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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 음악대 따라하기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84
요르크 슈타이너 지음, 김라합 옮김, 요르크 뮐러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독일 그림형제의 <브레멘 음악대>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다. 늙고 주인에게 학대받던 동물들인 개, 고양이, 당나귀, 수탉이 자유의 땅 브레멘에 가서 음악대를 결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서도 네 마리 동물이 나온다. 이 네 동물은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부엉이는 선글라스 회사의 광고 모델이었고 악어는 운동복 상표 노릇을 했고 펭귄도 냉장고 회사의 광고 모델이고 판다는 환경 보호 의식을 널리 알리는 홍보 모델이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 일을 했고 늙었다. 이들 역시도 나이가 들어서 교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제 일을 광고 일을 그만두고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던 부엉이는 동화 <브레멘의 음악대>를 읽더니 자기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앞서 말한 세 친구를 모은다. 이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가서 자유롭게 밴드활동을 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디즈니랜드에 가는 길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각자 꿈꾸는 것도 달랐다. 부엉이는 클래식 음악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었고, 악어는 록밴드의 보컬을 꿈꿨다. 판다는 기타를 치면서 포크 음악을 부르고 모습을 그렸고 펭귄은 아코디언으로 탱고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다는 목표는 똑같았던 이들은 서로 격려하며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도착한 곳이 방송국이다. 방송국인 줄도 모르고 불빛을 따라온 거기까지 온 그들은 브레멘의 음악대에서 동물들이 도둑을 몰아내기 위해 했던 것처럼 사다리를 타고 건물 위 유리창 앞으로 올라가서 서로의 어깨 위를 밟고 올라선 채로 방으로 돌격한다.
그렇게 방송국에 들어간 그들은 방송국에서 소원을 이룬다. 방송국 국장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더니 이들의 이야기를 방송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겠다고 밴드를 결성을 제의한다. 자유로운 삶을 꿈꿨던 판다만 기타를 메고 떠나고 나머지 멤버들은 남아서 방송활동을 한다. 여기에 분홍색 표범이 판다 대신에 참여한다.
이들의 방송을 길에서 기타를 멘 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는 판다의 모습이 마지막 장면이다. 책 뒤 설명에도 ‘방송국 국장은 뭐든지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의 위대함을 목청껏 말하지만 세 동물은 네모난 텔레비전에 갇힌 채 꾸며진 꿈을 만들어 나간다. 현실에 안주하며 진실한 꿈을 잃어가는 동물의 모습이 안쓰럽다. 진실한 삶을 찾아 나선 판다의 뒷모습도 쓸쓸하다’고 적혀 있다. 이들이 과연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판다의 모습에서, 자유를 찾았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 행복인가 하는 물음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그림이나 이야기에서 현대의 삭막한 삶의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현대인들이 잘못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이 책이 현대를 지나치게 삭막하게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현대에도 자유도 있고 꿈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꿈이 진정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꿈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