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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1~3권 세트 - 전3권
강풀 글.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2월
평점 :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이다. 나도 아이들 덕에 강풀이라는 만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도대체 아이들이 왜 웹툰에 열광하는지를 몰랐는데 이 작가의 <어게인>이라는 작품을 보았더니 이야기도 신선하고 주제 의식도 있어서 좋았다.
사실 <바보>라는 작품을 보았을 때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지문이 별로 없어서 만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게 공감이 없어서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근래에 보니까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하는 것 같던데, 둘 다 못 봤다. 영화에 대한 얘기는 가끔 텔레비전 보도에서 봐서 이순재와 김수미가 나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오늘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 있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을 이해하고 공감할지는 의문이지만.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준 장면은 첫 부분에서부터였다. 장례식장에서 호상이라며 망자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석민 할아버지가 세상에 호상은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어떤 죽음이든 죽음은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는 말이 무척 공감이 갔고 마음 아프게 전해졌다. 아무리 망자가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했거나 병환으로 세상을 의식조차 못 하거나 고통 속에 살다 갔어도 호상이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게 이치에 맞을 것 같다. 어쨌든 죽음은 크나큰 슬픔이니까...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슬프지만 그래도 희망이 느껴진다.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보니 노후대책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젊었을 때 노후대비를 확실히 해 놓아야 하는데, 요즘같이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노인이다. 그것도 힘든 노년을 맞이한 사람들이다.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다. 이 분들이야말로 가장 힘든 시절을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격동기인 근대사를 다 겪었을 뿐 아니라 부모 봉양, 자녀 양육이라는 짐은 다 졌으면서도 자식들에게 봉양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세대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바로 그 표상이다.
다 낡은 오토바이로 우유를 배달하는 김석민 할아버지,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면서 주차 관리 일을 하는 장군봉 할아버지, 파지를 줍는 송씨 할머니. 이 분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마음이 몹시 아프지만, 그래도 김석민 할아버지처럼 씩씩하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씨 따뜻한 분이 계셔서 웃음이 난다. 이분들이 서로 도우며 살게 돼서 그나마 힘이 난다. 여기에 젊은이들이 힘이 보태졌으면 좋겠고, 앞으로 우리 어르신들도 서로 힘을 모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앞으로는 그렇게 되리라 기대한다.
처음 이야기에서는 이 분들의 삶이 구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모든 삶이 똑같으랴. 원하지 않았지만 가슴 아프고 질곡 많은 삶을 살았던 이들이 노후에라도 서로 보듬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인들을 공경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데 우리 아이들도 그럴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도 꼭 그런 마음이 생겼으면... 그냥 만화 한 편 재미있게 봤다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