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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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추억이 없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주산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많았다. 나도 주산학원에 다니고 싶었는데 가정 형편이 안 돼 끝내 다니지 못했다. 그때 배웠더라면 암산을 잘 했을 텐데...지금도 내게 가장 약한 것은 수 개념이다. 간단한 더하기 빼기도 암산으로는 통 안 된다. 뒤늦게 부모님 탓을 해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이렇게 당사자가 안달이 나서 하는 배움이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마지못해 학원을 여러 곳 다닌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라고 강요하기에 아이들에게 배움의 욕구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의 주인공은 미술 시간마다 자기 그림이 뽑혀서 교실 뒤 벽에 걸리자 자기가 화가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화가가 되려면 그림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동네 앞 상가에 있는 ‘명원 화실’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이가 이 화실에 1년 동안 다니면서 그림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화실의 화가는 아이에게 그림을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세세하게 코치하지 않는다. 다만 화가는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열심히 살펴본 것이 자기 마음속에 옮겨지면 그것을 조금씩 그려나가면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해하지 못할 말을 들으면서도 아이는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진짜 화가가 무엇인지 조금씩 터득하게 된다. 아이가 점점 그림을 그리는 재미와 진짜 화가로서의 자부심을 알아갈 때 화가는 아이 생일을 맞춰 손수 점을 찍어 만든 그림 카드를 보낸다. 아이는 이 카드를 보고 설레고 큰 감동을 받는다.

  새 학년이 되어 아이가 화실에 못 간 사이에, 누전으로 화실이 불이 나서 화실은 사라진다. 그 후로 아이는 화가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아이는 교실에 걸리게 될 그림을 그리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명원 화실에 다니기 전만에도 아이는 어떤 그림이 뽑히는 그림인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그런데 화실에 다닌 뒤로 아이는 ‘이제 나는 내 그림이 뽑히든 안 뽑히든 상관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바뀐다. 조숙했고 그림에 대해 얄팍했던 마음을 가졌던 아이가 진정 그림을 이해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이런 교육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교육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거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성적 때문에 학교가 아이를 세상에 아부하는 치졸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교육의 진정한 본질은 이런 것이 아닌데 말이다.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고 참된 것을 가릴 줄 아는 눈이 배워야 할 것이다. 잠시 동안이지만 명원 화실처럼 진정한 가르침을 주는 학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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