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추천도서라는 것을 알고 진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이제야 보게 되었다.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중국 작가인 창신강의 작품인데, 우리나라의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은 느낌과 비슷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양계장에 갇혀 알만 뽑아내던 암탉이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상징하는 마당으로 나와서 겪게 되는 개인적인 삶의 투쟁사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마당에서 활보하는 토종닭들의 세계에서 진정한 리더로서의 자질과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토종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주인공 닭은 알에서 깨어나 병아리가 되자 수탉이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음을 알게 된다. 암탉은 주인에게 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명을 보장받지만 그럴 수 없는 수탉은 목숨을 바쳐 주인에게 고기를 주어야 하는 신세임을 알게 된다. 여주인에 의해 암탉으로 분류된 그 닭은 처음에는 안락한 삶을 사나 자랄수록 자신이 수탉임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을 감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풍당당한 모습을 가진 아빠 닭을 보면서 자신도 멋진 수탉이 되고 싶어 한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토종닭은 모든 면에서 다른 수탉들과는 다른 품성을 보인다. 아빠 수탉도 토종닭의 강인함과 배려심 등을 보면서 그가 훌륭한 수탉이 될 것을 믿으며 그에게 많은 용기를 준다. 하지만 영웅에게는 언제나 시련이 있는 법. 그에게는 ‘하얀 날개’라는 이름의 적수가 생긴다. 하얀 날개는 거만하며 야비하다. 하지만 나중에는 토종닭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전체적인 내용은 뻔하다. 뛰어난 능력과 천사 같은 마음씨를 가진 주인공이 결국에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들이 매우 감동적이다. 족제비와의 혈투로 수탉의 권위를 상징하는 목소리마저 잃은 토종닭의 아빠가 최후를 맞이하면서까지 지도자로서의 자부심과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마음을 찡하게 할 정도다. 그리고 이야기가 인간이 아니라 닭으로 의인화돼 있어서 매우 재미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알려 주며, 또한 자질도 없으면서 너무나 쉽게 지도자의 지위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비웃는다. 지도자라면 최소한 이 책의 ‘토종닭’과 같은 넓은 마음과 강인함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낭중지추처럼 다른 사람들 눈에도 쉽게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까 하고 술수를 쓰고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최후가 어떨지는 누구나 생각하는 바대로다. 우리 시대의 사명은 지도자다운 역량을 가진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지도자의 정의가 지금은 바로 잡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리더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이 책의 주인공 ‘토종닭’은 한평생 인간들에게 고기로 몸을 내어 줄 위협을 받고 살았지만 닭들의 우두머리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어떤 이가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정말 재미있는 책이므로 많이들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