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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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에메랄드 눈빛이 인상적인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얼룩 무늬 털은 북실북실하고 털이 비쭉비쭉하며 꼬리가 뭉퉁한 것을 보면 꽤나 성질이 있어 보이는데 그 아름다운 에메랄드 눈빛과 ‘100만 번 산’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신비감이 느껴진다.
100만 번 산이라는 문구 때문에 구미호가 떠올랐다. 신통한 둔갑술로 사람을 홀리면서 천년을 사는 여우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썼는데,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신성하게 여겨서인지 100만 번 살았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동물로 고양이를 내세웠다.
이 책은 고양이가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진정한 사랑을 해 본 자만이, 즉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자만이 영원한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전체적으로 불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윤회사상이 떠오른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성불할 때까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영겁의 삶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이 고양이도 그렇다. 백만 번의 삶을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은 만난다. 전쟁을 일삼는 임금 곁에도 있어 봤고 뱃사공과 함께 배를 타보기도 했고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로서 마술 공연에도 참가했었으며 도둑의 고양이로서 도둑질에 가담하기도 했다. 또 홀로 사는 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고 어린 여자 아이의 애완 고양이이기도 했다. 아무튼 아주 다양한 삶을 살면서 다시 태어나기를 백만 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한 삶에서의 죽음은 행복한 죽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고양이는 그렇게 수많은 삶을 되풀이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만을 사랑했다. 그러나 아주 멋진 하얀 고양이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새끼도 낳게 되자, 이제 그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는 그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다시는 자신이 백만 번의 삶을 되풀이했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게 되었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 된다.
이처럼 이 책은 구원받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알려준다.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이며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한 그림책이다. 나보다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게 바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이며 윤회사상의 고리를 끊는 방법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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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사이소 -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 어린이 갯살림 6
도토리 지음, 이영숙 그림 / 보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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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게 들리는 부산 사투리의 제목이다. 누구든 이 제목을 보면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최대의 수산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 이야기다. 이 시장에서 새색시 때부터 생선을 팔고 계신 남이 할머니의 하루를 보여주면서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사람들의 일상을 알려준다.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느낄 수 있다.

남이 할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장사를 하신다. 자갈치 시장 사람들은 남이 할머니처럼 일한다. 또 자갈치 시장에는 생선이라면 없는 게 없다. 남이 할머니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추위에도 끄떡없게 옷을 겹겹이 껴입고 5시에 어시장의 경매장에 가서 밤새 잡은 싱싱한 물고기들을 사온다. 경매장에서는 경매사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고 경매를 시작하는데 상인들은 손가락으로 재빠르게 값을 부른다. 신기한 풍경이다.

남이 할머니는 새벽에 들어오는 배에 가서도 싱싱한 생선을 사온다. 그러다 보면 6시 30분이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생선 장사가 시작된다.

자갈치 시장에는 이름도 몰랐던 생선들이 아주 많다. 책 뒤에 자갈치 시장의 풍경과 생선 그림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서 새로운 물고기들을 여럿 알 수 있다. 갯장어, 보구치, 서대, 군소, 댕가리, 홍새치, 달고기, 물메기, 별복 등이 나온다. 이 그림은 자갈치 시장의 약도 같이 그려져 있어서, 이 시장에 더욱 가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의 이런 멋진 삽화는 동판화로 찍은 뒤 색칠한 것이란다. 가는 선들이 여러 겹 그려진 모양새인데, 물고기들이 실감나게 잘 표현돼 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먹을거리들은 많은 이들의 노고에 의해 우리 밥상까지 오르게 된다.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이지만 특히 우리 식생활과 관련된 것은 자연에서 나는 것들이므로 그것이 우리의 상에 오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자연을 배우는 또 하나의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흥미를 키울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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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화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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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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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 지리여행
박병석.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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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계사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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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
앨릭잰더 스터지스 책임편집, 홀리스 클레이슨 편집자문, 권영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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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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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


