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에메랄드 눈빛이 인상적인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얼룩 무늬 털은 북실북실하고 털이 비쭉비쭉하며 꼬리가 뭉퉁한 것을 보면 꽤나 성질이 있어 보이는데 그 아름다운 에메랄드 눈빛과 ‘100만 번 산’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신비감이 느껴진다. 100만 번 산이라는 문구 때문에 구미호가 떠올랐다. 신통한 둔갑술로 사람을 홀리면서 천년을 사는 여우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썼는데,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신성하게 여겨서인지 100만 번 살았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동물로 고양이를 내세웠다. 이 책은 고양이가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진정한 사랑을 해 본 자만이, 즉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자만이 영원한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전체적으로 불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윤회사상이 떠오른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성불할 때까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영겁의 삶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이 고양이도 그렇다. 백만 번의 삶을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은 만난다. 전쟁을 일삼는 임금 곁에도 있어 봤고 뱃사공과 함께 배를 타보기도 했고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로서 마술 공연에도 참가했었으며 도둑의 고양이로서 도둑질에 가담하기도 했다. 또 홀로 사는 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고 어린 여자 아이의 애완 고양이이기도 했다. 아무튼 아주 다양한 삶을 살면서 다시 태어나기를 백만 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한 삶에서의 죽음은 행복한 죽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고양이는 그렇게 수많은 삶을 되풀이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만을 사랑했다. 그러나 아주 멋진 하얀 고양이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새끼도 낳게 되자, 이제 그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는 그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다시는 자신이 백만 번의 삶을 되풀이했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게 되었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은 영원한 죽음이 된다. 이처럼 이 책은 구원받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알려준다. 굉장히 철학적인 내용이며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한 그림책이다. 나보다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게 바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이며 윤회사상의 고리를 끊는 방법임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