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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견습 -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ㅣ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김주영 지음, 노성빈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8월
평점 :
<객주>와 <홍어>, <멸치> 같은 향토색 짙은 작품으로 우리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던 김주영의 작품인데다 <도둑견습>이라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눈길을 끈 책이다.
이 책에는 <도둑견습> 외에도 <새를 찾아서>, <도깨비들의 잔칫날>, <서울구경>이라는 세 작품이 더 실려 있다. 표제작인 <도둑견습>은 폐품집적소에 있는 고물버스에 살면서 의붓아버지를 따라 고물을 훔치러 다니는 열네 살 소년 이원수에 대한 이야기다. 원수는 의붓아버지 강두표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았었는데, 강두표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고물버스와 호시탐탐 그녀의 어머니를 넘보는 고물장수 최가로부터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고물이 될 물건들을 훔치는 것을 보면서 강두표를 자신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아버지보다 더한 도둑이 되려고 결심한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부도덕한 인간들인가?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들의 행위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세상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리들을 목격하는가? 각자가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맹자의 성선설이 떠오른다. 인간은 착한 본성을 타고 나지만 환경에 따라 그 본성이 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환경 탓만을 할 수는 없다. 각자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고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힘써야겠다.
이런 맥락에서 <도깨비들의 잔칫날>도 비슷한 성격이다. 하는 일 없이 말쑥한 차림새를 하고 전시회장을 돌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한명수의 이야기다. 매일 신문사 앞에서 신문의 문화면을 열심히 읽고서 각종 전시회장을 돌면서 미술평론가처럼 행세하는 한명수가 한 그림 전시회에서 기업을 하면서 제법 돈은 벌지만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김일진 부부를 만난 이야기다. 김일진은 겉으로는 직원들을 무척 위하는 척하지만 기업가적인 윤리가 없는 진짜 사기꾼이었다. 자신보다 더한 사기꾼인 김일진을 보면서 그의 위선을 참을 수 없었던 한명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만 김일진은 그마저 믿지 않는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가득 찬 위선을 꼬집고 있다.
<서울구경> 역시도 비슷한 맥락에 닿아있다. 시골에서 상경한 어머니의 눈에 비친 서울에 사는 작은 아들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집은 잘 꾸며 놓고 살지만 형제애, 이웃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자녀 낳기도 미루고 있는 이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을 반성하라는 이야기다.
<새를 찾아서>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초가지붕에서 새를 잡던 유년 시절의 추억과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지 못해 만나지 못한 일행을 찾아서 여행 목적지까지 고생고생 찾아가서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한다는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그 의미는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네 이야기 모두 시대적인 배경이 1970년대여서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 편마다 작품 설명이 실려 있어 주제를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를 보여주며, 그런 문제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올바른 인생관을 생각해 보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