청소년추천도서라는 것을 알고 진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이제야 보게 되었다.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중국 작가인 창신강의 작품인데, 우리나라의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은 느낌과 비슷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양계장에 갇혀 알만 뽑아내던 암탉이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상징하는 마당으로 나와서 겪게 되는 개인적인 삶의 투쟁사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마당에서 활보하는 토종닭들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로서의 자질과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토종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주인공 닭은 알에서 깨어나 병아리가 되자 수탉이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음을 알게 된다. 암탉은 주인에게 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명을 보장받지만 그럴 수 없는 수탉은 목숨을 바쳐 주인에게 고기를 주어야 하는 신세임을 알게 된다.
여주인에 의해 암탉으로 분류된 그 닭은 처음에는 안락한 삶을 사나 자랄수록 자신이 수탉임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감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풍당당한 모습을 가진 아빠 닭을 보면서 자신도 멋진 수탉이 되고 싶어 한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토종닭은 모든 면에서 다른 수탉들과는 다른 품성을 보인다. 아빠 수탉도 토종닭의 강인함과 배려심 등을 보면서 그가 훌륭한 수탉이 될 것을 믿으며 그에게 많은 용기를 준다.
하지만 영웅에게는 언제나 시련이 있는 법. 그에게는 ‘하얀 날개’라는 이름의 적수가 생긴다. 하얀 날개는 거만하며 야비하다. 하지만 나중에는 토종닭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전체적인 내용은 뻔하다. 뛰어난 능력과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주인공이 결국에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매우 감동적이다. 족제비와의 혈투로 수탉의 권위를 상징하는 목소리마저 잃은 토종닭의 아빠가 최후를 맞이하면서까지 지도자로서의 자부심과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마음을 찡하게 할 정도다. 그리고 이야기가 인간이 아니라 닭으로 의인화돼 있어서 매우 재미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알려 주며, 또한 자질도 없으면서 너무나 쉽게 지도자의 지위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비웃는다. 지도자라면 최소한 이 책의 ‘토종닭’과 같은 넓은 마음과 강인함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낭중지추처럼 다른 사람들 눈에도 쉽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까 하고 술수를 쓰고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최후가 어떨지는 누구나 생각하는 바대로다.
우리 시대의 사명은 지도자다운 역량을 가진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지도자의 정의가 지금은 바로 잡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리더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이 책의 주인공 ‘토종닭’은 한평생 인간들에게 고기로 몸을 내어 줄 위협을 받고 살았지만 닭들의 우두머리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어떤 이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정말 재미있는 책이므로 많이들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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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견습 -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김주영 지음, 노성빈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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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주>와 <홍어>, <멸치> 같은 향토색 짙은 작품으로 우리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던 김주영의 작품인데다 <도둑견습>이라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눈길을 끈 책이다.
이 책에는 <도둑견습> 외에도 <새를 찾아서>, <도깨비들의 잔칫날>, <서울구경>이라는 세 작품이 더 실려 있다. 표제작인 <도둑견습>은 폐품집적소에 있는 고물버스에 살면서 의붓아버지를 따라 고물을 훔치러 다니는 열네 살 소년 이원수에 대한 이야기다. 원수는 의붓아버지 강두표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았었는데, 강두표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물버스와 호시탐탐 그녀의 어머니를 넘보는 고물장수 최가로부터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고물이 될 물건들을 훔치는 것을 보면서 강두표를 자신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아버지보다 더한 도둑이 되려고 결심한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부도덕한 인간들인가?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들의 행위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세상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리들을 목격하는가? 각자가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맹자의 성선설이 떠오른다. 인간은 착한 본성을 타고 나지만 환경에 따라 그 본성이 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환경 탓만을 할 수는 없다. 각자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고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힘써야겠다.
이런 맥락에서 <도깨비들의 잔칫날>도 비슷한 성격이다. 하는 일 없이 말쑥한 차림새를 하고 전시회장을 돌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한명수의 이야기다. 매일 신문사 앞에서 신문의 문화면을 열심히 읽고서 각종 전시회장을 돌면서 미술평론가처럼 행세하는 한명수가 한 그림 전시회에서 기업을 하면서 제법 돈은 벌지만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김일진 부부를 만난 이야기다. 김일진은 겉으로는 직원들을 무척 위하는 척하지만 기업가적인 윤리가 없는 진짜 사기꾼이었다. 자신보다 더한 사기꾼인 김일진을 보면서 그의 위선을 참을 수 없었던 한명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만 김일진은 그마저 믿지 않는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가득 찬 위선을 꼬집고 있다.
<서울구경> 역시도 비슷한 맥락에 닿아있다. 시골에서 상경한 어머니의 눈에 비친 서울에 사는 작은 아들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집은 잘 꾸며 놓고 살지만 형제애, 이웃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자녀 낳기도 미루고 있는 이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을 반성하라는 이야기다.
<새를 찾아서>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초가지붕에서 새를 잡던 유년 시절의 추억과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지 못해 만나지 못한 일행을 찾아서 여행 목적지까지 고생고생 찾아가서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한다는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그 의미는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네 이야기 모두 시대적인 배경이 1970년대여서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 편마다 작품 설명이 실려 있어 주제를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보여주며, 그런 문제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올바른 인생관을 생각해 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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