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야 미안하다 - 일본 어린이시 3.4학년
김녹촌 옮겨 엮음 / 온누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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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어린이들이 직접 쓴 동시 모음집이다. 일본에서는 아동에 대한 시 교육이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나도 최근에 동시를 즐겨 보게 되었는데, 동시에는 세밀한 관찰과 놀라운 상상력과 자연과 생활에 대한 정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래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많이 읽혀야 겠구나 하고 느끼는데, 그것 못잖게 쓰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일본의 3학년과 4학년 아이들이 쓴 동시를 우리나라 아동문학가인 김녹촌이 엮은 시집인데, 엮은이가 이런 작품을 내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 진짜 동시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란다.

  우리가 흔히 시 하면 뭔가 나와는 동떨어진 감성을 읊어야 될 것 같고 근사한 단어를 써야 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동시가 될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이 시집에도 고생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도 있고,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집 나간 부모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것도 있다. 학부모가 학교에 왔을 때에만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선생님의 이중성을 꼬집는 이야기도 있고, 갈릴레이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적은 글도 있다. 물론 가정의 화목함을 노래한 것도 있다. 이처럼 아이가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시는 너무나 멀리 있다.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도 동시는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각 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시임에도 시는 우리와 왜 그리 멀리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시를 즐겨 읽고 시를 즐겨 쓰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에는 간결성, 상징성 등 고급 언어 활동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잘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쓰는 사회가 돼야 할 것 같다. 원폭기념관에 다녀와서 쓴 글도 있는데, 이처럼 어떤 일이든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으며 시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배우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세련되게 다듬어지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시 쓰기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시에 대한 그야말로 한 수 배우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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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오르기 - 5,6학년
김녹촌 옮겨 엮음 / 온누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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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대해 공부하면서 보게 된 책이다. 아직 공부를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동시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한다. 여러 책을 보다가 이 책처럼 일본 어린이들의 동시들을 모아 놓은 책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은 충격이었다. 일본 동시를 우리가 배워서 무엇 하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의외의 소득을 얻었다. 굉장히 잘 썼다. ‘동시란 이런 것이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

  엮은이인 아동문학가 김녹촌의 서문을 읽어보면 이 책의 출간의도를 알 수 있다. 김녹촌은 1927년에 출생했으며 아동문학가로서 많은 동시집을 출간한 분이다. 그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자신의  삶이 들어 있지 않은 가짜 동시를 보고 자라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동시란 어린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인데 실제로 아이들이 쓴 동시를 보면 어른들이 쓴 동시를 모방한 것이 많아서 안타까웠다고 한다. 지금이야 섬진강의 김용택 선생님(물론 지금은 은퇴를 하셨다)처럼 아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치기 위해 애쓴 분도 있고 실제로 아이들의 동시를 모은 시집도 출간되고 있다. 또 대교출판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아무튼 진짜 동시 같지 않은 동시를 보고 충격을 받아, 세계에서 어린이 시 지도를 제일 잘 하고 있는 일본의 어린이시를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일본은 온 국민들 사이에 하이쿠(排句:-5.7.5조의 3구 17음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단형시(短形詩)) 쓰기가 생활돼 있기 때문에 시 짓기가 일상이 돼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시인 ‘기타하라 하쿠슈’가 창간한 ‘이카이 도리’를 중심으로 1918년부터 아동시 운동이 시작돼 어린이시 지도이론이 확립돼 있는 등 어린이 시 지도 역사가 유구하다고 한다.

  이 책을 봐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을 시로 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 이야기, 동물에 대한 관찰,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소재로 시를 지었다. 시기적으로 오래된 시들이라서 요즘 아이들이 읽기에는 시대적 감각이 뒤떨어지긴 하지만 동시가 무엇인지는 쉽게 느끼게 해준다.

   이 책에는 5, 6학년생들의 시가 실려 있는데 ‘말과 제비’, ‘붕어의 목숨’, ‘기러기’ 같은 자연에 대한 관찰 외에도 ‘나는 나다’, ‘아버지’, ‘어머니의 엄지발가락’,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심경을 읊은 시가 많다. 요즘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 대신 시 쓰기를 지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시들 중에는 일기 같은 시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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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웅진 세계그림책 1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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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엄마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우리 엄마>라는 아이가 다정하게 부르는 듯한 제목도 무척 마음에 들고, 엄마의 활짝 핀 꽃들이 가득한 옷도 마음에 든다. 꽃무늬가 가득한 옷은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는 옷이라지만, 엄마 옷 가득 수놓인 꽃이 엄마의 행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엄마의 수수한 모습도 좋다. 볼이 발그레하니 빛나는 것이 온화한 느낌이다. 물론 앤서니 브라운표 인물 표현법에 따른 것이지만. 그래서 더 세상의 모든 엄마를 대표할 수 있는 편안한 모습이 된 것 같다.

  책에는 이런 엄마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엄마는 만능이다. 굉장한 요리사에다 놀라운 재주꾼이다. 집안일이며 자동차 운전, 재테크, 바느질 등 못하는 것이 없다. 당연한 말씀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척척박사에다 만능맨이다.

