 또한 제대로 지불받지 못하자 자살한 아버지와 자기 형제를 버리고 도망 간 엄마를, 그리고 자신을 홀대하는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용제가 이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은 작은 형밖에 없는데, 자신이 형의 기대에 못 미치고 번번이 실망만 안겨 주게 되자 자신이 밉고 형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런 것들 때문에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기 전에도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한다.
시각 장애가 있었다고, 가정환경이 불우했다고, 아니 세상이 그에게 냉대를 하고 울분을 키우게 만들었다고 해서 세상에 대해 그가 가한 묻지마 식의 그런 끔찍한 죄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세상에 그보다 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더 어려운 장애를 지녔어도, 세상으로부터 더 없는 냉대와 멸시를 딛고서도 보란 듯이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똑같지 않기에, 이런 시련들을 단련이라 여기며 더 강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없이 약해 금방 부러지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용제는 후자였던 것 같다.
책 뒤표지에도 정진석 추기경이 적어놓았듯이, ‘세상에서 홀로 방황하는 있는 그를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줬더라면, 믿어주고 그의 편이 되어줬더라면, 사랑을 나눠줬더라면’, 지금쯤 그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의 어렸을 때의 방황을 추억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과오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너그러운 아버지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수감 된 뒤로 뒤늦게 종교를 갖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게 바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 용서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법이 채찍질하기 위해서보다는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히기 위함에서 존재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 연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과 용서가 많이 필요할 때다. 그런 의미를 되새기에 이 책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