  게다가 엄마는 화장도 잘 하는 화가이며, 많은 짐들을 너끈히 들 정도로 힘도 세다. 꽃도 잘 가꾸고, 아이가 슬플 때 요정처럼 기쁘게 해줄 수도 있고, 천사처럼 노래도 하고, 사자처럼 소리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엄마의 장점은 끝이 없다. 무엇이 있는지 더 헤아려 보길 바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우리 엄마가 되었다는 점이다.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나 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아이의 엄마가 돼 주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 가장 감동적이고 존경할 만하다고 아이는 말한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사랑을 표한다. 맞다. 이게 바로 엄마를 사랑해야 할 진짜 이유일 것이다.

  엄마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결코 엄마에게 대들거나 말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이든,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읽으면 좋을 그림책이다. 대상을 아빠로 바꿔서 달리 표현해 봐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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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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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추억이 없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주산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많았다. 나도 주산학원에 다니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이 안 돼 끝내 다니지 못했다. 그때 배웠더라면 암산을 잘 했을 텐데...지금도 내게 가장 약한 것은 수 개념이다. 간단한 더하기 빼기도 암산으로는 통 안 된다. 뒤늦게 부모님 탓을 해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이렇게 당사자가 안달이 나서 하는 배움이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마지못해 학원을 여러 곳 다닌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라고 강요하기에 아이들에게 배움의 욕구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의 주인공은 미술 시간마다 자기 그림이 뽑혀서 교실 뒤 벽에 걸리자 자기가 화가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화가가 되려면 그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동네 앞 상가에 있는 ‘명원 화실’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이가 이 화실에 1년 동안 다니면서 그림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화실의 화가는 아이에게 그림을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세세하게 코치하지 않는다. 다만 화가는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열심히 살펴본 것이 자기 마음속에 옮겨지면 그것을 조금씩 그려나가면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해하지 못할 말을 들으면서도 아이는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진짜 화가가 무엇인지 조금씩 터득하게 된다. 아이가 점점 그림을 그리는 재미와 진짜 화가로서의 자부심을 알아갈 때 화가는 아이 생일을 맞춰 손수 점을 찍어 만든 그림 카드를 보낸다. 아이는 이 카드를 보고 설레고 큰 감동을 받는다.

  새 학년이 되어 아이가 화실에 못 간 사이에, 누전으로 화실이 불이 나서 화실은 사라진다. 그 후로 아이는 화가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아이는 교실에 걸리게 될 그림을 그리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명원 화실에 다니기 전만에도 아이는 어떤 그림이 뽑히는 그림인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그런데 화실에 다닌 뒤로 아이는 ‘이제 나는 내 그림이 뽑히든 안 뽑히든 상관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바뀐다. 조숙했고 그림에 대해 얄팍했던 마음을 가졌던 아이가 진정 그림을 이해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이런 교육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교육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거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성적 때문에 학교가 아이를 세상에 아부하는 치졸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교육의 진정한 본질은 이런 것이 아닌데 말이다.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고 참된 것을 가릴 줄 아는 눈이 배워야 할 것이다. 잠시 동안이지만 명원 화실처럼 진정한 가르침을 주는 학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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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그림책 25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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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화과는 꽃이 피지 않는 과실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실제로는 꽃이 화낭 속에서 피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또한 무화과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잎이 나기도 전에 열매를 맺는다. 일반적으로 무화과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말려서 먹거나 통조림으로 먹게 된다. 내가 무화과를 날 것으로 처음 먹어 본 것은 작년 여름휴가 때 전남 영암에 갔을 때이다. 무화과가 영암의 특산물이란다. 달콤한 맛이 있기는 했지만 말린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무화과는 성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과일이며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사랑했던 과일로 이름이 나 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좋아한 과일은 아니란다. 또한 무화과는 예로부터 민간의료 약으로서 동의보감에서 소중히 여긴 과일이기도 하다.

  무화과를 좋아하는 이들은 제목만 봐도 군침이 돌겠다. 이 야이기는 <압둘가사지의 정원>, <주만지>, <북극으로 가는 급행열차>로 세 차례나 칼데콧상을 수상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보니 무화가가 더욱 신비하게 느껴진다. 표지에 등장하는 비보 씨는 치과의사다. 그의 모습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깐깐하고 욕심 있어 보인다. 진료도 미리 예약하지 않은 환자는 봐주지 않을 정도다.

  이런 비보 씨에게 어느 이른 아침 예약도 않은 할머니가 이가 아프다며 진료해 달라고 한다. 자투리 시간을 내어 돈 벌 욕심에 비보 씨는 할머니를 이를 뽑아주지만, 할머니가 진료비로 달랑 무화과 두 개를 내놓으며 이 무화과들은 꿈을 실현시켜 주는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자 화를 내며 할머니를 쫒아낸다.

  그런데 밤참을 먹고 자는 습관이 있던 비보 씨는 무심결에 무화과 한 개를 먹고 잔다. 그런데 다음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진짜로 어젯밤 그의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 현실이 된다. 이제 무화과의 진가를 안 비보 씨는 남은 무화과 하나를 잘 사용하기 위해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연습을 한다.

  드디어 연습한 것을 실천하려고 작정한 비보 씨가 내일은 부자가 돼 있으리라는 부푼 희망을 안고 접시에 무화과 하나를 올려놓고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비보 씨의 개가 무화과를 냉큼 먹어 치운다.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죽 쒀서 개 준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이야기가 바로 그 짝이다. 파스텔톤의 그림이 잔잔하면서도 이야기의 실감을 더해준다. 캐릭터들의 표정이 살아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통쾌하게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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